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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늘 May 03. 2024

(2) 나는 김작가다.

작가의식 갖기

책 쓰기 준비 단톡방의 규칙이 하나 있다.


서로를 '작가'라고 부를 것.


단톡방에는 현재 총 10명의 작가님이 활동 중이다.


나는 ‘김작가다’.


세상의 그 많은 김작가들 중-이 모임에도 다른 김작가님이 계시지만- 한 명이 되기로 선언했다.

자기경영방법 중에 비전보드 작성이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 자신의 꿈을 시각화하여 작성하면 그 꿈이 더 구체화되면서 목표달성에 대한 의식을 더 강하게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입으로 의식적으로 ‘나는 김작가다’라고 수시로 말하는 것도 구체적인 목표의식의 표현인 것 같다. 아직은 어색한 ‘작가’라는 단어에 나부터 익숙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남의 옷을 입은 것 마냥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빨간색을 인지하지만 빨강이란 단어가 없다면 그 색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내 창문옆에 있는 소나무는 여느 소나무와 다를 게 없지만 오늘부터 저것은 나만의 소나무라 이름 붙여주면 그때부터는 정말로 나만의 소나무가 되며 아끼고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름을 붙여주는 데로, 내가 의식하는 데로 의미가 생기고 그때부터 특별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작가’로서의 가능성과 꿈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나는 ‘김작가’다.

나 자신에게 작가라는 의미와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제부터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작가’라는 단어가 내 입을 통해 뱉어지며 나에게 특별한 의미이자 하나의 삶의 목표가 되고 있다. 수시로 작가의식을 불어넣기 위해 내가 하루 중 제일 자주 만지는 물건인 스마트 폰의 배경화면에도 나는 김작가임을 선언하는 비전보드를 넣어 보았다. 비전보드라고 해봐야 한가운데 내 사진을 넣고, '나는 김작가다'라는 글자를 크게 박고 주변에는 작가가 연상되는 노트북, 책, 펜, 종이, 글귀가 박힌 여러 사진을 배치만 했다.


출처: pixabay



신랑이 그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피식 웃었다. 글을 써보겠다고 했을 때도 웃었던 그였다. 평소와 다르게 사뭇 진지하게 해 보겠다고 하는 나에게 '네가 해보고 싶으면 알아서 다해봐라.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먼저 지쳐 떨어질 거다' 하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우리 신랑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하나의 사실이 있다.


나는 한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내가 지쳐 떨어지거나 흥미를 잃을 때까지는 밤을 새워서라도 끝까지 한다는 것이다. 신랑은 나의 그 모습을 질린다고 할 때도 있다. 손바늘로 아이 장난감을 만들 때도, 취미로 하던 코바늘 뜨개질이나 그림 그리기를 할 때도 그랬다.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틈만 나면 그것만 하고 있을 정도로 푹 빠지는 게 나다. 그 동력으로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끝까지 밀어붙이며 임용고시를 합격하게 했던 나이기도 했다. 겨울 방학 동안 책을 읽고 블로그에 독서기록을 남기겠다고 할 때도, 미니북 쓰기를 하면서 매일 글쓰기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 힘든걸 언제까지 하나 보자고 지켜보겠다는 남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글 하루 안 쓰면 안 돼?'라든지 '책 좀 안 보면 안 돼?'라고 사정할 때가 있다. 지금쯤이면 '이거 이 여자가 진심으로 푹 빠져서 하네. 안 지쳤어. 심지어 갈수록 재밌어해. 큰일이다.'는 비상벨이 머리에 깜빡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지금은 나이가 들며 체력이 달려 무엇이든 끝장을 보기 위해 밤을 새우는 건 불가능하다. 겨울방학 동안 낮에 읽은 책에 대해 블로그 글을 써보겠다고 최대한 버텨본 것도 새벽 1시를 넘길 수가 없었다.


하여튼 그런 내가 '여보, 나 책을 쓰기로 했으니 이제 작가라고 불러줘.'라고 하니 '정말 이 여자가 책을 쓸 생각인가? 적당히 하다 말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맞아. 나 지금 되게 진심이야. 정말 해보고 싶어.


라고 말하고 아이에게도 내 비전 보드를 보여주며 엄마를 이제부터 작가라고 부르라고 말했다.


의식이 먼저 가고 행동이 따라간다. 작가로 살기로 했으니 작가처럼 읽고, 작가처럼 쓰고, 작가처럼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으니 주변의 모든 것이 글감이고, 내 앞에 벌어지는 일을 모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게 된다. 내 기억 어느 한편에 묻혀있던 추억들이 글이 되어 생명력을 얻는다.

나뿐 아니라 함께하는 선생님 모두 이런 변화를 겪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출처: pixabay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온 글이다.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


는 지금 가 이전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책 쓰기는 그동안의 나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이자 간절한 목표이다. 분명 를 넘어서는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멘토 작가의 말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간절함 품고 결국에는 우리의 책을 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는 작가라는 작가의식을 갖는 것이다.


멘토 작가님이 짜주신 공저계획표를 보면 이 짧은 시일 내에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지만 저렇게 섬세하게 우리를 도와주시는 작가님이 계시고, 같은 목표를 보고 걸음을 내딛는 다른 작가님들이 함께 하는데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김작가’다. 하루에 세 번, 이렇게 나는 김작가라고 내 의식을 다듬는다.



보건교사 공저 쓰기 (2) 나는 김작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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