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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hell Shin Jan 30. 2022

갯마을 차차차:밝고 유쾌한 흙수저 엘리트들의 사랑과 일

실수에 대한 용서, 행복, 이웃,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스포 포함)

      또 하나의 참 멋진 드라마다.  가볍고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인데, 문득문득 던지는 주인공들의 대사에 새로운 인생관에 대한 깊은 생각이 묻어나오는 드라마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2002년 한류를 우리에게 처음 선사해준 춘천을 배경으로한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와 같은 최고점수를 주고 싶다. 자신의 작은 배려부족에서 시작된 엄청난 비극에 삶을 포기하려다 고향으로 내려온  명문대 출신 펀드매니저와, 술김의 실수로 취업기회가 막히고 시골에서 개업한 흙수저 치과의사의 고분분투기와 사랑?  완벽한 주인공들이 아닌, 자격지심많고 실수투성이거나, 과거실수로 인한 아픈 과거가 있는 주인공들이 다시 스스로 그리고 서로의 도움으로 행복해지길 응원하는 청년드라마이다

     살면서 누구나 다 실수를 한다. 그러나 극도의 경쟁사회에서 한번의 실수로 인한 결과는 참으로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실수에 대한 용인과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과거에 일로 인해 현재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청년들에 대해서는 보다 더 너그러운 시각으로 보아주면 좋겠고 스스로도 너무 자책하지 않기를 바란다. 실수에 대해 용납하지 않는 사회는 인간을 초초하게 만들며, 새로운 도전과 발전을 저해한다. 이를 극중 초등학교 아이들이 친구의 실수를 당연히 용서하는 모습에서 배운다

     “ 인생이라는 거, 그렇게 공평하지가 않아, 평생이 비포장도로인 사람도 있고, 평생을 달렸는데 그 끝이 낭떠러지인 사람도 있어……사람은 누구나 다 실수를 해,  괜찮아 걱정하지 마,  앞으로 잘 살아가면 돼. … 서핑이라는게 인생이랑 비슷해. 좋은 파도가 오면 올라타고 또 잘 내려가고, 파도가 너무 높거나 없는 날은 겸허히 받아들이고....지금 내가 좋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함께하는 사람이 있는 삶이 있는데. “

     우리사회 청년문제를 자주 이야기한다. 대학시절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하루5시간 이상 잔적이 없다는 혜진의 고백이 참 안스럽다. 우리나라는 대학취학률  80%로 세계 1위이다.  대학교육의 기회가 거의 모든 이에게 열려있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이나,  역설적으로 대학실업률이 구조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는 국가이다. 수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대기업, 교사 등등 안정적이고 인정받는 직업을 갖기 위해  황금같은 젊은 시절을 책상에서 보내고 있으나, 열심히 하면, 실력이 있으면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사회라는  신뢰와 함께, 성공한 사람은 자신에게 운이 따랐음에  감사하고, 운이 따라주지 못했던 지원자들은 툴툴 털어버리고 또다른 자신의 삶의 목표에  기꺼이 도전하는  의식의 변화가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작가는 우리사회의 과도한 능력주의를 경계하고, 경쟁구도에서 스스로 뛰쳐나온 청년들에 대한 기대와 이들의 새로운 인생관과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같다.

       이 드라마는  밝고 유쾌한 풍경속에 웃고 떠들면서도  우리의 편견과 피하고 싶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모두 모난 점을 가졌으나 서로의 존재 자체에 위안을 얻고, 보살피며 살아가는 사람들. 찬찬히 보면 모두 재혼가정, 한부모 가정, 이혼가정, 조부모 가정 출신이고 독거노인, 실패하고 낙향한 가수, 외국인 노동자 등등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비관적일 수 있는 환경이나 최대한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배경 자체가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환경에서  얼마큼 멋지게 성장해 왔는가를 바라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혈연관계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만들어가는 이웃도 중요하다. 자식들 없이 혼자살아가는 할머니 3인방과 이들을 보살피는 홍반장의 삶은 어쩌면 인생의 어느시점에서는 가족보다 이웃이 더 소중한 존재가 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작가는  아직 엄연하게 존재하는 여성을 위협하는 성폭행 위험, 성희롱 범죄 등 묵직한 사회문제를 던지고 있고,  결혼은 자기보다 더 나은 사회적 위치를 가진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위의 시선과  여주인공의 내적갈등도 빼놓지 않았다. 모두들 해결해야하는 과제들이다.

     또 하나의 편견에 대한 지적은  남여의 성역할에 대한 시각이다. 유명한 방송국 PD가 아닌 욜로 시골반장 남성을 선택하는 여성 치과의사(모두에 비해  여주인공이  아깝지만), 의사, 간호사, 작가 등등 고백과 프로포즈를 먼저하는  젊은 여성들과  밥과 정리정돈과 살뜰한 챙김에 진심인 남주인공, 남여의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유쾌하게 깨뜨린 여러 장면이 보기 좋은 건 나만일까? 우리 사회 젠더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젊은 여성, 남성들이 사회에서 겪게 되는 많은 사회문제 중에는 사실 같이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야할 젊은 세대가 같이 맞서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서로의 문제와 부담을 같이 해결해가는 아름다운 커플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자극적인 스토리에 익숙할 법한 해외시청자들에게 의외로 이 드라마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데에는 김선호, 신민아 배우의 명연기와 포항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몫 했으리라. 첫 회부터 홍두식과 윤혜진으로, 마을의 여러 조연들로  완벽 변신한 배우들은 시청자들의 감정 몰입에 필요한  더할 나위 없는 연기를 선사해 주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던 포항 마을도 무척 아름다웠다. 전국의 농어촌마을이 모두 이렇게 잘 정돈되고 사람들로 북적거려 한치도 버릴 구석이 없는 우리 국토가 되길, 코로나가 끝나면 방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의 정과 위로를 나눠주는데 부족함이 없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기를 바란다.


2021 크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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