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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May 11. 2023

안 예쁜데 어떻게 예쁘다고 말해?

팩트폭격보다는 순화하기

만삭사진을 찍으러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의상도 고르고, 메이크업도 함께 해주는 곳이었다.


메이크업받기 전 의상부터 고르는 시간. 고민하다가 첫째 때 레이스원피스를 입었으니 둘째 때는 라인이 예쁜 민소매 드레스를 골랐다.

임신하고 몸무게가 13kg 정도 증량되었고, 원래도 팔과 다리에 살이 많은 편이기에 보정 전 내 모습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팔뚝은 보정하면 되는데 뭐.


의상을 입고, 메이크업도 예쁘게 받고 로비로 나가 첫째와 함께 있는 남편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런데 남편은 나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버린다.

"누가 그 의상 고른 거야? 완전 별로인데?"


그래. 그래도 완전 별로인 의상 누가 골랐냐고 말하기 전에 내 얼굴 한번 보고 "우리 와이프 예쁘다." 먼저 이야기해 주면 어땠을까. 그러고 나서 "그 의상보다 다른 의상은 어떨까?" 이야기해 주면 좋았겠다고 서운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안 예쁜데 어떻게 예쁘다고 말해?"

나는 잘못한 거 없어. 솔직하게 이야기한 게 뭐 어때서.라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남편.


결국 나 또한 굳은 표정으로 "당신은 진짜 못생긴 아기 보면 '우와 아기가 진~짜 못생겼네요.'라고 말할 사람이야"라고 받아쳤다.



오랜만에 메이크업받아 설렘 가득 방긋 웃으며 어떠냐고 물어본 내 마음은 읽어주지도 않고, 아주 솔직한 팩트폭격을 해버린 남편.

"우리 와이프 오랜만에 메이크업했더니 정말 예쁘다. 빛나네 빛나. 그런데 의상이 아쉬운 같은데 다른 건 어때?" 이 정도로 순화해주면 어땠을까. 다시 한번 곱씹어봐도 굳은 표정과 팩트폭격은 상처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요즘 더욱더 생각나는 속담이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조금 더 따뜻하게 이야기하면 좋겠는데.

특히 가족은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더 투박하게 말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족은 내가 아니다.

날카로운 말에 상처받을 수 있다.

그러니 한마디 말이라도 조금 더 조심스럽게, 배려를 담아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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