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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용 Jan 01. 2025

오징어게임2를 보며 소설 '채식주의자'가 떠오른 이유

스포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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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며칠 전에 쓰려했던건데, 참사로 며칠 머리 식히고 이제 글 써봅니다.
 
 채식주의자가 떠오른 이유는, 별게 아니고 세계적으로 먹힐만한 작품이어서였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한국적이기까지 했네요.
 
 오징어게임 시즌2는 7부작입니다. 1화 평이 가장 좋고, 저는 2화가 개연성이 떨어져 별로였는데 3화부터 6화까지는 재미있게 봤고 7화는 다들 욕을 했죠. 대부분 비슷하게 평하는 듯 합니다.
 
 감독은 작품을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려 했던 것 같습니다. '625도 살아남은 장금자 여사'라던가 '월남전'에 대한 묘사가 그랬고, 트랜스젠더 배우가 전직 군인이었던 점은 3년 전 자살했던 변희수 하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오락영화를 넘어서 작품에 한국을 담고싶어하는 감독의 욕심이 느껴졌습니다.
 
 세계 보편적인 부분은 바로 투표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겪고있는 양당제의 폐해에 대해서 묘사하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게임을 계속할지 중단할지 결정하는 O, X 투표에서 선거유세를 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묘사시켰고요. 다수의 결정에 전체가 연대책임을 지다보니 격화되는 갈등, 그리고 너 O야 X야 얘기하는 상황에서 1찍이냐 2찍이냐 묻는 최근 3년간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군요.
 
 가장 결정적이었던 내용은,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상대를 '죽여서 없애는' 모습을 통해 혐오 행동의 명확한 정의를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정치적 언어로서의 '혐오'는 일상에서의 '혐오'와 비슷합니다. 
 
 ‘혐오’는 나에게 죽음을 불러올 수 있는, 그래서 나를 분노하게 만드는 더러운 것을 없애고 치워버리고 싶은 욕구입니다. 간단하게는 똥이나 오줌 가래부터,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면 정액도 있고, 위생 개념을 넘어서 나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들에게까지 혐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정치적 관점에서는, 정적을 사람이 아닌 죽여도 되는 동물로 묘사한다던가 (쥐박이, 닭근혜) 공동체에서 추방해버린다던가(북으로 꺼져라)가 대표적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유대인을 절멸시켜버리려 했던 홀로코스트가 있죠.
 
 현실에서는 그래도 상대방을 죽여서 없앨 수는 없고,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경험한 서구권을 중심으로 혐오발언을 강력히 재제합니다만 .. 그런 통제를 없애고 혐오발언이 극한으로 치달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한 묘사를, 오징어게임2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시청자와 해외 시청자들의 평이 갈리는 부분이 좀 있는거 같은데요. OX 투표와 같은 부분은, 국내 시청자들이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해외 평론가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을겁니다. 
 
 스포 글인데도 끝까지 다 읽은 분을 위해 말씀드리면, 오징어게임 시즌2 재미있습니다. 한번 봐보세요.
 
 그리고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타인에 대한 연민 (The Monarchy of Fear)
 정치적 감정 (Political Emotions), 저자는 둘 다 마사 누스바움
 를 추천드립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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