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4월, 그동안 블로그에 써왔던 정신과 상담 후기를 책으로 출판했다.
출판을 하게 된 것이 운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했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한 적은 없어서 판매량을 신경 쓰지는 않았다. 가끔 지인들을 만나면 책을 읽어보았다, 잘 읽히더라라는 평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지금 밀리의 서재를 보니, 34명의 서재에 들어가 있다고 나온다.
상담 중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 덕분에 나의 상담 내용을 공유하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혼자만 힘들다고 느끼며 외로워하지만 사실 아니다. 그 고민은 그 나이대에서 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일 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된다."
나처럼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상담 내용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나는 있는 사실 그대로 적으면 되니까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적으며 나는 항상 낑낑댔다. 상담은 15분밖에 안 하는데 그 내용을 기억해 내고, 정리해서 적고, 그에 의한 깨달음, 생각까지 써서 마무리하는 것은 짥게는 1시간, 길게는 2일도 걸렸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 과정에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나 스스로 나의 어두운 내면을 까뒤집어서 내보이겠다는 용기를 내는 것이었다.
정신과 상담을 할 때는 나의 상황과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선생님에게 공유해야 최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적나라하고 빠르게 나눠진 대화 후, 내 기분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실 의문만 남을 때와 안 좋아질 때가 더 많다. 선생님은 내 상황을 더 좋게 해주려고 한 것이고, 내가 원래 하던 방식을 깨야 그게 가능할 테니까. 나의 방식과 관성을 깬다는 것은 미래에 좋은 결과가 있든 없든 당장은 기분은 좋지 않은 것이니까. 그 좋지 않은 기분을 뒤로하고 나의 이성을 앞으로 갖고 와서 글을 적어왔다. 이성을 이용해서 나의 적나라한 내면을 정리해서 남에게 보여주는 것은 사회적인 가면이 마치 내 얼굴인양 익숙해진 30대에게 정말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꽤 많은 용기가 매번 필요했다.
책의 마지막 챕터인 22년 11월 10일 정신과 상담내용에는 우울증이 나아졌다고 되어있다. 그 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상태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었다. 우울증은 그런 것이다. 내 뒤를 따라다니는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
이제 나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그동안 메모했던 정신과 상담 기록을 하나씩 포스팅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