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며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식·부동산시장에 몰렸던 돈이 은행으로 들어가는 ‘머니무브’현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54조7882억원으로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이틀 만에 1조6528억원이 증가했는데요. 10월 정기예금 순증액만 20조4583억원으로 최근 3년 내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① 국내 기준금리 인상
국내 금융시장에 머니무브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예·적금 금리도 올랐기 때문입니다. 예금이자가 높아졌으니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부 예·적금 신규상품 금리를 최고 4% 초반대까지 올리겠다고 밝혔고, 이에 시중에 도는 유동성 자금이 은행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②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또한,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자금의 이동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테이퍼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과 함께,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시행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해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길이 막힌 것도 머니무브의 원인으로 해석됩니다.
③ 오미크론의 출현과 식어가는 투자열기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재확산 및 기존 델타 변이보다 더 강력한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출현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졌는데요. 이에 안전자산의 선호도가 높아진 현상도 머니무브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평가됩니다. 즉, ‘투자’로 향하던 돈의 흐름이 ‘저축’으로 방향을 튼 것이죠.
실제로 주식시장의 자금은 빠져나가는 모습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코스피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0조7952억원으로 1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연초 26조4778억원에 비하면 60%가량이 빠진 셈이죠. 주식시장이 활기를 잃으면서 투자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은행 요구불예금도 10월 말 627조3916억원으로 9월 말에 비해 약 10조원이 줄었습니다.
제로금리 시대 이후 주식·부동산 등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유롭게 돈을 입출금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작년 대비 100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요구불예금은 고객들이 요구하면 언제든 돈을 내줘야 하는 예금인데요. 일반적으로 요구불예금이 늘 경우 은행이 고객에게 지급할 이자가 적기 때문에, 이때 예금을 많이 얻고자 자금을 유치하려고 경쟁합니다.
하지만 가계 부채 증가 대응책으로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는데요. 대출자금을 마련하려면 이자율이 높은 정기예금을 유치해야 하지만,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이 어려워지니 은행은 이자를 조금만 줘도 되는 요구불예금을 보유하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가 치솟지만, 예금금리 인상은 더디다는 비난 여론으로 인해 기준금리가 인상하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예금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로 인해 저축은행들도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을 유치해 자금 확보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시중은행의 금리와 저축은행 금리가 비슷하면 고객들은 대부분 시중은행에 자금을 예치해서 저축은행은 대출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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