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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presario Aug 26. 2021

문화예술의 위기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는가?

 코로나 19 사태와 함께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단어는 ‘사상초유’가 되어 버렸다.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 평소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용어들이 일상화가 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 사회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을, 서구 사회는 오히려 기회를 위기로 만들어 버렸다. 변화 관리, 체인지 매니지먼트(Change Manangement)의 수용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고 본다. 변화관리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인 '위기의식의 전략적 활용'인데, 대한민국은 'K-방역'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훌륭한 대처능력을 보이면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의 힘을 보여줬다.


 문화재단 및 공공문화예술기관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과연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을 보여주었는가? 아쉽게도 필자는 'NO'라고 대답하고 싶다. 방역에는 실패했지만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과 도전이 공공영역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는 세계 각국의 사례가 오히려 눈에 띈다.  코로나 19로 인해 국내 문화예술계 역시 전무후무한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의 절대적인 부분은 사실 공공 영역이라기보다는 민간 영역이 더 크다 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장르의 예술이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공적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그동안 민간영역에서 창조산업을 이끌어 왔던 민간 문화예술단체, 기획사, 협력사, 무대 업체, 홍보대행사 등이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19와 같은 미증유의 위기일수록 민간영역의 마중물로 적극행정과 혁신을 통한 공공영역 역할과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지역문화재단 및 공공문화예술기관의 위기관리(risk management), 비상계획(contingency plan), 적극 행정, 전략적 대응의 관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코로나 19는 문화예술의 위기와 함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예술의 특성이 대면(contact) 문화였는데 코로나 사태 후에는 사람과 접촉을 피하는 비대면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문화예술 분야가 가장 심각한 피해와 영향을 받는 와중에도 역설적으로 비대면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히 진행된 것이다. 문화예술의 특성인 ‘창의(creativity)’를 통해 어려운 시기 문화예술의 사회적 공헌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대면 예술이 공연예술의 근간이었다면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홈 콘서트 등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시도의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을 접하게 된다.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대면으로 복귀한 문화예술 생태계에서의 활동이든, 혹은 비대면 형식이 더욱 활성화되든 분명히 문화사적으로 새로운 창조 영역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바야흐로 문화예술 콘텐츠와 ICT의 실용적 접목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사실 문화예술과 기술의 접목은 더 이상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는 그동안 축적되어 온 다양한 연구조사 성과와 시도들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시기이다.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듯이, 문화예술의 속성 역시 새로운 것에 도전과 응전의 측면이 강하다. 그동안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아니 그 이유를 핑계로 시도해 보지 못했던 ICT와 결합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행위들이 문화예술분야에서 선도적으로 혁신을 이끌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화예술 활동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문화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와 역할'이 명백해졌는데, 바로 문화예술을 통한 심리적 거리 좁히기이다. 문화예술이 가지는 힘이 바로 치유의 힘인데,  코로나 확산 시, 발코니 콘서트(이탈리아), 음악인들의 찾아가는 병원 콘서트(한국, BBC 소개), 음대생들의 온라인 졸업 콘서트(미국), ‘#TogetherAtHome Concert Series‘는 문화예술의 힐링 및 치유의 가치를 잘 보여 주었다. 향후 공공 문화예술기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심리적 거리 좁히기를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기획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정책적으로도 힐링, 치유의 가치에 대한 담론이 그동안 형성되었다.  향후, 코로나 19 사태가 안정이 되면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의 대부분은 '힐링 콘서트' '치유 콘서트'등의 이름이 붙여질 것이다.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 가치는 앞으로 더욱 힘을 받을 것이며, 공공지원의 정당성 또한 이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천편일률적 형식은 경계해야 할 것이며, 구체적인 ’ 치유의 내용과 대상‘을 중심으로 한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 19는 역설적으로  문화예술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확산해야 하는 계기를 제공하게 되었다.  예컨대,  코로나 19로 인해 나타난 사회 특화 문제인  ‘우울증’, ‘가족 붕괴’, ‘양극화’ ‘세대 갈등’등을 해결하는데 문화예술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문화비전 2030에서 나타나듯이 코로나 19는 '문화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을 확산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변화하는 문화정책의 흐름에서도 잘 나타난다. 문화정책의 가치흐름은 심미적 가치, 아름다움만으로도 그 가치가 있었는데, 1990년대 들어 경제적 가치, 2000년대 들어서는 교육의 가치, 2010년대 들어서는 도시재생의 가치를 중심으로 문화정책이 주로 논의되어 왔다. 2020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문화가 가지는 사회적 역할과 가치에 대해 더 많은 담론과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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