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묻은 필름 카메라가 선사하는 순간의 아름다움
필름 카메라를 처음 손에 쥔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부모님 장롱에서 건진 빈티지 아이템이었는데, 내가 태어난 해에 기념으로 구입한 카메라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버지가 알려주는 대로 셔터스피드값, 조리갯값을 조절하여 테스트로 한 롤을 찍어보았다. 필름지에 신중하게 담은 36컷을 현상소에 맡긴 날, 가슴이 쉴 새 없이 두방망이질 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초점이 나가 망쳤으면 어떡하지. 노출 조절에 실패해 새하얗게 나오거나 새카맣게 나오면 어떡하지, 하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결과물을 기다렸다.
예상대로, 36장 중 제대로 나온 건 손에 꼽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성공한 사진 속에 담긴 찰나의 순간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필름 카메라라는 장난감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카메라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각화된 나만의 감성.
기다림의 시간이 선사하는 마법.
서른여섯 번의 제한된 기회와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인화되는 특성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지만 신중함과 참을성을 요하는 그 특성이 필름카메라만이 지닌 매력이 아닐까?
쉽게 찍고, 쉽게 지울 수 있는 인스턴트식의 사진도 물론 좋지만, 한 사람의 영혼을 담은 작품으로써의 사진을 남기고 싶어 지금까지도 필름카메라를 꿋꿋이 고집했다.
매 순간을 함께한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몬타나 존스에게 알프레드 존스가 있다면 나에게는 카메라가 있었다.
조금 느리고,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어떤 때에도 배신하지 않는 아주아주 믿음직한 친구.
널 만나서 난 참 행복해.
아직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을 함께 또 탐험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