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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presario Aug 25. 2021

예술과 섬의 알고리즘


“나는 평화 속에서 존재하기 위해, 문명의 손길로부터 나 자신을 자유롭게 지키기 위해 타히티로 떠난다.” - 폴 고갱


 호모 비아트로(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이다. 인간은 여행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예술은 여행과 좋은 파트너다. 독일의 세계적 대문호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의 영감을 통해 그의 역작 ‘이탈리아 기행’을 출간한다. 자연과 마주하며 창조적 영감을 얻기 위해 섬으로 여행 후 정착하는 경우도 있다. 섬과 예술의 대표적인 인상(印象)은 폴 고갱의 ‘타이티의 여인들’이다. 고갱은 문명세계에 대한 혐오감으로 파리를 떠나 타이티로 갔다. 섬의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로움이 그의 예술세계에 그대로 투영된다. 섬은 그에게 도시 생활과 달리 이국적인 매력을 제공한 예술적 은신처였던 것이다. 폴 고갱의 예술과 섬은 #자유 #평화 #자연 #은신처의 알고리즘을 형성한다.


 신의 섬, 인도네시아 발리(Bali)로 가보자. 발리는 지난 100여 년 간 서구 예술가들에게는 동경의 섬이었다. 다양한 신이 존재하는 섬에서 그들은 서양의 뮤즈(muse)와도 조우한다. 발리는 힌두교의 신화가 예술 세계를 이끌었다. 신들의 섬답게 제례가 늘 이루어지고 축제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총출동해 가믈란 연주와 노래, 춤으로 신들에게 봉납하였다. 섬의 전통과 예술은 서구 예술가들의 문화 이동을 촉진하여 섬 전체가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를 형성하고 있다. 예술의 섬 발리의 중심지는 라이스 테라스로 유명한 섬안의 산속 우붓(Ubud)이다. 우붓은 발리 댄스, 음악, 회화 등이 넘쳐나는 예술 마을로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다. 가믈란으로 대표되는 음악과 발리의 다양한 춤은 세계 공연예술인들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작품 창작 욕구를 일으킨다. 발리 회화의 전통에 서양의 원근법을 도입 한 독특한 작품들이 넘쳐난다. 발리의 예술과 섬의 알고리즘은 #종교 #전통 #신화 #동서양 교류이다.


 전 세계 거리 예술가들에게 가장 핫한 네덜란드 '우롤 페스티벌(Oerol Festival)'은 테르스헬링섬의 자연이 무대가 되는 공연 예술축제로 명성을 쌓고 있다. 매년 6월 전 세계 예술가들과 관객들은 열흘 동안 개최되는 축제에 자발적으로 섬에 갇혀(?) 버린다. 공연 무대는 해변, 밭, 숲 등 섬 전체를 이용한다.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 공연의 성지로 섬은 예술과 자연이 결합된 실험적인 작품 시도의 자양분이다. 예술과 자연이 테마가 된 축제는 환경주의자와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섬은 예술가들에게 자연이라는 공연 무대를 제공한다. 우롤 페스티벌의 섬과 예술의 알고리즘은 #축제 #무대 #환경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이다.  


 구글 검색 알고리즘에 있어 ‘예술과 섬’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나오시마와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세토우치 국제예술제)로 귀결된다. 안도 타다오의 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나오시마와 세토내해의 부속섬인 테시마, 쇼토지마, 이누지마는 관광객들의 ‘Art Islands’ 투어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세토내해의 섬들은 아름다운 경관과 섬 특유의 지역적 특징을 살린 예술과 건축이 지역 재생의 수단이 되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1988년 베네스 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은 안도 타다오에게 “나오시마를 전 세계인이 찾는 예술의 섬으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한다. 바다의 오염으로 버려져가는 섬을 예술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후쿠다케 회장의 황당하고 무모한 계획에 안도 타다오는 ‘무리(無理) 무리(無理)’를 연발하며 아연질색했다.  명확한 사회적 목적의식을 가진 무모한 예술재생 프로젝트는 전 세계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특히 2010년부터 개최된 트리엔날레가 세계적인 화제가 되면서 세토내해의 섬들이 예술 섬으로 탈바꿈한다. 최근에는 오히려 각 섬들의 전통과 민속, 농어업, 공장, 산업 유산, 분재 등 섬들의 다양한 생활 그 자체를 예술적으로 복원하는 힘을 전 세계에 발신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 세토내해 섬들의 알고리즘은 #안도 타다오 #나오시마 #예술제 #재생 #복원 #건축 #투어이다.


 해외의 예술과 섬의 사례에는 알고리즘으로 단순 파악하기 힘든 현장의 목소리와 감성이 있다. 바로 섬의 생활, 사람, 문화, 일상 그 자체가 예술이라는 점이다. 섬에서는 세대·지역·장르를 넘어 모인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소통한다. 교류와 소통이라는 인간적 감성이 오히려 지역 재생을 부수효과로 만든다. 섬의 고립성은 외부에서 온 예술가들의 개방성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준다. 섬에서는 세대 공감이 자연스러워 세대 간 예술(intergenerational arts)이 일상적이다. 청년 예술가들은 예술 창작의 과정을 공유하고 세대와 지역을 넘어 세계인들과 협력한다. 섬이야 말로 문화예술의 국제교류를 통해 지역의 세계화를 이끄는 거점이다. 이렇듯, 알고리즘이 파악하지 못한 섬의 또 다른 감성 공감이야 말로 예술 섬을 꿈꾸는 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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