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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뷰 Dec 21. 2020

산책이 주식투자에 좋은 이유

1.

구름 한 점 없는 초겨울의 오후 4시. 오늘도 공원을 향해 걸어간다. 따사로운 햇빛 속에 북풍이 얼굴을 스친다.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진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쓴 마스크가 찬바람을 막아주니 걸을 만하다. 추운 겨울이지만 공원에는 산책하는 주민들이 많다. 코로나로 인해 먼 나들이를 못해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고 방콕으로 움츠러든 몸의 건강을 챙기려는 것일 테다.

     

오늘은 주식을 팔고 사느라 분주했다. 몇 달 전 사둔 주식을 수익을 내고 팔고 기다리고 있는데 평소에 사고 싶었던 종목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온 가격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때다 싶어 매수했다. 매수하자마자 신기하게도 주가는 올라갔다. 내가 '적정 가격'이라고 판단한 것이 적중했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을 느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낼 때의  기쁨은 더하다. 이 맛에 주식투자를 한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산책을 시작한 것은 3년이 넘었다. 퇴직 후 나름 저술활동을 하면서 주식투자도 하였다. 과거 30대부터 조금씩 한 적은 있으나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코스피 주가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주식에 흥미를 잃었었다. 그러다 5년 전부터 주식투자를 재개한 것은 경제학자로서 데이비드 리카르도처럼 경제의 원리를 적용해 수익을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식을 하면서 선물과 옵션 매매도 하고 있다. 주식가격이 크게 변동할 경우 헤지하기 위한 것이다.


공원 산책길

2.

정부는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엄청난 빚을 내어 막대한 재정을 지출했다. 평상시 같으면 한 해 한 번 하기도 힘든 추가경정예산을 네 번이나 편성했다. 코로나 사태로 돈이 잘 돌지 않게 되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인하했다. 그러자 시중에 돈이 넘쳐났다. 기업들은 코로나 불황이라 투자를 자제하였고 경제활동 축소로 거래목적의 화폐 사용도 줄어들었다. 통장 속에 쌓인 현금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려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급락했던 주가지수는 3월 중순부터 급반등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언론에 등장한 용어가 '동학 개미'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을 동학 개미라 부른다. 나도 동학 개미 중 한 명인 셈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미국에는 로빗 훗이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코로나 이후 대거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값이 급등하자 20대 30대 젊은 세대가 주식투자로 돈을 모아 집을 사겠다며 너도 나도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신용(빚)을 내어 주식에 베팅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다 주가가 급락하면 젊은이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젊은 세대에게 주식투자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

주식투자를 마치고 오후에 산책할 때 칸트가 생각난 적이 있었다.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고향 쾨니히스 부르크의 거리를 매일 산책을 하면서 세계사에 길이 남을 철학 서적을 저술했다. 순수 이성 비판, 실천이성비판 등. 책을 저술하는 데는 상당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칸트가 매일 산책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자기돈 걸고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수반할 수 있다. 큰 수익을 내면 마음이 날아갈 것 같지만 큰 손실을 내면 그 과정이 힘든 것은 물론 마음고생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체력이 강하면 이겨내기가 그만큼 쉽다. 주식고수들의 하루 일정을 보면 운동을 하는 시간이 배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투자판단을 하고 트레이딩 할 때의 스트레스를 제어하기 위해 그럴 것이다.


주식투자의 성공 여부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사고파는 타이밍을 잡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적정 가격보다 낮아질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고, 매수했으면 적정 가격 위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내는 심신을 수양하고 강한 의지를 키우고 신념을 굳건히 하는데 꼭 필요한 덕목이다. 주식시장이 종료된 후 매일 오후에 산보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인내심도 자연스럽게 길러질 수 있을 것이다. 


자료: KBS 뉴스 영상


주식투자에는 또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별 주식의 가치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바람보다는 객관적인 눈을 가져야 한다. 주식투자를 하다 망치는 이유 중 하나가 감정에 휩싸인 '뇌동매매'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산다고 뒤늦게 추격매수를 하거나 주가가 좀 오르면 조마조마해서 일찍 팔고 폭락할 때는 엄청난 손실을 보고 투매를 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하려면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산책은 주식투자에 큰 도움이 된다. 


4.

스샤오옌이 쓴 『내편이 아니라도 적을 만들지 말라』에는 옛날 티베트의 부호인 아이디 바가 손자에게 들려준 부자가 된 비결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다른 사람과 싸우거나 화나는 일이 있으면 집과 땅 주변을 세 바퀴씩 돌았다. 처음에 나는 집 주위를 돌면서 이렇게 생각했단다. '집이 이렇게 작고 땅도 좁은데 남들과 싸우고 화낼 시간이 어디 있나?' 이런 생각을 하면 곧바로 화가 가라앉았단다. 그리고 나는 더 열심히 일했고 이렇게 부자가 될 수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자가 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역경이 닥치더라도 인내하고 평점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막강한 정보력과 선진적 운용 기법을 가진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와 대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건전한 대결이 되어야 하나 큰손들에게 당하고 보면 화가 나는 경우도 많다. 그때 티베트인 아이디 바처럼 집 밖에 나가 동네를 세 바퀴 돌다 보면 마음이 풀리고 생각지 못한 묘수가 생각날 수도 있다. 


나 자신도 주식 투자가 꼬이고 마음이 상할 때 산책을 한 시간 정도 하고 나면 상한 마음이 회복된 경우가 많다. 꼬인 길이 열리며 새로운 방법과 길이 생각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주식투자자들에게 산책을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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