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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 Nov 09. 2021

[진행 후기] 한 발짝 곁에 서는 인터뷰 시즌 3

뉴그라운드 시즌3 프로그램 / 프리랜서 인터뷰어 미란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인터뷰어 글쎄, 미란이에요.


2달 전, 뉴그라운드 시즌 2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인 <한 발짝 곁에 서는 인터뷰>를 시즌 3에서 한 번 더 진행했어요.

숫자로만 달이 바뀐 게 아님을 제 차림새나 에어컨을 켜지 않는 날로 체감한 9월이었어요.

프로그램을 한창 진행하던 오후 3시 즈음엔, 여전히 덥지만 선선한 바람이 서서히 불어왔거든요.

이번에는 시즌 2 정산과 리더 제안 받은 이야기, 9월 5일~9월 26일까지 4주간 참여자이자 동료들과 만난 이야기를 전할게요.





7월

23일(금) 뉴그라운드 시즌2 정산 내역 공유, 시즌 3 리더 제안

27일(화) 정산에 필요한 서류 전달, 시즌 3 진행 수락



유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마음은 생각보다 무거웠어요. 서점 에디터로 재직한 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해왔지만 느낌이 달랐죠. 아마 뉴그라운드라는 플랫폼을 통해 프로그램을 파는 게 곧 저를 파는 거라고 여겼기 때문인 듯해요. 이 감각은 프리랜서이기에 더 크게 다가왔을 거예요.


모임을 마친 후 기분 좋은 홀가분함과 탈력감이 오는 건 글을 한 편 써내는 것과 비슷하되 달랐어요. 시즌 마지막 즈음, 리더 모임을 통해 다들 책임의 무게가 있지만 내가 과도하게 짊어지고 가려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다음 시즌 리더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하는 시간이 꽤 길었어요.


아마 그 무게감이 짓눌려서 쉬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다면 한 번 더 시도해보지 않았을 거예요. 1 인터뷰하는 제 나름의 방법을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2 동료들이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해가는 과정을 가장 먼저 목도하면서, 3 새로운 맛을 알게 된 게 저를 움직인 큰 동력이었어요. 이 새로운 맛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다른 데서 만날 수 없을 게 분명했죠. 용기를 냈어요. 이번에는 긴장해서 맛의 풍부함을 놓치지 말고, 음미해보자고요.




<한 발짝 곁에 서는 인터뷰> 소개, 신청 페이지






8월

8일(일) 프로그램 기획안, 소개 페이지 작성

13일(금) 시즌 3 프로그램 오픈!

30일(월) 모집 현황 공유



꼼꼼히 내용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실 텐데요. 시즌 2와 내용에 큰 변화는 없어요. 프로그램 내용을 변형하지 않은 데는 이런 믿음이 있었어요. 프로그램을 유지할 때라야 차차 이런 게 있음을 알고 오실 분들이 있겠다(분명히!)는 믿음이요. 저만 꾸준하다면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뷰어와 그 수만큼의 이야기가 보일 테니까요.


대신 평일 저녁에 진행한 일정을 주말 낮으로 변경하고, 모임에서 전할 내용을 손보는 쪽으로 정했어요. 처음에는 가늠이 안 돼서 모든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거든요. 투박했죠. 아마 참여한 동료분들이 고생하셨을 거예요^_ㅠ 덕분에 감사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지만요(아래 사진). 리더로서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동료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소중하기에 조금 더 간결하게, 90분이라는 긴 시간이 버겁지 않게 여백을 많이 넣고, 필수적인 내용은 장표에 크게 표기하자는 기조를 잡았죠.


제가 오랜 기간 모임 진행한 짬바;를 발휘했다고 느낀 대목도 있어요. 모집 인원이 많건 적건 그건 운일 뿐이라는 흘려버림이에요. 인원이 적다고 해서 그걸 과오로 여기고 원인을 나나 외부로 찾게 되면 엉뚱한 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더라고요. 프로그램을 1회라도 진행해보는 것이 제겐 자산으로 남으므로, 이번 시즌에도 진행해보겠다고 시간과 마음을 냈으면 최소 인원 또는 인원 미달이더라도 꼭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어요. 모집이 마감되고 신청 인원이 몇인지 알기 전부터 이런 마인드셋을 했답니다.



뉴그라운드 <한 발짝 곁에 서는 인터뷰> 시즌 2 장미소, 권지현님 후기


뉴그라운드 <한 발짝 곁에 서는 인터뷰> 시즌 2 썽님의 후기 ( https://blog.naver.com/garsimiro/222449583391 )


뉴그라운드 <한 발짝 곁에 서는 인터뷰> 시즌 2 무아나님의 후기 ( https://blog.naver.com/njellhj1024/222437260168 )






9월

5일(일) 1회차 / 함께 할 동료들과 첫인사를 나눈 후, 참여하는 목적을 공유합니다. 인터뷰의 쓸모와 진행 방법을 익혀서 타깃과 주제가 명확한 인터뷰를 기획합니다.

12일(일) 2회차 / 기획한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할지 정합니다(온라인/오프라인). 인터뷰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를 알아보고, 질문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합니다.

19일(일) 3회차 / 첫 인터뷰로 알게 된 점과 흥미로운 점을 공유합니다. 녹취록을 작성하며 어려웠던 부분, 궁금한 점을 해소하며 인터뷰 방향을 다듬어봅니다.

26일(일) 4회차 / 최종본을 보며 상대(인터뷰이)와 나(인터뷰어)에 관해 알게 된 점, 이 이야기로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은지 나눕니다. 동료, 강사의 피드백으로 강점을 발견하고, 공개한다면 어떤 플랫폼을 이용할지 고민해봅니다.




ⓒ 인터뷰어 미란




제 경험에 기반한 정보(이자 팁)를 알려드리면서 각자가 인터뷰를 기획하시는 데 방향을 잡아가시게끔 리드하는 게 목적이기에, 참여자인 동료의 사전 정보 기준을 '거의 없음'에 맞추고 진행하는 편이에요. 인터뷰를 콘텐츠로 가끔 접하는 분들이라면 그 뒤에 어떤 과정이 있는지 잘 모를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요. 또 이미 잘알고 있는 분에게는 사실 제가 더 해드릴 얘기는 없다는 점이 하나(...), 기획을 실행에 옮기며 시행착오를 거칠 때 고충을 나눌 사람이 내가 될 수 있겠다는 점이 또 하나 있어요.


1달 내에 인터뷰를 기획하고 컨택해서 진행, 녹취록을 풀고 정제된 언어로 정리된 완성고까지 다다른다는 건 꽤 버거운 일정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동료들은 대개 본업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신경 쓸 다양한 일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체험해보게끔 한 데는 제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하나, 인터뷰 콘텐츠 이면에는 어떤 과정과 노고가 있는지 알리기 위함이에요.

저는 매번 실전에 임하는 인터뷰 현장보다 준비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더 길고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해요. 정제된 언어, 목소리, 영상으로 보기까지 보이지 않는 노동과 고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리하고 있는지 말하고 싶었어요.


둘, 가까운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라서예요.

친구, 동료, 덕친, 취미인, 느슨하게 관계맺은 사람 등 어떤 접점이든 내 관계망 안에서 더 알고 싶은 여성을 찾길 권해요. 제가 알려드리는 단계로 공적 자리를 마련해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간 너무나 가까워서 보이지 않았던, 가깝다고 눈여겨 보지 않았던 부분들이 서서히 드러나더라고요.


물론 여기서도 예외는 있어요. 저는 엄마처럼 긴밀하되 애증이 복합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인물은 가급적 피하길 권하는 편이에요. 대화 중에 어떤 게 서로의 트리거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어쨌든 내가 공적인 포지션인 인터뷰어라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고민하는 게 중요하죠.


셋, 내 삶의 태도를 점검해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인터뷰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사랑'과 '존경'이에요. 인터뷰이를 만나기 전에 그를 공부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게 흥미로워요. 그런 태도로 만나면 상대를 긍정적으로 대할 수 있죠. 저는 이걸 사랑하는 일이라고 봐요.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노력은 할 수 있을지라도,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겠죠.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저는 그때 필요한 노력이 존경하는 일이라고 봐요. 단순히 일이라서,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듣는 게 아니라,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사람의 고갱이를 발견할 수 있더라고요.






*프로그램 참여자의 허락을 구한 뒤 공개해요.

1주차
2주차
3주차
4주차



4주간 줌으로, 구글문서로 만나왔는데요. 구글문서에 적힌 저마다의 관심사를 보면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했고, #독서모임 #주거공동체 #동료 #친구 로 인터뷰이를 선정한 다음 대화를 나눈 기록을 통해 제가 그 자리에서 같이 듣는 상상에 빠졌어요. 제겐 인터뷰를 직접하지 않아도 그 과정을 곁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에요.


- 내가 왜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기록남기고 싶은지 고민해보고,

- 시간을 쪼개 어떻게든 30분 인터뷰를 진행하고(만날 수 없다면 줌으로라도!),

- 그걸 글이라는 형태로 기록하고,

- 발행할 생각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편집할 건지 가닥을 잡아보기.


프로그램이 끝난 뒤 인터뷰가 완성된 형태로 나오지 않더라도 괜찮았어요. 애초 이걸 목표로 삼은 게 아니었거든요. 이 과정에서 동료들이 인터뷰어의 자질을 발견하길, 인터뷰어로 사람을,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이 마음이 어느 순간엔 한 편의 인터뷰가 될 테고, 여러 사람과 만나며 저마다의 영향을 미치겠죠. 전 그게 <한 발짝 곁에 서는 인터뷰>의 역할이길 바라요.






10월

21일(목) 뉴그라운드 시즌3 리더 모임



뉴그라운드 시즌 3 리더 모임에서 나눈 고민들과 개인적으로 ORID 기법으로 회고한 내용으로 마무리할게요.


O 모임을 어덯게 리드했나요?

1-2주차에는 강의 비중을 크게 둘 수밖에 없지만, 3-4주차로 갈수록 동료들의 고민이나 고충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안배했어요. 리드할 때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은 정제된 언어로 설명하는 일이에요. 비슷한 표현을 되도록 자제하고, 입에 붙은 말을 떼어내려고 의식하곤 하는데 긴장하거나 연습이 부족하면 어김없이 튀어나오곤 했어요. 한 번 짚은 부분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해서 주마다 이전에 한 내용을 상기하는 정도로 언급해보려고요.


R 모임을 리드하며 가장 보람있고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인원이 많으면 서로가 얘기할 시간은 필연적으로 줄어들잖아요. 4명의 동료와 시즌3에서 만나는 동안, 더 긴밀하게 대화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어요.

동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길 바라는 마음에, 누군가 고민거리를 던지면 그 고민에 답해줄 수 있을 법한,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한 분에게 답해주길 요청했어요. 꼭 리더가 답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기 위해 택한 방법이기도 해요.


I 나는 리더로서 무엇을 배웠나요?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내가, 감히, 동료들에게, 알려준다는 포지션이, 말이 되나 < 인데요.

어쩌면 저부터 강사라는 틀에 갇혀있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하고, 답을 찾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어요. 내가 먼저 알고 있는 걸 공유한다고 여기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리드할 때 태도도 달라질 거로 기대해요.


D 다음에는 어떤 부분을 강화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서 모임을 리드하고 싶나요?

다음에는 주차별로 더 간결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모임을 정시에 시작해 정시에 마치고(대체로 잘해낸 편이지만요!), 동료들이 서로의 고민을 알고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장을 고민해보려 해요. 기존에 잘한 것들은 가져가면서요.



+ 모임 전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시나요?

모임 며칠 전에 장표를 만들고, 당일에는 줌으로 모임 시간만큼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모임을 진행했어요. 구글문서는 모임 다음 날 확인할 수 있게 세팅해놓아서 참여자분들이 내용을 작성하시도록 했고, 제 코멘트는 모임 이후에 남기곤 했어요.


+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모임 전에 압박감이 들다가 조금 버거워질 때면 '이 모임을 하고 나면 분명 얻는 게 있다!'고 마인드컨트롤 했어요. 그 외에는 몸을 움직이고 맛난 걸 먹으려고 했고요.


+ 리더가 혼자 기획하고 예상한 것과 실제 모임은 어떻게 달랐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셨는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4주차 이후에는 1~2분의 인터뷰 콘텐츠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결과물까지는 모임 기간 내에 볼 수 없어 조금 아쉽기도, 그렇기 때문에 더 기대되기도 해요. 그렇다고 이 기획이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모임 때마다 참여자분들이 고민하는 지점을 들여다보고 같이 고민하고 나름의 답변을 찾아간 데서 의미가 있었다고 믿어요!




저를 프리랜서 인터뷰어라고 소개하는 일이 낯설었는데, 뉴그라운드라는 판에 올라 노니면서 점차 익숙해져가요. 나를 내보일 기회를 주셔서, 믿고 지지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또 곁에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용기내주신 4분께 사랑과 존경을 담아 감사해요.

이 인연은 이대로 끝이 아니라 느슨하게 연결되어 서로에게 지지가 되어줄 거로 믿어요. 우리 또 만나요!

(+ 인터뷰 공개하시면 꼬옥 알려주세요. 이 구역의 1독자 바로 저예요,,)






| 프로그램 리더인 미란은 어떤 사람이냐면요.


 질문 너머 당신을 발견하는 인터뷰어


인터뷰 하는 동안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되새기곤 해요. 비단 마주해서 대화나누는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그 사람을 상상하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고심하며 질문을 구성할 때부터, 만날 날과 장소를 정할 때, 만난 후 대화를 복기하며 곱씹고, 글 형태로 정리하는 순간까지를 포함하고 있죠.


저마다 다른 모양, 결, 색깔, 냄새와 나이테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고유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 바로 인터뷰어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한 발짝 곁에 서는 인터뷰>에서는 어떻게 그 이야기를 듣고, 정제된 언어로 전달할지 다룰 예정이에요. 스킬에 앞서 어떤 마음과 태도로 인터뷰이를 대할 건지 고민하다 보면 내 삶에도 조금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자리잡을 지도 모르죠.



뉴스엔 기자, 질문서점 인공위성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이를 인터뷰해왔습니다. 질문, 대화, 기록이라는 키워드에 큰 흥미를 느끼며, 셋 모두를 품고 있는 인터뷰를 가장 좋아합니다. 본인이기 때문에 볼 수 없는 점을 제가 유리처럼 비춰줄 수 있을 때 성취감이 큽니다. '질문 너머의 당신을 알아간다'는 슬로건으로 무소속 여성 인터뷰 프로젝트 <FIND YOU BEYOND THE QUESTION>을 연재한 후, 이야깃거리가 있는 곳에서 소속 없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무소속 여성 인터뷰 프로젝트 <FIND YOU BEYOND THE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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