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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owing Sep 26. 2024

이번 추석은 어떻게 보내었는가?

이번 추석은 어떻게 보내었는가?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오늘은 9월 19일 목요일이다.


남편은 회사로 출근하였고, 아이는 학교로 등교하였다.

나는 여전히 쉬고 있는 중이다.


이번 추석은 토요일, 일요일까지 합쳐 5일간 쉬는 기간이었다.

직장인들은 5일간의 연휴가 참으로 달콤했으리라. 휴가가 다가오는 그 한 주 동안은 콧노래가 절로 났으리라.


나는 요즘 매일 쉬어서 별다른 감흥을 받지 않았다.

매일이 쉬는 날이다 보니 연휴 5일의 설렘과 기쁨, 감동이 느끼지 못해 못내 아쉽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거제 흥남해수욕장에 다녀온 것이다.

부모님, 남편, 아들, 여동생, 조카 이렇게 7명이 잠시 흥남해수욕장을 다녀왔다.

흥남해수욕장은 거제도에 있는 작은 해수욕장이다.


부산에 있는 해운대 해수욕장처럼 드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세련된 소나무가 방풍수로 심어져 있는 그런 곳은 아니다. 시골마을의 조그마한 해수욕장이다.


그곳으로 간 이유는 작년에 여기 와본 적이 있어 올해도 여기로 왔다.


작년에 왔을 때는 밀물 때인지 물이 조금 빠져있었다. 물이 빠지고 바위틈 사위로 게, 소라, 새우들이 있었다. 당시 5살이던 조카는 바다생물들을 무척 좋아했다. 물론 어려서 자신이 직접 잡지는 못하고 어른들에게 잡아달라고 했다. 그때 내가 일등공신으로 게, 소라, 새우들을 많이 잡아주었다. 잡힌 게, 소라, 새우들을 물통에 모았고, 조카는 그 물통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조카가 좋아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도 흥남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우리 가족은 10시쯤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동생은 우리 가족 보다 1시간 일찍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동생과 조카는 이미 바다 물속에 있었다. 조카는 튜브를 끼고 바닷물 위에서 둥실둥실 노닐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동생과 조카는 물 밖으로 나왔다. 이때 조카가 고사리같이 작은 손에서 자기 주먹만 한 조개를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엄마는 조카가 자랑하듯 내민 조개를 받았다. 그 조개가 살아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를 알아보려고 유심히 살폈다. 엄마의 감별 결과는 조개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조개가 어디에서 어떻게 난 것인지 동생에게 물었고, 동생은 물놀이하다 모래 속에서 조개를 발견했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엄마가 바빠졌다. 모자를 둘러쓰고, 수건을 챙겼다. 그러고선 아부지와 함께 물속에 들어가 봐야겠다고 했다. 


작년에도 엄마랑 이 해수욕장을 왔지만, 그땐 엄마는 물속에 들어오지 않으셨다. 그냥 물 밖에서 우리를 지켜보기만 하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개가 있다는 그 말에 엄마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러고선 갑자기 뼈만 있는 할머니 몸에서 없던 힘을 내서는 성큼성큼 바닷가로 향했다. 


엄마와 아부지는 바닷물 속 모래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조개를 찾았다. 


동생과 조카, 나와 아들은 물속에서 물놀이를 하며 간만의 유희를 즐겼다. 


그날따라 유난히 파도가 세었다. 9월 중순이었지만 한여름처럼 더웠고, 물속 온도는 9월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뜨뜻 미지근했다. 나는 물이 차지 않아서 물놀이하기 딱 좋은 온도라고 생각했다. 아들은 물이 왜 이리 따뜻하냐고, 차갑지가 않다고 조금 투덜거리긴 했다. 


바닷물에 붕붕 떠있는 느낌이 좋았다. 꼭 어린애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파도가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파도가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스릴이 있었다. 저 파도가 꼭 내 머리 위로 덮칠 것만 같았다. 가끔 머리 위로 덮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모자가 푹 다 젖고, 입속에 바닷물이 한가득 들어왔다 나갔다. 혓바닥에 강렬한 짠 내가 남았다.


그렇게 물놀이를 하다, 엄마 아빠 옆으로 가보았다. 엄마 아빠는 바다물속에 앉아있었다. 물속 모래에서 조개가 있나 없나 하며 손으로 모래를 만져보고 계셨다. 


내가 옆으로 가자 엄마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면서 조개가 있다고 말한다. 눈가에는 장난기가 그득 차 있다. 엄청나게 반갑고도 신나 보이는 표정으로  조개가 있다고 연신 말한다. 그날 엄마 아빠는 연장도 없이 손으로 30개 정도의 조개를 모래 속에서 찾았다. 


엄마 아빠가 찾은 조개는 속살이 다홍색이고 제법 크기가 큰 조개였다. 나중에 안내판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엄마 아빠가 캔 조개는 바로 명주조개였던 것이다. 


명주조개의 다른 이름은 갈미조개라고 한다. 

"아. 갈미조개를 들어봤는데... 부사 강서구에 갈미조개 샤부샤부 요리를 하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서 갈미조개를 먹어보았지. 갈미조개 샤부샤부 엄청 맛있었는데." 그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명주조개'라는 조개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엄마도 처음 들어보는 조개 이름이라고 하셨다. 엄마에게 조개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조개를 더 많이 캐고 싶었는데, 우리가 서둘러 나가자고 한 게 못내 아쉬워하셨다. 


남편은 그날 바닷물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편은 물놀이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덥고 습한 날씨에 우리를 기다리기 지겨웠으리라. 남편은 우리가 물속에서 나오자, 이제 커피숍이나 어디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로 가자고 독촉했다. 아들도 한차례 물놀이를 하고는 이제 물놀이 안 해도 되겠다며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동생, 조카, 부모님은 여전히 바닷물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우리 가족이 서둘러 옷을 갈아입는 모습에 이내 마음을 접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자리를 정리하는 내내 엄마는 시간만 더 있었으면 조개를 더 많이 캤을 것이라며 많이 아쉬워하셨다.


엄마 아빠가 잡은 조개는 30개 정도 되었다. 엄마는 조개가 크고, 금세 많이 잡지 않았냐며, 어린아이가 자랑하듯 우리에게 조개를 보여주었다. 엄마 말처럼 조개가 크고 많았다. 그리고 조개색이 예뻤다.


그런 와중에 엄마의 경쟁자가 나타났다. 

바로 조카다. 

조카는 할머니에게 자신에게 조개 20마리를 줄 것을 요구했다. 할머니는 '20개는 너무 많다'라고 말하며 마음속으로 깜짝 놀라는 눈치다. 6살 조카는 다시 딜을 요구한다. 그러면 10개 달라고 한다. 엄마는 '10개를 주고 나면 조개 몇 개밖에 안 남는데 이를 어쩐다'하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이들의 딜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나는 결론을 알지 못한 채 차에 올라탔다.


나중에 동생으로부터 들은 얘기에 따르면 조카가 11개의 조개를 가져갔고, 할머니가 나머지 조개를 가져가셨다고 한다.


며칠 뒤 추석 당일 엄마네 집에 갔다. 엄마는 뽀얀 국물이 우려난 탕국을 내어주셨다. 탕국 안에는 오징어, 새우, 조개, 홍합, 두부, 무 등 여러 종류가 들어가 있었다. 뽀얀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먹어보았다. 너무 시원한 국물이었다.

"크... 역시 엄마 솜씨는 최고다."


엄마는 손주에게 조개 11개를 주고 나머지 조개로 탕국을 끓인 것이다. 엄마는 조개를 캘 때부터 탕국에 넣을 생각을 하셨던 걸까..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엄마의 집에 갈 때마다 정성이 가득 담긴 밥을 먹는다. 아무리 내가 요리를 해보아도 엄마의 맛이 나지 않는다. 나는 항상 엄마의 집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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