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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림 Apr 29. 2021

학생 창업의 서류, 투자 그리고 권리

공동 창업자가 꼭 알아야 하는 배경에 관하여(2)


이전 글을 통해 학생 신분의 창업자가 스타트업의 토대를 쌓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가벼운 정보를 전달했다면, 이번 글은 창업자가 스스로 정당한 이익을 쌓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공유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공동 창업자가 가지는 권리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서류, 더불어 투자에 대한 배경 지식을 위주로 작성해 보았다.



이 글이 도움 될 수 있을 분들
○ 학생 창업팀을 꾸릴 계획인 예비 창업자, 공동창업자

○ 창업팀의 팀원으로써 어떤 걸 준비해야하는지 막막한 분들
○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가 궁금한 분들


지난 글 학생 창업의 첫걸음(1) https://brunch.co.kr/@sunshl0203/2




1. 창업자이자 근로자임을 증명하는 문서 '둘 다' 작성하기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의 원천인 인프라를 마련하고 법인 설립을 통해 회사를 마련했다면 이제는 공동창업자이자 근로자인 스스로의 위치를 명확히 할 차례다.


공동 창업자의 입장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회사의 스톡옵션, 즉 지분을 갖는 것이다. 창업자가 두 명 이상일 경우 정관을 통해 회사의 스톡옵션을 나누고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걸 넘어 지분을 얼마큼 나눌 것인지 의논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단계에서 불협화음과 이탈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각자의 기여도를 수치로 산정하고 그걸 이익으로 치환하는 것은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계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의논 과정에 나온 사안이나 결정들을 주주 간 계약서/주식 증여 계약서로서 문서화하고 서로 나눠 갖는 것(교부)은 아주 중요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계약서 자체가 신뢰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창업 동료들은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는 없고 헤어지게 되는 날에 어떤 조건으로 창업을 함께 시작했는지 증명할 유일한 수단이 되는 게 계약서이다. 대표이사는 공동 창업자의 부정한 이탈을 막기 위해, 공동 창업자는 정당한 대가인 지분을 증명하기 위해 각자 날인하게 된다.


주식 증여 계약서를 처음 마주한 나


서류를 처음 마주하게 되면 마치 노동법이나 헌법을 열어 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글을 읽고는 있지만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나만 그랬을 수도 있다.) 주주가 이행해야 하는 의무 사항들이 다소 딱딱하게 기재되어있기 때문인데, 속 뜻을 알고 나면 그리 어려운 계약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되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증여 주식의 종류와 수

 분쟁 관할 처

 증과 여의 성명과 서명 (날인 및 인감)

쉽게 풀어내어, 증(대표이사)이 여(본인)에게 얼마의 주식을 증여하는지, 그리고 계약으로 발생된 문제는 어디서 해결하는지, 서로 합의 하에 계약을 이행하는지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을 어떤 액수로 얼마큼 증여받는지를 아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꼭 알아둬야 할 4가지 정보가 있다.



1. 원래 지분은 대표 이사가 혼자 독식하게 되는 건가요?


지분은 자신이 공동창업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창업이니 N빵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리주의적 접근이 있을까.


기여한 바가 같다면 창립자들과 N빵 하는 게 좋겠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대개 대표이사가 60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이미 1/n로 지분을 갖기로 정했다면 저와는 다른 세계를 겪고 계실 것)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의결권 행사의 주체를 결정한다는 관례대로 비율이 불균형하게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빠른 운영 판단을 위해 대표이사 단 한 명의 의결권과 권리를 타 멤버보다 더 높게 삼는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만 보면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VC가 회사의 지분을 가져가는 대가로 투자를 받는 지분 투자가 성사됐을 때, 작고 귀엽게 시작한 공동창업자의 지분 파이가 '더' 작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전체의 60%를 가진 자가 겪는 1%의 상실과 10%를 가진 자가 겪는 1%의 상실은 천지차이다.) 물론 각 스타트업마다 지분을 공평하게 나누는 경우도 있으므로, 자본금과 시간을 공평하게 사용했다면 n분의 1을 제안해보아도 좋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각자 얼마큼의 자본을 상납(?)하는가에 따라 지분 비율이 정해지는 게 맞으므로 명확한 최대 기여자가 있는 경우라면 파이가 쏠리는 것에 크게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을 갖는 게 좋을 것이다.

+ 증여받은 주식의 % 보다 정확한 수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게 좋다. % 는 가변적이지 않은가. 회사가 증자나 감자를 하게 되면 % 값은 유명무실해진다.




2. IT 스타트업에 주식 처분 제한을 걸 거면, 적어도 근무한 기간만큼의 주식은 인정해주기로 약속. = Vesting 하자.


지분을 나누고 회사를 굴리기 시작했는데 누군가 너무 일찍 퇴사 해버리거나 재직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서 만든 것이 의무종사기간이다. 최대주주 입장의 보험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IT 스타트업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궤도에 오르려면 적어도 5년 내외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필수 인원이 빠져나가도 회사 자본에 타격이 없도록 하는 경계선과 같다.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때까지 함께 힘을 보태야만 이후 주식을 가지거나 사고 팔 권리를 부여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일찍 퇴사하면 계약서 상의 액면가 * 주식 증여 수만큼의 돈만 받고 나오게 된다. 물론, 사업이 5년 내외의 시간 동안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학생 공동창업자가 무자본으로 3~5년을 근속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Vesting이다. Vesting을 통해 특정 기간마다 상호 합의한 주식 수만큼의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1년만 일해도 1,000주의 소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1년 뒤 퇴사하여도 1,000주만큼은 대표이사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3. 겸업 금지가 아니라 경업 금지.

Vesting을 통해 퇴사 이후에도 이전 스타트업의 지분을 갖고 있게 되었다. 하지만 조항을 보니 겸업 금지라고 되어있다. 주식을 다 팔지 않는 이상 재취업을 못하는 건가...?

아니다. 속 뜻은 '비슷한 회사에 이직하며 기술을 유출하는 것의 금지'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유사한 사업을 직접 경영하거나 관여하지 말 것을 명시하는 조항인데, 겸업보다는 경업으로 읽는 게 좀 더 와닿는다. 퇴사하더라도 다른 직장에 취업하지 말라는 게 아닌, 아이디어를 들고 튀지 말라는 당연한 이치를 기재한 것이니 걱정하지 말자.




4. 주주 간 계약서를 잘 작성했다면, 그다음은 근로 계약서다.


유바바도 계약서를 써주었는데...


이력서에 기재되는 업무 기간은 근로 계약서를 기준으로 한다. 근로 계약서를 작성한 날짜가 아니라, 함께 회사의 형태가 아닌 시절, 즉 사업을 시작한 날짜를 기준으로 이력서에 기록하게 된다면 피면접자 정보 확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법인 등록과 동시에 근로 계약서를 작성해서 창업 기간과 경력 기간을 일치시키도록 하자.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주주 간 계약서보다 간소하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작성했던 사장님과 나의 관계를 대표이사와 공동창업자로서 생각하면 된다. 이때, 영 엉뚱한 업무로 기재하지 말고 앞으로 본인이 해나갈 업무 형태를 잘 추려 작성한 근로 계약을 진행하자. 그러기 위해선 본인의 업무에 대한 이해가 확실해야 한다는 기저가 있다. 나는 안타깝게도 디자이너가 아닌 개발자로 들어가 있는 걸 뒤늦게 확인했다.(...)


근로계약서는 본인의 이력 증명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스타트업에서 일 한 만큼 돈을 받는다는 근로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IT 스타트업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안정적인 J커브를 그리는 일은 드물다. 투자금을 쪼개어 생명을 연명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투자가 유치되기 이 전에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만에 하나 좋지 팀이 와해가 되어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하는 일은 없길 바라지만, 불상사가 일어났다면 이때 일한 시간만큼의 임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로 계약서다. 주주 간 계약서와 마찬가지로, 서로 교부하여야만 한다. 작성 이후 원본을 나눠가지지 못했다면 퇴사 이후라도 재발급 요청이 가능하니 돌려받지 못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꼭! 서로 원본을 나눠 잘 보관하도록 하자.



2. 벤처 사업을 이해하기


이제 회사가 운영되기 위한 모든 단추가 마련됐다. 이제 자본금만 있으면 된다! (허허)


운영 자본금을 획득하기 위해 학교의 지원을 받아 국가사업에 통과를 하거나 하지 못했어도 상시 투자는 노려야 한다. 대개 팀이 기획과 개발을 통해 사업 아이템의 MVP가 제작됐다면 초창패같은 정부사업을 시작으로 대학 창업경진대회, 금융 기관을 포함한 중견/대기업의 투자전략처, 벤처캐피털 (예: 500, 매쉬업, 스프링캠프, 소풍, 캡스톤, 프라이머 등)이 제시하는 프로그램, 로드맵 등에 맞춰 사업계획서와 IR를 제출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앞서간 스타트업의 IR와 피칭을 무조건적으로 답습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스타트업이 어떤 단계(라운드)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해당 라운드마다 어떤 마일스톤과 성과 지표가 요구되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기관별 선호 투자 분야와 가용 펀드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스타트업 씬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투자 라운딩의 의미가 빠르게 변화해왔지만 현 기점의 단계별 특징을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Pre-seed, 서비스와 제품의 MVP(최소 기능 구현 단위)를 만들고, 마켓 플레이스에 유입되기 적합한 아이템인지 확인하는 단계.

Seed, 마켓 플레이스에 적합한지 확인한 결과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MVP에서 확장시키는 단계.

Series A,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단계. 내부 순환 구조가 아닌 확장 가능한 모델이어야 한다. (Like 카카오의 사업 확장성)

Series B, 비즈니스 모델의 '순 매출'이 증가하는 단계

Series C, 총 이익 규모만으로도 벤처캐피털이 투자 의향을 가질만한 단계



내가 몸 담았던 IT 서비스 스타트업의 경우는 Seed 단계 같은(?) Pre-seed 단계였다. 대표가 이전에 창업을 한 경험이 있어 토스와 카카오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의 대표분들, VC분들과의 인연이 있었던 덕택이다. 인맥이라는 발판이 있었기에 원래라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과 미팅을 할 수 있었고, Pre-Seed라고 하기엔 조금은 애매하게 커간 것 같다. (대한민국은 혈연, 지연, 학연이라 했던가.) 하지만 내로라하는 VC분들과의 미팅까지는 순조롭게 성사됐으나 순수한 서비스만의 힘으로 얻어낸 기회가 아니다 보니 실 투자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여하튼, 이후의 단계는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확고히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되어 Pre-seed 단계에서 지원할만한 투자 프로그램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
사실, Pre-Seed나 Seed 단계가 지나면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보다는 벤처캐피털에 직접 투자 의향이 있는지 문들 두드리고 다니는 것 같다.)



육성 프로그램형

주체는 굉장히 다양하다. 주로 사업 아이템 관련 기업이나 금융 기관, 벤처캐피털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데모데이 :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아이템과 사업 모델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행사이다. Fastfive처럼 계열사에 벤처스도 있는 경우, 공공 사무 오피스 건물에서 데모데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시드 프로그램 :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성장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엑셀러레이팅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 사업화 자금 지원과 동시에 창업 교육, 멘토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대회형

국민대기술지주, 서울대기술지주와 같은 대학교의 벤처 투자팀에서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하는데, 대개 입상한 팀을 대상으로 투자를 제안해온다. (그렇지 않은 경진대회도 많다.)


기업 간 협업형

공통된 산업군을 갖고 있는 기업체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테크핀/핀테크 아이템이라면, 국내의 금융 기업들과의 협업을 진행하는 방식. 성공적으로 협업이 진행되었을 경우 투자나 기업 인수 제안이 들어온다고 한다.



+

드디어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알아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속으로만 생각했던 걸 모두 쏟아낸 것 같다. 더 떠오르는 게 있다면 작성할 테지만 이제부터는 스타트업 디자이너가 임야 개척하던 시절의 기억을 써 내려가고 싶다. 아, 회사의 시스템을 만드는 일도. 초고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고되지만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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