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 Blind love
작년에는 매일 짤을 모았고, 올해는 그걸 바탕으로 짤-뉴스페이퍼를 쓰고 있는데요.
(궁금하다면 링크를 눌러보세요)
올해는 뭘 모아볼까 고민하다가 잡음으로 치부되는 일상소리부터 기억을 품은 곡에 이르기까지, 100일간 플레이리스트를 꾸려봅니다. 특히 강한 기억이 할퀸 곡의 경우 티엠아를 (길게) 남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인터뷰 초고를 정리하다가 기억을 되짚을 겸 <시대유감>을 들었다. 정규 4집에 수록된 인스트루멘탈과 싱글에 수록된 곡을 비교해가며 듣다 보니 연속적으로 노래를 추가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에 기억이 묻으면 갑분 출발! 추억여행 아닌가요^^)/ '취향', 거기다 열렬히 덕질했을수록 가속도가 붙는데, 이번에는 공교롭게 서태지였다.
내가 처음 서태지를 안 건 초6? 중1? 때 유별난 반 친구(남)를 통해서였다. 당시 쉬는 시간마다 그 친구가 <울트라맨이야> 뮤비를 틀었고, 빨간색 레게 머리를 흔드는 모습과 교차하는 울트라맨 영상이 충격적이라 그다지 호감 가진 않았다. 당시 아이돌 노래(=신화)에 심취했던 터라 밴드 음악, 그것도 락은 더더욱 어색했겠지. 전학 간 학교에서 절친(여)이 일본 락밴드부터 한국 락밴드를 섭렵하면서 중2~3 때 다시 서태지와 만나게 됐다. 이번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다행히(?) 그때 만난 곡이나 비주얼에 거부감 들지 않은 덕에 몇몇 노래를 듣다가 전 앨범으로 확장되면서 본격적인 덕질이 시작됐다.
고1 때 교과서와 노트마다 '미친매니아'라는 수식어로 도배해둘만큼 수치를 몰랐고(ㅋㅋ), 아이돌을 파던 과거일랑 어린 날의 치기마냥 굴었다(이때는 몰랐지 내가 다시 아이돌을 파게 될 줄^^). 한 번은 국어 선생님이 그걸 유심히 보다가 동어반복 아니냐고 물었다. 영어로 mad mania 니까 맞는 말인데, 그때는 고유명사라고 여겨서 그런 지적이 달갑지 않았다. 외부인이 뭘 알아ㅡㅡ 이런 마음,, 청소년기는 내집단과 준거집단이 확고해지는 사회화 기간입니다,,,
그는 활동기가 현저히 짧고 공백기가 미친 듯이 긴(n년은 기본) 사람이라 내가 덕질한 때가 적기였다. 그때 막 7집이 발매됐기 때문에 mbc에 한정한 특집 방송이 방영됐고 전국투어 콘서트도 있었다. 야자 마치고 돌아오면 매일 서태지닷컴에 들어가서 (대부분 나보다 나이 많은) 매니아들과 쪽지나 댓글로 대화나누고 소식 공유하는 데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학교에서는 우리 반을 포함해 다른 반을 돌며, 교외에서는 부산대 앞에 나가 서명운동도 받았는데 <F.m.Business> 가사 관련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가뭄에 콩나듯 서태지의 이벤트 메시지가 뜨면 흥분하며 잠 못 이루던 때이기도 했다(그때의 이벤트라면 서태지의 음성 메시지?). 분명 2004년에 살면서도 나는 90년대 중후반에 머물러 과거를 팠다. 93년에 공연한 실황 비디오를 사거나 정규 앨범을 사모으는 등 거의 10년 전 역사를 탐닉하는 데 시간이 아깝지 않아서, 그즈음 서태지가 들어간 대중음악사라면 죄다 읽어보고 다큐를 찾아봤다.
동시에 철학과 토론에 관심이 현저히 커져서 곁가지로는 마왕(신해철)을 한 편에 두었고, 둘이 친척이라는 데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자퇴를 잠시 생각하다가 쫄려서 포기하고 대외활동을 많이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조금씩 견문이 생겼다. 정확히는 어느 곳에나 질문하기 시작한 거지. 어릴 때부터 당연했던 교회를 다니고 기독교를 믿는 일에도 해당되어 나중에는 자의로 나가지 않기에 이른다. 그런 용기와 심지를 다져준 데 그의 영향이 분명히 있었을 터. 하지만 아이돌에 길들여진 내가 막연한 공백기를 기다릴 수 있을리가. 그 덕질은 고3 올라가면서 상극인 담임과의 마찰이라는 환경에 놓이며 ss501로 변모하고야 만다(역시 덕질이란 모를 일,,,).
그래서 <Blind love>가 왜 갑자기 나왔냐면, 기억이 으레 그렇듯 <시대유감>에서 시작해 즐겨듣던 곡을 플리에 넣다보니 여기까지,,,,,,,,
<난 알아요>는 워낙 유명해서 그 시대를 몰라도 노래만큼은 알 수밖에 없는데, 영어 버전인 이 곡은 같은 멜로디임에도 감성이 사뭇 다르달까. 한때 너무 심취한 나머지 <난 알아요>를 듣다 보면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어서 오히려 영어 가사로 된 곡을 들으면 그 감정이 조금 정제되는 기분이랄까. 동시에 투박한 영어 표현이 좋아서(=웃겨서) 듣다 보면 꼭 '모멘트'에 걸리곤 했다(ㅋㅋ). 이제는 그 부분을 듣기 위해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참, 서두에 나오는 어색한 영어 대화도 포인트. 얘기하다 보니 레트로 열풍에 이런 노래가 언급되지 않는 건 좀 의아할 지경인데, 워낙 유명해서인지 매 앨범마다 장르가 달라서인지?
<Blind love>와 함께 연속적으로 들어줘야 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서태지 곡을 나열하면서 마무리해야지. 궁금해진다면 츄라이 츄라이~~~
-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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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