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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볼레 Jul 17. 2021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19)

주제(主題)와 주제의식(主題義識)

이야기를 구성하는 첫 번째 외줄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바로 주제(主題)입니다. 인물과 상황 그리고 배경이 구성의 영역이었다면 주제는 표현의 영역에 속합니다.


주인 주 主, 제목 제 題


우선 주인 주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主라는 글자는 임금 왕王에 점 주丶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본래는 촛대를 그린 모습이고, 심지가 불타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입니다. 제목 제는 어떠한가요? 옳을 시是와 머리 혈頁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무언가가 시작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ㅣ시작하는 걸까요?

초가 켜지는 순간 시작된다. 그것은 빛이다.


방 안에 켜져 있는 촛불을 생각해볼까요? 우리는 방 안에 들어섭니다. 방 안에 들어서는 순간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사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릅니다. 촛농은 서서히 흐르고, 이내 모두 녹아내린 촉농과 함께 촛불은 꺼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자각하게 됩니다.

아 촛불이 꺼졌구나. 그리고 그 안에는 다른 것이 담겨 있습니다. 이 방 안에 있는 불을 자각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흥미롭지 않나요? 우리가 관람하는 이야기들은 이 촛불이 꺼져과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이야기를 보는 동안 우리는 자각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난 뒤에야 탄성을 내지르며, 우리는 생각하게 됩니다. 아! 이런 이야기구나. 감동할 수도 있고,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모든 가치판단은 바로 이야기가 끝난 후에 이루어집니다. 즉 주제는 작가가 정하는 게 아니라 독자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는 겁니다. 작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촛농으로 촛불이 잘 타오르게 만드는 것. 구성이라는 것이죠.


주제는 독자가 정한다.


많은 작가들이 실수하는 부분, 그러니까 외줄에서 떨어지는 부분이 이겁니다. 바로 작가가 독자에게 주제를 강요하는 겁니다. 물론 작가는 쓰고 싶은 말이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주제를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영역입니다. 이를 만약 작가가 고르게 된다면 이야기라는 외줄에서 크게 떨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죠.


이렇게 외줄에 올라탄 주제를 우리는 주제의식(主題義識)이라 합니다.


옳을 의 義, 알 식識


본디 의식이라는 단어는 뜻 의意와 알 식識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다만 저는 내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건 독자의 생각이 옳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옳을 의義로 주제의식을 해석합니다. 옳을 의는 양 양羊과 나 我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창에 양머리를 꽂아 권위를 내세우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인데, 개개인의 독자가 주제를 해석할 자유가 있다는 점에서 옳은 단어의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 알 식識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말씀 언言에 찰흙 시戠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시자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창이라는 글자가 담겨 있는데, 깃발을 꽂아 나부끼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의 말, 자기의 의지를 담을 수 있습니다. 촛불을 보고, 촛불이 꺼졌을 때 느끼는 감정은 자유로우니까요. 물론 이것을 쓰는 작가 역시, 자유로울 겁니다.


작가는 자유롭되, 독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계몽(啓蒙)이 아닌 주제와 주제의식의 영역입니다.


(20)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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