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혜림 Feb 21. 2022

대체 불가 인재 관찰기(1)-편안한 미팅을 만드는 PM

부드러운 미팅을 만드는 매니저님 프로파일링

내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노라면, '공사를 막론하고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일상이나 회사생활 어디서든 대체 불가능한 (만일 퇴사한다면 chaos가 되어버릴) 사람들을 동경하고 있다.


오늘의 글은 미팅을 깔끔하게 진행하는 사람을 뽑는 대회가 있다면 1등을 차지할 프로덕트팀 매니저님에 대한 관찰지다. 수식에서 느껴지겠지만 주로 미팅을 주도하는 매니저님의 모습을 프로파일링 했다. 


디자인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Product Manager임에도 새로 들어오신 개발자가 '저분 개발자인 줄 알았어요'라고 할 만큼 분야를 가리지 않는 고수라 언젠가 제너럴레이터로서의 면모도 연구해보겠으나... 아직까지는 다른 차원의 고등 생물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따라 이어질 내용은 그나마 내가 매니저님의 말과 행동에서 의도를 유추할 수 있는, 미팅과 이해관계자들을 대하는 온도나 문장 및 행동에 대해서 정리한 몇 가지 팁이다. (브런치가 매니저님에게 닿지 않기를.)



이 글이 필요할 사람은?

내가 참여하는 미팅의 분위기는 항상 얼어 있다고 느끼시는 분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분

PO/PM 주니어 거나 언젠가 PO, PM이 될,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해야 하는 주니어





자타공인 일 잘하는 매니저님

매니저님은 회사 대부분의 미팅에 참여하(는 수밖에 없)는 핵심 인력이다. 일주일에 15~20시간 이상은 미팅에 참여하는데 CEO Staff 혹은 COO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인사, 사업부, 프로덕트 팀, 재무, 법률, 팀원 1 on 1, 대표 1 on 1, 커피챗 등 무의미하게 참여하는 미팅도 없다.


장르 막론, 모든 세션에 초대를 받는 이유는 명료하다. 매니저님이 회의에 참여하면 Agenda(아젠다) 공개부터 논의, Wrap up까지 논리적이고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디어의 오류를 정정할 때에도 기분 나쁘지 않게, 스무스하게 여쭙는다. 덕분에 모든 미팅 참여자가 '우호적인 회의를 주도해주시는구나' 하고 느낀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카피바라 같은 이미지

점점 책임이 늘어나 주 평균 10시간 미팅이 잡히는 내게도 이런 마법 같은 능력이 필요했다. 실력자를 쫓아가기 위해선 일거수일투족 추적하고 모방하는 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요즘의 나는 매니징 능력을 키우려 매니저님을 파악하고 그림자처럼 따라 해보는 중이다.



1. 선공감 후 질문

회의의 모든 사람들이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드물지만 각 부서의 OKR을 위해 타 부서의 KPI를 무시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기도 하고, 고객의 사용성을 무시한 비즈니스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어폐가 있는 요구사항을 듣는 프로덕트 팀(타 부서도 마찬가지), 매니저들은 얼굴에 그림자가 짙어질 수 있다. "도대체 왜 저런 아이디어를 갖고 오는가" 하며 짜증 섞인 얼굴로 바로 반박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실제로 비언어적/언어적 표현을 동원해 그들에게 은은한 분노를 흘려보내는 사람들을 보았다. 하지만 속 안에 있는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내버리는 회의는... 지옥도 그 자체다.


프로덕트 팀이라 기디개라고 썼지만... 무슨 팀을 넣어도 무관합니다!


만일 아젠다나 발제자의 의견이 논리적이지 않거나 오류가 있더라도 우리는 우선 공감해야 한다. 코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끙끙 싸매고 들고 온 그들의 아이디어가, 고객의 사용성을 저하시키거나 타 부서의 KPI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본인들도 (은연중이더라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기간 안에 이 것이 최적의 아이디어라 판단해 미팅에 들고 왔을 것이며, 강제로 집행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인비(invitation)를 보내왔을 것이다.


이 점을 유의해서 우리는 반박을 하려는 마음에 제동을 걸고 그들이 겪은 문제에 공감을 해야 한다. 네 글자로 역지사지. 공감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한 번 미운털 박힌 멤버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오류가 있다고 단정 지어버리거나 '왜 저래;' 하는 마음을 내비칠 수 있다. (그런 사람 정말 많다!) 매니저님은 발제자가 요구사항 및 아젠다에 대해 브리핑을 마치면, 액션 아이템에 대한 논리적 오류를 점검하기에 앞서, '이 기획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일까요? 제게 알려주시면 말씀해주신 아이템 말고도 다양한 솔루션을 같이 고민해볼 수 있을 거예요.'라고 되묻는다.


혹여 원심(문제)에 다시 되돌아갔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기획을 일단 고! 라며 추진시켰으면 하는 이해관계자가 있다면 그때, '당신의 아이디어는 ~한 지점에서 오류가 있어요.'라고 하지 않고 '~한 경우도 생각해보셨을까요? 저는 ~라고 생각해요.'라고 물어본다. 질문을 통해 발제자 스스로, '생각지 못한' 이슈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해보게 함으로써 조금 더 정답에 가까워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2. 반박 후 '내 아이디어'도 말해주기

예컨대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나쁜 예

발제자  "저는 a를 해결하려면 b가 필요하기 때문에 c보단 d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는 ~에서..."

참여자  "[말 끊음] 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e(상황)를 커버할 수 없잖아요."

발제자  "아... 네... 그 부분을 제가 놓쳤습니다...(정적)"

참여자  "(정적)"



변수를 예상하지 못한 발제자의 공통적인 표정ㅠ...


상상만 해도 기운이 축 처지는 대화다. 고민을 깊게 할수록 어떤 질문이든 잘 대답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열심히 생각해도 대처하지 못하는 케이스도 있긴 마련이다.(예를 들어 기술 부채로 인한 한계, 이런저런 레거시가 복잡하게 얽힌 정책) 발제자가 이런 절벽같은 핑퐁을 수차례 경험한다면 미팅에서 의견을 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이디어를 가져온 사람이 고민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목적이라면 경고를 주는 것이 좋다.


이럴 때 '고민을 안 했나? 나는 기획 듣자마자 바로 반박할 수 있는 질문이 떠오르는데... 진짜 답이 없네;' 라며 생각하고 은은한 분노를 흘리지 말고, 반박한 후 좀 더 나은 개선이 될 수 있는 내 아이디어도 덧붙여 주는 게 서로에게 이롭다.



좋은 예

발제자  "저는 a를 해결하려면 b가 필요하기 때문에 c보단 d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는 ~~"

참여자  "그건 e(상황)를 커버할 수 없어요. 대신 ~하려면 f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세요?"

발제자  "그 부분을 놓쳤었네요. OO님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 내리고, 미팅 끝나고 공유드릴게요."

참여자  " : > "




3. 회의 방향성 각성시키기

'우리는 이 회의에서 어떤 논의를 하기 위해 모였나요?'


주니어가 진행하는 미팅에 참여할 때마다 제일 자주 하시는 말 같다. 내가 초대드리고 진행한 미팅에서도 많이 해주셨다. 


보통 'A'라고 하는 기획이 있다면, 'A'에 대한 아이디어부터 정책, 개발 기간, 피드백 각 단계의 인사이트를 하나의 미팅에서 한 번에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크기에 상관없이 홀로 기획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니어, 매니저의 도움이 절실하겠지만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부터 개발 기간 문의 및 피드백 요청을 한 번에 점검하는 자리를 만드는 건, 판단과 책임을 그들에게 의탁하는 것이다 다름없다. 글이나 말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정제된 아젠다로 구분해서 미팅을 만들어오자.



미팅을 산으로 보내기 전에 아래 질문에 대답해보니 도움이 되었다.

아이디어 브레인 스토밍을 위한 자리인가요?

정책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정하기 위함인가요?

상세한 개발 기간을 조율하기 위함인가요?

아이디어 기획의 최종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기 위함인가요?




4.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미팅에 익숙해진 회사원들이라면 미팅을 마친 후 다음 안건을 확실하게 정해두는 게 습관이 됐을 테지만, 마무리에 약한 사람들도 더러 존재한다. 미팅을 주도한 사람이 두 유형중 누가 되었든 종료 시 Wrap up을 해야 한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미약하지 않도록, 매듭도 잘 지어주는 게 팀원 간 신뢰 자산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구글 Docs로 정리하든, 노션이나 슬랙에 옮겨 적어도 상관없는데 주의할 점은, Wrap up을 잘한다는 건 미팅 로그 판서를 잘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결정지어진 안건을 잘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저 결정지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미팅 참여자 중에서 담당을 정해서라도 이슈를 분배하고, 바로 다음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이 있다.


Wrap up을 해야 할 때에 매니저님은 보통 이런 말씀을 하셨다. 평범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문장들이다.



'다음 주에 저희가 모일 때에는 ~를 정해서 보도록 해요. 다음 미팅에도 제가 필요하다면 캘린더 빈 시간에 초대 주세요'

'~는 OO님이 맡아서 정해주시고, ㅁㅁ님은 ~를 정리해서 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상호 간 예의, 공감, 협조적인 태도 이 삼박자를 맞추면 미팅은 자연스레 흘러간다. 물론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당연히 모든 걸 갖추고 만나는 게 옳지 않나? 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앞의 세 가지 요소와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문장과 행동들은 <Inspired (인스파이어드)>라고 하는 PM 필독도서에도 등장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기본적이지만 누구나 놓치기 쉽고, 적용하면 미팅의 흐름이 더 좋게 변하는 것들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성장하는 환경, 세계는 남들도 같이 성장하는 환경인 걸 잊지 말자. 그리고 나는 세계 속 엑스트라가 아닌 무대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Take own handle.


요즘 글을 왜 이렇게 자주 기고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덧붙이자면...! 약 한 달 전부터 힙한 서비스의 비밀에서 운영 중인 '힙한 주니어들의 비밀, 줄여서 힙주비'에서 1주일에 한 번씩 글을 쓰는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매번 제출 기한인 자정을 넘기는 편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