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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병 Dec 10. 2020

[축구 좋아하는 여자가 살아가는 법 #3]

#3. 그래서 축구는 어떻게 하는 거냐면?

"패스는 다리에 있는 관절에 못이 박혀있다고 생각하고 발 안쪽으로 공을 차는 거야. 나무 인형처럼. 발목에 힘 딱 주고!"


인사이드 패스, 아웃사이드 패스가 뭔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쌩 초짜들이 전라북도 대표가 되기 위해 각 지역에서 모였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 감독님(아빠지만 아빠라고 부를 수 없다. like 홍길동)과 몇몇 코치님의 지시 아래 우리는 뙤약볕에 일렬로 쭉 서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연습을 시작했다. 내가 부리기 편해서인지, 아니면 이전에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대충 배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은 새로운 것을 가르치려고 할 때마다 나를 시범자로 앞에 세웠다.


"잼병아, 킥 한 번 해보자. 킥은 굴러오는 공의 밑동을 엄지발가락 부분으로 세게 차는 거야. 얘들아 이 언니 잘 보고 따라 해."


'헉, 킥이 그런 거였어?'


나는 내가 킥을 할 때 공의 밑동을 차는지 위를 차는지, 엄지발가락으로 차는지 새끼발가락으로 차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있는 힘껏 세게 찼을 뿐. 그런데 내가 시범을 보여야 한다니.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근데 별 수 있나 감독님이 시키는데 하라면 해야지. 두 눈 꼭 감고 굴러오는 공을 있는 힘껏 찼다.


쾅!


내 발에 맞고 날아간 4호 사이즈의 유소년용 축구공은 감독님의 키를 한참 넘어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철망에 냅다 박혔다. 걱정과는 달리 시범을 매우 잘한 것이다. 감독님은 만족한다는 듯이 웃었고 지켜보고 있던 나의 동료들은 작은 탄성을 뱉어냈다. 와. '뭐야. 뭐지? 나 잘한 건가? 나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내 어깨를 하늘로 치켜올렸다.


그러나 불과 30분 뒤, 나는 하늘에 있던 어깨를 내려 운동장 잔디 위에 살포시 포개었다. 아니, 왜 이렇게 힘든 거냐고요! 운동장 5바퀴를 뛰고, 1대 1 패스 훈련, 삼각 패스 훈련, 사각 패스 훈련, 킥 훈련밖에 안 했는데 나는 이미 지쳤다. 근데 이게 워밍업이란다. '감독님, 아니 아빠! 나 그만할래!'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에 나의 첫 훈련은 끝이 났다.


그렇게 도 대표가 될 나와 나의 동료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모여 강의실에서 기본 룰에 관한 이론 수업을 듣고, 운동장에서 기초체력훈련과 전술훈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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