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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Nov 20. 2024

과거의 나와 헤어지는 중입니다

잘 헤어진 이별

이별은 어렵고 불편한 일이다. 익숙하던 관계나 연결된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때로 헤어지는 일은 슬픔과 아픔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하고 변화한다.

인생에서 이별은 다양하다. 사람과 헤어지기도 하고, 일 또는 세월과도 이별한다. 나의 이별은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면서 헤어지는 것이다. 이런 이별은 오히려 과감할수록 좋다. 잘 헤어질 수 있다면 삶은 더 가볍고 풍요롭게 되기 때문이다. 미리 염려하는 것을 떠나보내면서 나는 실패와 부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회와 미련을 이별하면서 정신은 더 건강해졌다. 일상을 방해하는 허상을 벗어나면서 현재에 집중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인생을 배우면서 어떤 것을 취하고 버릴지도 배우고 훈련한다. 자주 실패하고 넘어져 본 경험 덕분에 나는 또 '잘 헤어지는 힘'을 갖추는 중이다. 내가 자주 헤어진 것 그리고 이별 중인 것들이 있다.

 

첫째, 나쁜 습관이다. 나이 들어도 떠나보내고 싶은 습관이 여러 가지였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 허겁지겁 시간 맞추는 것, 걷기 싫어해 어디든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

그냥 살아갈 수도 있었다.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자녀들을 변화시키려면 엄마인 내가 먼저 행동해야 했다. 행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그렇게 살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자녀들 앞에 흐트러진 나 자신을 발견하고서 부러 불편한 방향으로 나를 조절하고 변화시켰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지금 곧장 할 일을 시작했다. 10분 빨리 움직였다. 될 수 있으면 걸었다.

혼자 하지 못할 때면 뜻을 같이한 다른 이들과 동행하면서 과거의 나와 이별했다. 미라클 모닝을 실행하는 이들 속에 나를 욱여넣었다. 밤 열한 시 알람을 정해 취침하고 아침 다섯 시 반에 기상했다. 중년에 갱년기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자, 어디든 운동화를 신고 걸어서 하루 1만 보를 채웠다. 계획표를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해 매일 실행했다. 미루지 않고 시간 지키기를 훈련했다. 금방 되돌아오는 나쁜 습관과 영영 이별하기 위해서 지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둘째, 부정적인 사고방식이다. 불평불만은 쉽게 마음에 침범해 들어온다. 마음에 들어온 안 좋은 생각은 일상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말하게 한다. 보고 듣는 것 그리고 만나는 사람도 주의한다.

매일 아침, 감사를 세는 것이 도움 되었다. 지속하기 위해 네 사람 모이는 독서 모임 단체 대화방에 매일 아침 전날의 감사를 나눈다. 2년 넘도록 지속한 훈련으로 나는 작은 것에 감탄하고 감사하게 되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상황을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사고방식도 좋은 방향으로 반복해 훈련하면 수정할 수 있다.

슬그머니 들어오는 부정적인 생각을 끊어내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럴 때면 마음을 자주 흩트려 놓는 요인과 과감하게 이별하고  당장 실행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꾼다. 나는 생각이 많아질 때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일을 하거나 바깥으로 산책을 나선다. 부정적인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신만의 탈출구를 찾아놓는다면 좋겠다.

 

셋째, 불필요한 인간관계다. 사람들 속에 사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관계 속에서 기쁨과 배움도 얻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거절하지 못하고 헤어지지 못해 어려움을 당하는 일들이 있다. 소속한 모임과 관계가 많아지면서 혼자 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타인을 위한 봉사로 가족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가족 안에서 어려움이 생기고 내 안에서 공허함이 일어났다. 문제였다.

관계 속에서 중요한 사람과 덜 중요한 사람을 구별했다. 모임에도 필수적인 것과 선택적인 것을 나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불필요한 만남과 모임은 절제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누리고 이용할 힘을 기를 때, 불필요한 모임이나 사람과도 이별할 수 있었다. 단,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나눴다.

 

넷째, 너무 많은 소유다. 최근 미니멀라이프가 성행했다. 잦은 이사로 매번 살림을 버리고 정리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진 것이 많다. 특히 의류와 책 그리고 그릇이 그렇다. 물건과 자주 이별하지 않으면 끝없이 쌓게만 된다. 전문가들은 물건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리라고 조언한다. 1년 안에 사용하지 않은 물건과 의류는 내년에도 사용하지 않으니 정리하라고 권한다.

한참 동안 '이별 박스'를 현관에 두고 불필요한 물건을 매일 세 개씩 정리했다. 읽지 않는 책, 입지 않은 옷, 이가 빠지거나 금 간 그릇, 사용하지 않는 새 물건도 박스에 담았다. 그중 좋은 물건은 중고 시장에 되팔고 바자회에 나누었다. 소유가 가벼워지면서 생각지 못했던 공간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 옷장 서랍 빈칸, 부엌 찬장 공간, 책장 선반, 의자를 뺀 거실 한편. 다시 쌓이기 전에 계속 비우는 일은 계속한다.




사실 변화하고 끊어내는 시도는 어렵다. 역행하고 거슬러 수정해 나간다는 것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몸은 언제든지 편한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니까. 취침 시간이 늦어지면 다시 조절하고, 취침과 기상 시간이 늦어지면 자책하면서도 다시 훈련을 시작한다.

불필요한 것들과 잘 헤어지기 위해 이별 목록을 체크하고 자주 계획표를 세운다. 이별했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정리 정돈과 시간 엄수 그리고 미니멀라이프는 결단과 지속하는 힘이 요구된다. 잘 헤어진 후, 익숙하던 관계와 다시 연결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변화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인생이 계절의 순환이라는 비유에는 어려움과 함께 안락함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는 게 좋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책 속 구절처럼 어려움을 극복해 내면 함께 안락함도 찾아왔다.

불필요한 것들과 계속 헤어지면서 새롭게 변화하는 나를 만나게 되었다.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니 여유와 자신감도 얻는다. 우선순위를 정하니 하루가 예상대로 흘러 정돈된다.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도 정중한 거절을 할 줄 알게 되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연습하니 비워야 할 목록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니 공간과 시간을 확보한다. 가볍게 정리된 오늘에 집중한다. 잘 마무리한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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