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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볼레 Aug 16. 2021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29)

아이러니Irony, 역설逆說

아이러니Irony, 역설逆說


아이러니가 없다는 말은 습작을 써본 분들이라면 가장 많이 들었던 멘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러니의 사전적 의미는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제와 반대되는 뜻을 말하는 것이며, 한자어로 번역할 때는 역설逆說이라는 단어가 됩니다. 거스를 역逆에 말씀 설說이라는 말, 즉 거슬러서 말한다는 뜻이죠.


거스를 역逆


거스를 역逆은 쉬엄쉬엄갈 착辶과 거스를 역屰자가 결합한 글자입니다. 거스를 역屰은 사람이 거꾸로 뒤집혀 있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고 하네요. 처음 거스를 역逆은 다닐 행行 자와 함께 쓰여 길을 거스르다라는 뜻으로 쓰였으나 단독적으로도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말씀 설說이 합쳐져서, 말을 거스른다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말을 거스른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그 안에는 최소한 말을 하는 이와 말을 거스르는 이라는 두 존재를 함축하고 있거든요. 비록 한 사람이 내적 갈등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고민하는 존재와 실행하려는 존재로 나뉘게 됩니다. 즉, 애초에 역설이라는 단어는 전제前提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전제가 존재한다는 것. 거슬러야하는 존재와 거슬림을 언급한 존재가 있다는 점에서 또 다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만난다는 것. 이는 바로 갈등葛藤을 뜻하지요. 역설이라는 단어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전제前提와 갈등葛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던 겁니다. 즉 아이러니가 없다는 말은 역설이 없다는 말이고, 역설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이야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전제前提가 없다는 말이며, 전제前提가 없으니 갈등葛藤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최근에 보았던 가장 흥미로운 역설을 볼까요?


영화, 극한 직업의 아이러니Irony


2019년에 개봉한 극한 직업이라는 영화입니다. 개봉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개인적으로 근래에 개봉한 코미디 영화중에 이보다 흥미로운 아이러니는 겪지 못했습니다. 극한직업의 아이러니는 무엇일까요?


강력반 형사들은 마약범을 사로 잡을 기회를 잡기 위해 치킨집으로 위장 잠복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위장 잠복 근무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로 들키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먼저 제시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러니를 만들어내려면 어떡해야할까요? 바로 들키는 일을 벌이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극한 직업의 상황적 아이러니입니다.


숨어야 한다(먼저 뱉어진 상황)과 드러나게 된다(뒤집어지는 상황)


물론 이 상황만으로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지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마치 천의무봉天衣無縫과 같아서 촘촘한 설계로 만들어 집니다. 극한 직업은 첫 번째 아이러니에 두 번째 아이러니를 꿰어 놓습니다. 바로 배경이었던 치킨집입니다. 굳이 치킨이 아니더라도, 모든 자영업자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파리가 날리는 것보다는 정신 없이 손님이 많은 게 좋다는 걸요.


손님이 많은 게 좋다(배경의 상황) 손님이 많아서는 안 된다(뒤집어지는 배경의 상황)


형사들 입장에서는 치킨집이 잘 되는 것은 위장 잠복근무가 실패할 수 있다는 위기를 고조 시킵니다. 그러나 손님이 많은 것이 좋다는 가게의 전제와 부딪히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와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한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언급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여기에 인물적인 아이러니도 겹칩니다. 등장인물 형사들은 작 중에서 박봉과 깊은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옵니다. 호황인 치킨집의 상황은 개인적으로는 호재라고 할 수 있지만 직업적으로 보았을 때는 스스로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내고 있죠. 이렇듯 극한 직업인 인물과 상황, 배경 이 세 가지가 서로에게 묶이고 묶여 끊임없이 역설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것을 웃음으로 풀어낸 것이죠.


그런데 여러분, 극한직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신 적 있나요? 하고 많은 곳 중에 왜 하필 치킨집일까? 라는 질문 말예요.


(30)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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