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어릴 적 나는, <몬타나 존스>라는 만화의 열혈 시청자였다.
<몬타나 존스>는 한국과 이탈리아,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업체가 협업하여 만든 모험물인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모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패러디물이기도 하다.
전 세계를 누비며 악당들로부터 보물을 지켜내는 두 주인공이 너무나도 좋았다. 오늘은 어떤 나라에 갈지, 어떤 보물을 지켜낼지 궁금해 신문에 나온 프로그램 편성표를 오려 색연필로 네모 칸을 색칠하곤 했다. 다시 보기 서비스나 재방송 전문인 케이블 채널이 없던 시절이라 방영 예정 시간은 곧 꿈과 희망의 시간이었다.
언젠간 나도 몬타나 존스처럼 여행을 떠나고 싶어 고고학과 관련된 어린이 서적을 사 달라고 엄마를 조르기도 했다. 그렇게 세계 지도를 보는 법을 익히고, 나라 이름을 외우고, 드넓은 대지와 바다 그리고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점차 학년이 높아지면서 고고학에 대한 열정과 흥미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매일같이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려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다른 나라에 가 보고 싶다는 열망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도 낯선 곳을 향한 열병과도 같은 그리움은 좀처럼 낫지 않았다. 결국, 한 번도 가 보지 못했지만 상상 속에서, 책자 속에서 몇 번이고 구경했던 곳들에 대한 향수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시간이 날 때마다 낡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훌쩍 떠났다. 몬타나 존스가 갔던 유적지를 구경하기도 하고 현지에 녹아들어 현지인처럼 일상을 즐기기도 했다.
이제는 막연한 그리움보다 실체화된 추억으로 남은 곳들을 이곳에 남겨 본다.
누군가에게 또 다른 그리움의 장소가 되길 바라며.
칠레, 이스터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