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제일 먼저 찾는 게 이어폰이 되어버렸다.
습관적으로 이어폰을 끼면서 바깥 소음을 차단한다.
누군가의 말소리, 대중교통의 안내방송은 내 귀를 피로하게 했다.
그 소리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멀리 나갈 때 이어폰으로 그 소리를 막기 위해 노래를 들었다.
(그 소리를 음이라고 생각했으며, 내 귀에 피로를 쌓이게 만들었다.)
운동을 하면서도, 어디 잠깐 산책 나가면서도 이어폰을 항상 착용했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해서 이어폰을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접했다.
초등학생 때 나는 외이도염, 중이염을 달고 살았다.
2-3일 정도 항생제를 먹고 나면 금방 나았다.
귀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면 바로 이어폰을 꼈다.
(어려서 회복력이 좋았을 때의 말이다.)
이제는 귀가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전보다 신경이 쓰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귀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외이도염이라서 귀를 파지 말고 이어폰도 되도록이면 착용하지 말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나는 지금 한 달 넘게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고 있다.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고 거리를 다니는 게 많이 어색했다.
운동을 할 때도 많이 허전했다.
하지만 이번에 특히 귀가 더 아파서 이어폰 착용을 멀리했다.
이어폰 없이 생활하는 게 익숙해진 지금,
내 주변의 소리가 더 이상 피곤하게 들리지 않았다.
새의 울음소리,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작은 천의 물소리까지.
오히려,
주변 소리들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소리가 주었던 피로가 풀렸다.
노래에 가려져 있던 작은 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그 작은 소리를 따라가면서 움직이는 생물에도 집중하게 되었다.
매번 같은 길에서 걷고 뛰면서 살아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매일 걷던 길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요즘에는 이어폰이 책상에 항상 놓여있다.
외이도염에 걸린 게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좀 더 세상의 소리에 집중하게 해 줬으니까 말이다.
하루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주변은 달라진다.
어느 순간,
단골 가게의 간판이 달라져있고,
새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고,
꽃이 피고 지며,
수많은 변화들이 내 주변에 존재한다.
똑같은 하루가 지겨우신 분들에게
이어폰을 일주일정도 집에 놓고 다니는 것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