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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볼레 Aug 09. 2021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26)

사실성(史實性)

사실성(史實性)

역사 사史 열매 실實 이룰 성性


사실성이 의미하는 본래 뜻부터 이야기를 해야 조금 쉬울 듯합니다. 역사 사史라는 글자는 본래 신에게 제사를 주관하는 사관을 뜻하는 글자에서 발전했습니다. 이후 이 사관이 임금의 언행 등을 기록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지금의 뜻이 되었죠.


열매 실實은 어떤가요. 집 면宀에 꿸 관貫이 결합한 글자로 열매나 재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사실이라는 말의 고전적인 의미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떼 올리게 되는 재물, 열매와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네요.


사실성이라는 단어를 해석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면 개연성이라는 말입니다. 이 부분은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17)>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혹 궁금해지신다면 참고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사실성은 개연성과는 조금 다른 부분인데, 이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세계는 현실과는 다른 규칙으로 진행되는데, 이야기 세계의 규칙을 만들어주는 게 개연성이라면 그 개연성을 포괄하여 담고 있는 게 바로 사실성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이 사실성을 잘 인지하고 있느냐, 혹은 집착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의 방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사실성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던 문화가 바로 <사실주의>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때의 이야기는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만드는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하는가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에도 소수의 예술성 있는 이야기들이 이 사실주의의 방향성을 고수하고 있는데 사실 제 입장에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많이 듭니다. 무릇 이야기는 재미있어야 하며, 사실성은 그 다음이라는 게 사실입니다. 태초에 있던 이야기가 사실성에서 시작한 건 아니었으니까 말예요.


사실성과 개연성의 간극을 잘 활용하는 이야기꾼으로는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인 <식스센스>와 <빌리지>를 보면, 얼마나 이 사실성과 개연성의 트리거를 영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상대를 속이는 게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속게 만드는 것이죠.



※<식스센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식스 센스>를 예를 들어볼까요? 이야기가 시작하자 주인공 말콤은 자기 환자에게 총을 맞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야기는 펼쳐지죠. 여기에는 개연성과 사실성을 활용하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전제는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특히 시작하자마자.


여러분들은 주인공이 시작하자마자 죽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몇 편의 이야기였던가요. 설령 죽었다고 해도, 이야기는 플래시 포워드나 플래시 포워드의 서술방식을 선택하거나, 혹은 귀신이 된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할 겁니다.


<식스센스>는 바로 이 점을 보여준 겁니다. 주인공은 총에 맞았다. 그러나 주인공은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다. 그러니 독자들은 스스로 생각합니다. 총에 맞았지만 죽지 않았구나. 그리고 여기에 하나의 사실성이 들어갑니다.


사람은 총에 맞으면 죽는다.


물론 살아남는 경우도 있겠지만 총에 맞으면 누구나 죽는다는 걸 우리느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성은 개연성을 품고 있습니다.


즉 거대한 사실성 안에 작은 개연성이 담겨 있고, 이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속아 넘어가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식스센스>의 트리거였던 셈입니다. 훌륭한 반전 이야기는 타인을 속이지 않습니다. 타인이 스스로 속게 만들죠. 믿게 만드는 겁니다. 자,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니, 다음 시간에는 무을 얘기해야할 지 감이 옵니다. 바로 전제(前提)입니다.


(27)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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