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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볼레 Jul 26. 2021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20)

계몽(啓蒙)

계몽(啓夢), 열 계啓, 어두울 몽(蒙)


계몽이라는 단어는 학창시절, 특히나 사회시간에 많이 들어보았을 단어입니다. 주로 그 시대의 지식인들이 지식인이 아니었던 사람들을 깨우친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었죠. 즉, 계몽이라는 단어에는 지식인과 비 지식인이라는 계급주의가 은연 중에 담겨 있던 셈입니다.


그럼 자세히 이 계몽이라는 단어에 대해 알아볼까요?


계라는 글자는 문(지게 호戶)와 손(또 손又) 그리고 입(입 구口)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닫힌 문을 손으로 여는 것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닫힌 문을 열어준다는 것은, 무언가 닫힌 공간이 있다는 것이고, 닫혀진 공간 안에 누군가 있다는 뜻이며, 그 공간을 바로 어두운 공간 (蒙), 즉 현실이 아닌 공간으로 보았던 셈입니다.


어두울 몽 蒙


덮어쓰다, 어둡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어두울 몽입니다. 풀(풀 초草)와 덮어쓸 몽(幪)자가 합쳐진 글자로 눈을 덮어 가리고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눈을 가리고 어둠 속에 있기에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는 뜻도 지니고 있을 겁니다.


이쯤해서 우리는 주제의 뜻에 대해 다시 복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제란 무엇이었던가요? 타오르는 촛불의 형상이 아니었던 가요. 즉 계몽과 주제의 방향은 굉장히 유사합니다. 계몽이 닫힌 공간에 갇힌 사람, 즉 눈을 가린 사람에게 눈을 뜨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주제란 천으로 눈을 가린 사람에게 촛불을 가까이 가져가는 겁니다. 똑같은 행동 같습니다만 이것은 굉장히 많은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주체가 나인가, 아니면 상대인가 하는 것이죠.


계몽을 하는 사람은 내가 주체가 되고, 상대를 객체로 보아 이끌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고기를 잡아 눈 앞에 대령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주제의식은 어떤가요. 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고기의 촉감, 냄새, 느낌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고기를 잡기 위해 움직이게 합니다. 눈을 가렸다고 해도 인간은 느낄 수 있습니다. 촛불이 그을리는 냄새와 촛불의 온기를 말예요. 하여, 스스로 두 눈을 가리 것을 벗어던지게 하는 것. 그것이 주제와 계몽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무게감 있는 이야기로 전달하자면, 독자를 나와 동등한 존재로 믿을 것이냐, 아니면 내가 가르쳐야할 대상으로 볼 것이냐, 라는 시선 차이로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우리가 작가라는 것. 철학자가 아니라는 것. 작가의 제 1조건은 계몽이나 주제가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21)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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