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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볼레 Aug 11. 2021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27)

전제(前提)

전제 前提

앞 전前 끌 제提


전제라는 단어는 앞 전前과 끌 제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앞 전前이라는 단어는 달 월月과 칼 도刀가 함께 상단에 머리모양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사실 이 글자의 조합을 보면 앞이라는 글자가 왜 만들어졌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금문을 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달월과 칼도, 그리고 머리모양이 결합된 것과 다르게 갑골문과 금문, 소전에서는 배 주舟와 발 지趾가 합쳐진 글자라는 걸 알 수 있거든요. 발걸음이라는 것은 결국 앞서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 배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통해 앞서 있는 것. 이를 통해 전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끌 제提는 어떠한가요? 손 수手자와 옳을 시是가 결합잔 글자입니다. 是는 옳다, 바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합쳐진 글자에서는 발음의 역할만 하고 있고, 의미는 끌다와 제시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옥편을 찾아보고 여러 생각을 조합하여 보았지만 끌 제提의 온전한 알고리즘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전제前提라는 단어는 앞에 끌어놓다라는 뜻이 됩니다. 우리가 쓰는 이야기란 결국 참이 아닌 허구의 세계를 다루기에 여기서 사실성을 다루는 순간 이야기는 온전히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하여, 이 이야기의 세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참이다, 라고 미리 언질을 주는 것. 그리하여 사람들이 온전히 이야기의 세계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전제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제라는 사전의 약속이 있기에 우리는 사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의 세계를 잠시나마 진짜라고 믿게 되는 것이죠. 이 전제를 어떻게 다루느냐, 해석하냐에 따라 이야기를 짜는 길이 크게 나뉘었는데, 두 갈래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사실주의와 표현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8)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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