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smus+를 통해 또 다른 나라에서 한학기 동안살아보기
내가 교대에 다니던 당시에는 교환학생 제도가 없었다. (요즘은 몇몇 교대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교환학생 제도 자체에 대해서 무지했고, 처음 라트비아 대학교로 진학할 당시 교환 학생을 떠날 계획도 없었다. 첫 학기를 끝내고 난 이후에 라트비아 대학교의 경우 세 번째 학기에 석사생들도 교환학생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늘 함께 다니던 친구들과 의논한 끝에 에이미, 야스민, 루스와 나 네 명 모두 교환학생에 지원하기로 했다.
교환학생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우선 아주 단순한 이유로는, 다른 나라에서 4개월가량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나의 유학 이유 중 하나는 여러 나라의 교육 환경과 제도, 분위기를 경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 유학 목표와도 맞아떨어졌다. 교환 학생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다른 단과대의 수업도 신청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본적교에서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과 호환이 가능해야 하고 교수님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어쨌거나 내가 듣는 수업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언어를 배울 기회였다. 보통 교환학생들에게는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언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나는 새로운 언어를 접해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해외 대학교로 한 학기 혹은 일 년 간 공부하러 가는 것을 흔히 교환학생이라고 하는 반면에, 유럽 내 대학교에서 유럽 내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온 학생들을 Erasmus라고 한다. 가끔은 편의에 따라 exchange students나 Erasmu로 통칭할 때 도 있지만,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는 복지가 잘 되어있는 유럽답게 Eramus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성적이나 학생의 국적과는 전혀 무관하게, 학생이 유럽 내 대학교 소속이고 유럽 내 다른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떠난다면 누구나 매달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장학금 금액은 학생이 어느 나라로 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물가가 저렴한 국가들의 경우 월 장학금이 450유로 선이었고, 물가가 비싼 북유럽 쪽은 최대 월 700유로까지 장학금을 지급했다. (2020/21년 겨울학기 기준) 예를 들어 내가 가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월 650유로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데,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4개월을 머물러서 총 장학금 금액은 650 유로 * 4개월 = 2600유로였다. 이 중 90프로인 2,340유로는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 일시금으로 수령했고, 남은 260유로는 조만간 관련 서류제출을 끝낸 후 수령할 예정이다. 내가 오스트리아에서 머물던 당시 기숙사비가 360유로였던 걸 생각하면, 장학금은 주거비를 완전히 해결하고도 생활비에 보태 쓸 만큼의 금액이었다.
우리가 Erasmus프로그램에 지원할 당시 코로나의 영향인지 지원자가 많지 않아서 어디든 우리가 원하는 곳을 골라 갈 수 있었다. 전해 듣기로는 코로나 이전에도 경쟁률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대체로 지원하는 곳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Erasmus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후에는 어느 나라, 어느 학교로 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했다.
1. 나라 선택하기
나라를 선택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날씨였다. 내가 지낼 시기가 10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였고, 이미 첫 학기에 라트비아의 가을, 겨울을 겪으며 북유럽의 겨울이 얼마나 우중충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추위는 둘째 치고, 하루 종일 우중충하고 대낮에도 회색빛인 겨울이 참 힘들었었다. 그래서 나는 햇볕을 좀 더 볼 수 있는 나라로 가기를 희망했다. 실은 최근 라트비아 바로 위에 위치한 에스토니아가 OECD PISA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에스토니아로 가 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 있기도 했지만, 날씨를 생각해서 과감히 포기했다.
교육의 질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 중에 하나였다. 전부터 독일어권 국가들의 교육의 질이 상당히 높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독일어권에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교환 학생을 가고 나서는 해당 국가의 언어도 배울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나라의 언어 역시 좀 더 대중적인 곳이기를 바랐다. 전부터 프랑스어와 독일어에 관심이 있었던 참이었기에 둘 중에 하나는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하게 추가적으로 고려하게 된 점이 있었는데, 바로 인종차별이 적은 나라로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유럽이 차별금지 교육을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해도 엄연히 어딜 가든 인종차별은 존재하는 법이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터진 후 유럽 내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사태를 바라보면서 위험하다고 느껴진 몇몇 국가는 제외하기로 마음먹었다.
위 조건들을 모두 고려한 결과 나는 오스트리아로 교환학생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2. 학교 선택하기
처음 유학을 올 당시 나의 관심사는 문화 간 교육과 다문화 교육이었고, 최근에는 글로벌 역량과 지속 가능한 개발 교육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관련 과목이 영어로 개설되어있는 학교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라트비아 대학교에서 받은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학교 목록에 있는 오스트리아 내 대학교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영어 수업 목록을 전부 확인하고, 내가 관심 있는 수업이 있는지, 그 수업이 대학원생 수강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했다.
기숙사 시설이 잘 되어있는 것도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다. 첫 번째 학기의 열악한 기숙사와 두 번째 학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나만의 공간의 중요성을 통감했고, 되도록 깨끗하면서도 혼자 지낼 수 있는 기숙사가 갖춰져 있는 도시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의 조건들에 부합한 대학교를 찾은 결과, 내 최종 결정은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에 있는 Alpen-Adria-Universität Klagenfurt 였다. 교환학생을 마친 후 내 선택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코로나 사태 등의 이유로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다. 어떤 선택을 했든 백 프로 만족의 결과는 얻을 수 없는 부분이니 나는 나름 현명한 선택을 했었다고 생각한다.
실은 교환학생은 세 번째 학기에 떠났었다. 분명 지난번 유학 매거진 마지막 글이 첫 번째 학기를 마친 부분까지였는데 왜 갑자기 세 번째 학기가 튀어나오냐고 물으신다면... 실은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며 두 번째 학기에 쓸만한 내용은 집 구하기와 라트비아에서 보낸 봄 이야기, 이웃들 이야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 학교생활의 큰 사건이었던 교환학생 부분을 먼저 쓰고, 틈틈이 두 번째 학기 이야기를 끼워넣기로 마음먹었다.
엉킨 순서는 나중에 브런치 북을 만들 때 다시 맞춰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