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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뷰 Apr 27. 2021

아카데미상과 다양성: 윤여정과 클로이 자오


올해 아카데미상의 화두는 ‘다양성’인 같다. 여러 인종과 연령으로 숱한 삶의 애환을 다룬 수상자들의 분포가 그것을 말한다.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중국계 클로이 자오 여성 감독의 작품상 감독상, 최고령 남우주연상, 가난한 백인 노동 여성의 삶을 연기한 배우의 여우조연상, 흑인의 남우조연상 등. 


윤여정이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받은데 이후 아시아인으로 두 번째 여우조연상을 받은 것은 참으로 장한 일이다.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쾌거이다. 한국 이민자 가정의 미국 정착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는 이민자 가정의 소소한 일상을 한국적 정감으로 미국적 도전자 정신을 바탕에 깔며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윤여정은 미국의 딸네 가정을 돕기 위해 헌신하는, 한국적이고 미국 정서에도 호소하는 끈끈한 할머니의 사랑을 연기해낸 것이 수상의 주요 이유일 것이다. 인기 예능 프로 <윤스테이>에서 처럼 친근하고 영어회화가 되는 현대적 감각을 지닌 할머니상이 대중적 인기의 비결로 보인다. 윤여정뿐 아니라 한예리 등 함께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탁월했던 것도 수상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출처: KBS 뉴스


여기에다 <미나리>가 상영된 시점의 흥행 여건이 좋았던 점도 빠뜨릴 수 없다.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가 쇠퇴하고 미국 내 인종차별 시위와 아시아인 혐오에 대한 우려와 해결 노력 등의 흐름이 아카데미상에 다양성을 높이는 동인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윤여정과 <미나리>가 성공한 데는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아시아인의 기여를 평가하면서 다양한 인종이 화목하게 잘 살자는 시대의 흐름과 딱 맞아떨어진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아시아 영화의 약진을 보여주는 또다른 인물은 감독상, 작품상을 수상한 중국계 자오 감독이다. 


그의 영화 <노매드 랜드>는 주인공이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1여 연간의 노매드 생활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그를 떠나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하층민으로 전락한 백인 근로자들의 삶의 고충과 길에서 만난 이들이 공동체를 통해 서로 돕고 치유하는 새로운 생존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매우 미국적인 현실을 무소유, 무욕, 공수래공수거 등 동양적 가치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삶이 고달프지만 상호부조로 이겨내는 것은 서구의 개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삶의 해법 마련을 위한 다양성이 내포된 시도이기도 하다.



출처: OBS 뉴스


중국계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크게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중국의 언론 매체는 냉담하기만 하다. 자오 감독이 과거 중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자 아카데미상 시상식 중계를 하지 않고 수상 보도도 거의 하지 않았다. 중국을 비판한 자국 출신의 감독의 영향력 증가가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것일까? 옥과 티를 구분 못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경직성과 언론의 자유가 없는 나라의 치기 어린 모습이 엿보인다.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 존중과 거리가 먼 중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시장경제를 한다지만 자유와 민주주의 없는 중국의 번영은 지속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연속으로 아카데미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천재적 감독과 천부적 배우가 나타난 데다 경제의 선진화와 한류의 세계화 등으로 영화 제작 및  흥행 능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개방된 글로벌 시장과 접목되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성과를 이루어온 것이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그리고 윤여정과 <미나리>가 준 감격이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되고 더 발전되어야 한다.  


윤여정은 수상소감에서 "무지개도 일곱 가지 색깔이 있다"며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세계적 보편성을 추구하면서 한국적인 것을 세계화하는 가운데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우리에게 시사한 시류(時流)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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