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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랄코튼 Aug 12. 2023

나다움의 시작은 내려놓음과 자신감

책 속에서 나를 마주하기_<그때 그때 가볍게 산다>를 읽고 -1

요즘은 큰 불이라기보다 작은 불씨가 또 스멀스멀 올라와서 스스로 수련을 하려 했지만 조금 또 무력감을 느끼고 상담을 다시 받아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문 드문 들었었다.


이 책이 작고 얇아서일까? 작은 주제 하나당 페이지가 짧아서일까? 이건 그냥 핑계고, 딱 주관적인 내용을 명료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서술된 것이 내가 지금 받고 싶던 상담 같이 느껴졌다.


어쩌면 당연히 알고 있는 그 진리를 내가 나에게 말해주면 될 것을 거부하고 회피하고 숨어 있었는데 대신해 주는 책을 만났다. P.45에서 딱 지금의 이런 나에게 꾸짖듯 들리는 문장이 나온다.


'과거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현실에 더 충실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된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겠다. 하지만 세세한 이해에 몰두하느라 도리어 현실에서 힘차게 살아나가는 것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낭비일 뿐만 아니라 힘드니까 자기를 이해한다는 명목으로 슬쩍 비켜서는 태도라는 것이다.'


교권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커지고 있는 요즘, 출산도 앞두고 있는 나에게 또다시 건들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크게 무너졌던 2년 전, 교권을 떠나 현 교육체계 속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굳어버린 고인 물의 한계에 지쳐 피해의식도 높아지고 정말 살고 싶어서 과감히 교직을 내려놨었는데, 그 당시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좋고 안정적인지에 대해 염려의 말을 강요받으며 상처받았지만 겉으로만 이상적으로만 만들어진 가치관을 나에게 주입한다고 내가 새길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모두가 '당신 같은 교사가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라는 말로 칭찬과 위안과 걱정을 해줬고, 그 말만 믿고 어떤 어려움에서도 최선을 다한 7년간의 교직 생활의 기억이 나에겐 빛이 날 정도로 찬란했지만 '나 같은 교사가 필요한들 나 같은 교사가 있다고 달라지지 않는 교직계 악순환고리에서 내 몸과 마음이 갈아 없어져 증발 돼버리기 전에 내가 나를 아낀다면, 나의 영향력을 더 오래 넓게 쓰려면 나와야만 한다.'며 나의 소신을 굳건히 지키며 과감히 그만뒀었다.


그와 맞물려 일하면서도 당연하게 될 줄 알았던 임신이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지속적으로 실패하고, 심지어 생리주기가 무너지면서 나의 건강 적신호까지 켜졌었다. 이후 수차례 시험관 시술을 받고도 호전되지 않는 결과와 의문으로만 남는 결과에 추가적으로 자연임신은 불가능하다는 수치로만 반복 회답하며 지속적인 시술을 권하던  의사들에게도 나는 나의 자율성을 박탈당했고, 시간과 체력과 경제적인 요소, 마음까지도 다 무너진 피해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데 바쁜 나약한 상태가 되었다.


학교를 나와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기 계발에 힘쓰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날 위한'것들에 몰입하며 힐링하던 것도 잠시 맞닥뜨린 현실과 주변의 조언과 금전적 불안정은 나를 한 순간에 무너뜨려갔다. 자기 이해와 성찰에 강한 편이라 스스로 돌보고 버티다 1년이 넘어선 순간부터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흔들렸음을 인지했고, 내 기준을 잃어가고 남의 방향성 지시에는 지레 겁먹고 숨어있는 나를 발견했다.


스스로 일어서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상담을 공부하는 사람도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는 핑계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을 정리하고 자기 성찰에 힘을 기울이고, 현재 일어나는 역동들에 주목하며 회복에만 집중했더니 약 3달 만에 종결을 할 수 있었고, 내 두 발로 딛고 서서 스스로 헤쳐나갈 힘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무너져 버렸고 자존감을 잃고 방향성을 잃었던 그때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으로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고, 그때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와 잘 이겨내 오다가 한 순간 무너지던 그 계기를 잊지 않으려고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어릴 적 기억이 지금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기억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는 어떤 관계에 있으며 등 계속 상기시키곤 했다.


P.17에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다는 말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이랬던 날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왜 계속 내면을 깊게 다루려고 하는지,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훗날 그러한 상처가 발목을 잡지 않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라는 문구에서 내 상태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


최근에 다시 상처받을 수 없다, 그 고통의 구렁텅이로 다시 돌아가기 싫다, 나를 잃는 건 너무 끔찍하다와 같은 생각에서 허덕이며 '우선은 현실적으로 바라봐야지!',  '아냐 그래도 너만의 가치관이 있었잖아!' 이러면서 이도 저도 못하고 있었고 그런 내 모습에 무기력감까지 더해지려 했었는데 P.18에서 '한번 각인된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기에, 상처를 없애려고 하는 것보다 이에 휘둘리지 않도록 힘을 키우는 게 훨씬 낫다.'라는 조언을 얻었다. 그래 휘둘리지 않게 지금 여기에서 나만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어!


그러려면 P.23에 나오듯 '현시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나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의 말을 새겨야 하는 타이밍이다. 특히 '산란하게 쏘다니는 마음을 잡아 현재로 끌어오는 연습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라는 말을 매일 마음속에 머릿속에 떠올려야 할 지경이다.


근래 출산을 앞두고 육아를 위해 출산 전 자율적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거 같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불안을 느꼈으나, 이 산란하게 쏘다니는 마음을 지금 여기에서 바라보고 가능한 것에만 집중하고자 내려놓으면서 평안을 찾았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더 절실한 마음자세이기도 하다.


P.40에서도 잠깐 나오는데, 고통을 겪은 사람일수록 화끈하게 마음을 비우는 것 같다는 내용이다. 나의 경우에도 그 고통의 순간에서 벗어나 살아남을 선택지는 내려놓기 밖에 없었음을 경험했었다.


각자마다 상황이 다르니 나의 경우에는 임신에 대한 갈망과 난임에 대한 부정과 이 모든 것을 그냥 받아들였고, 아이는 내 노력이나 의술로 100프로 장담하여 만들어지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며, 아이의 생명이 부여되는 것부터가 어떤 것으로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영역이니,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만약에 아이가 생긴다면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발생할 수 있는 악재의 환경만 내 선에서어느 정도 개선해 두는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 바쁘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스트레스를 가득 받을 직업 환경을 개선하거나 바꾸거나 그 안에서 나오는 것, 아이가 없어야만 할 수 있는 것들에 욕심을 내고 갈망하고 있는 것을 비워내는 것, 무엇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긍정적인 엄마가 되는 것이 중요하니 '아이 덕에 나는 무조건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할 권리를 더 내세울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내 심신을 단련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더 맞는 노력이었다. 내가 이렇게 준비를 하고 아이가 와준다면 정말 평화롭겠군! 을 몸소 실천하고 있을 때 기적적으로 자연임신이 되었다.


주변에서 '마음을 내려놓아야 아기가 생긴데.'라며 전해 전해 주는 말들이 구체적인 설명은 없어서 '도통 그래서 어떻게 내려놓는 건데!!!' 싶었는데, 나에겐 이것이 내려놓는 것이었구나 싶었다.


내려놓기에도 자기다움이 있는 것 같다. 분명한 방법론이 백과사전처럼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나의 마음속에 나다움에 귀 기울여 주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 내려놓음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P.47에서 자기다움과 자신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근래 정신없고 힘든 와중에 나의 잣대가 되어줄 나를 믿는 자신감이 무너졌기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다 휘둘렸고, 그들의 진심 어린 조언을 수행해나지 못하는 나 스스로에 비난의 화살을 스스로가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나에 대한 이해와 자기다움을 생각하다 보면, 그들의 말에서 들어야 할 것은 나를 향한 걱정의 마음일 뿐, 그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그들 다운 자기 다운 방법일 뿐이었다.


그 걱정의 마음만 나의 내면적 힘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힘입어 '저들이 저들만의 해결책을 말하듯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했다. 너무 어려웠지만 주변인들의 조언을 더 구하지 않고 나에게 던진 질문에 답을 찾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했다.


나라면?? 나는?? 나니까? 어떤 선택을 하면 내가 해낼 수 있고(자기 효능감), 나를 믿을 수 있고(자신감), 내 존재를 온전히 느낄 것인가(자존감)에 대해 집중하였다. 그러다 보면 무너지기 전의 건강하던 나와 다시 연결됨을 느끼게 되고, 그때의 현명함과 그때의 자신감, 효능감, 자존감을 다시 세울 수 있게 된다. 그런 뒤에 다시 타인의 조언을 들으면, '아~ 너라면 그러겠구나! 그럼 나는 ~할 수 있겠네! 고마워!' 하며 나답게 수용도 할 수 있게 된다.


 P.48에도 말해주고 있지만 '자기를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이 자라난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키우면, 마침내는 배포가 커지고 더욱 자유로워진다.',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힘은 표현의 자유로움에서부터 비롯하는 것이지 싶다.'처럼 그렇게 다시 일어서고 일상 속에서  똑같은 타격을 받아도 잔잔한 물결처럼 작은 파장으로 흘려보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곧은 나만의 기준(막힌 고지식함이 아닌)으로 스스로의 확신을 지속 경험하며 에너지를 얻고 긍정적인 여유를 가지며 선순환하는 건강한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이 책의 10/1도 안 읽었지만, 가벼워 보이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나의 생각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어 정리를 해야만 했다.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이번 책 역시 뜻깊은 여정이 될 것 같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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