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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향 Dec 29. 2023

천혜길

2021.08.01

나뭇잎 사이로 반듯이 내려오는 햇빛, 작은 햇빛들이 모여 밝다. 눈앞에는 담벼락, 등 뒤에는 사찰과 암자. 불교에서 말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불이 있다. 절은 불이고 붉은 나무는 불과 함께다. 절이자 불이자 monster가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두렵다. 두려운 마음에 담을 넘는다. 눈앞에는 천혜길, 왼편에는 대나무 숲, 오른편에는 담장. 울퉁불퉁한 반듯한 길, 불교에서 말하는 길이다. 대충 콘크리트와 자갈을 섞어 만든 길. 거칠지만 쭉 뻗어있다. 이 길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천의길인가 천혜길인가. 惠길인가, 慧길인가. 허나, 길을 다 걸으면 알 수 있다 한다. 무엇을 알게 되는지는 모른다. 千慧인 것 같지만 천 가지 지혜를 얻는다면 惠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이 意일 수도 있겠다. 난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거의 없고 길은 멀리 뻗어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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