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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볼레 Aug 19. 2021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30)

서사의 환경

왜 하필 치킨집일까?


극한직업(2019)의 처음 예고편을 보았을 때, 저는 직감적으로 이 이야기가 재미있을 거라 확신 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님이 말씀했던 것처럼 좋은 영화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시작한다는 말처럼 좋은 이야기는 접하기 전부터 확신을 주기 마련이죠. 곡성(2018)의 포스터에서 느꼈던 감정과 본질적으로 같았던 감정을 저는 예고편을 통해 느꼈던 겁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극한직업의 중국판은 비밀경찰 :랍스터캅이라는 사실입니다. 극한직업의 리메이크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를 두 나라에서 재개발한 독특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여기에 이번에 이야기할 게 있습니다. 중국은 랍스터고, 우리나라는 치킨이었다는 사실이죠. 간단한 질문을 해보는 겁니다. 만약에 극한직업의 이야기가 치킨이 아니라 피자나 분식이었으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본능적으로 고개가 가로저어질 거라 확신합니다. 그게 바로 극한 직업이 가진 힘이었지요.


치킨의 힘


굳이 제가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극한 직업에서도 치킨에 대한 언급은 굉장히 자주 되고 있습니다.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는 대한민국의 소상공인을 대표해서 이야기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다소 노골적으로 언급되기도 하죠. 하지만 여기에는 바로 아주 중요한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거리감感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접할 때, 무언가를 대할 때 일정 선의 거리감을 지니게 됩니다. 기생충의 대사를 잠시 빌려볼까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하는 겁니다. 이 선과 가까운 것은 익숙하고 멀수록 낯설게 느껴지죠. 훌륭한 이야기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라 하는데, 바로 이 극한직업이 그 낯설게 하기에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르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분식집이나 순대국집처럼 치킨과 비슷한 수준의 거리감을 지닌 음식 매체는 많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이 먹는 것은 거리감이 전부가 아닙니다. 음식이 아니라 분위기를 먹는다는 말처럼 우리는 치킨이 주는 느낌을 먹습니다. 본능적인 영역이라, 저도 연구가 온전히 되지 않은 터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순대국이나 치킨이 주는 느낌은 다릅니다.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과 외국 사람들이 느끼는 치킨의 거리감도 다르다는 겁니다. 하여, 중국의 경우는 치킨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랍스터로 소재를 변화시켰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일상의 서사라고 표현하는데, 우리가 축적해 온 환경의 서사가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우리만큼 극한직업을 보며 웃음을 얻을 수 없으리라 확신합니다. 이는 우리가 외국 환경의 서사가 깊게 깔린 이야기를 볼 때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지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변수變數가 너무 많은 겁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이야기란, 이 환경의 서사를 최대한 통합시켜버리는 것. 아니면 이 환경의 서사를 새롭게 만들어버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천천히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31)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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