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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뷰 May 21. 2021

중국이 가상(암호)화폐를 금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

1. 화폐 발행권은 역사적으로 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민간에서 일부 가치재가 화폐기능을 하는 경우가 있거나 있었지만 정부의 양해 하에 이루어지거나 정부가 단속을 못해 가능했다. 화폐를 발행하고 유통하는 과정을 통해 정부(중앙은행 포함)가 가지는 이점은 엄청나다. 화폐주조 차익(화폐의 액면가에서 화폐 제조비용과 유통비용을 뺀 차익)이 쏠쏠한 데다 화폐 발행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해서 경제운용을 조율할 수 있다. 화폐는 조세정책의 주요 수단이고 돈 가치를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사실상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도 있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 국채를 인수하게 함으로써 나라 빚이 많아도 끄떡없이 잘 살수 있는 특혜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2. 가상(암호)화폐의 등장은 이러한 정부의 독점적 권한에 정면 도전하는 것이다. 재넷 엘런 미 재무장관이나 제론 파월 연준 의장이 "가상화폐는 돈세탁에 쓰는 거고 내재가치를 찾을 수 없다"라며 제동을 건 것은 정부의 불편한 심기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늘 아래 2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다. 인도와 터키는 아예 이것을 불법으로 규정하였다. 내재가치가 없고 정부나 중앙은행이 그 가치를 보증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될 수는 없다. 각국 정부가 디지털 혁명시대에 가상화폐를 무작정 금지할 수는 없다. 블록체인 신기술을 적용한 가상화폐들이 4차 산업혁명의 금융혁신의 엔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의 디지털화들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화를 하면서 민간의 가상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0월 디지털 위안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디지털 달러 발행을 추진하면서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료: SBS 뉴스



3. 중국은 가상화폐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이면서 노골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금지해 왔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18일 가상화폐는 시장에서 쓸 수 없다고 거듭 경고하였다. 중국 인민은행과 중국은행업협회는 공동으로 '가상화폐 거래 및 투기 위험에 관한 공고'를 내고 "가상화폐는 진정한 화폐가 아니므로 시장에서 사용될 수도, 사용돼서도 안 된다"라고 하였다. 이런 영향으로 19일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 가격이 한때 30% 이상 폭락하였다. 중국은 가상화폐 발행과 거래를 금지한데 이어 채굴까지 규제하고 있다. 중국에서 아예 가상화폐가 발을 못붙이게 하겠다는 심사다.


4. 중국 당국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민간 가상화폐를 체제 도전 요인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해 시장경제적 요소를 대폭 도입하고는 있으나 바탕은 국가통제형의 사회주의 국가이다. 민간의 가상화폐의 발행과 거래가 허용되어 화폐기능을 할 경우 정부의 경제 운영 및 통제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 화폐는 단순히 결제 및 가치저장 수단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화폐발행 독점권에 균열이 생기게 되면 정부와 개인간의 권력배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간의 가상화폐 발행과 거래가 허용될 경우 개인의 경제적 자율성이 확대되고 경제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정치적 발언권과 자유의 확대 요구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면 중국 공산당의 입지는 축소되고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되어 체제가 붕괴될 위험성이 커진다. 중국 당국이 가상화폐의 발행과 거래를 용인할 수 없는 이유이다. 설령 허용하더라도 코인 폭탄돌리기가 언젠가는 꼬이면서 대형 금융사고로 비화될 경우 경제적 사회적 혼란이 체제 위기로 비화될 위험성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보았을 것이다. 중국은 가상화폐의 도전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발행 유통되면 모든 국민의 화폐 사용 및 보유 내역을 정부가 파악하여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가상화폐를 두고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처럼 금지하고 단속하고 싶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이미 많은 국민들이 거래하고 있는데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부처들은 가상화폐 업무를 서로 맡지 않으려 하고 있다. 화폐라고 공인해주기 싫어서인지 ‘가상자산’이라고 부르고 있고, 금융상품으로 인정치 않아 단속할 법령도 없다. 당정청은 금지하고 단속할 경우 코인 열풍에 올라탄 2030 세대에게서 꼰대 딱지가 붙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단계 판매와 같은 코인 폭탄 돌리기는 9월 24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마감과 9월 25일 실명계좌 발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본은 4년 전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 들어 거래소의 엄격한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상장할 수 있게 하였다.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 대다수 거래소가 문을 닫고 폭탄 돌리기가 멈추면 코인 가격은 어떻게 될까?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이처럼 무책임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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