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 속 그곳에 녹아들다

물의 도시 베니스

by 수연의 기록

‘여행광’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영화광'이라 칭하진 않지만, 할리우드 직배사에서 일하며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남들보다 많이 보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괴로워지기 마련인데, 나는 스크리닝을 하는 시간이 항상 즐거웠다. 온갖 대도시와 오지, 심지어 우주까지도 앉은 자리에서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지사장님이 인생 영화 TOP3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다른 동료들이 <인생은 아름다워>, <오만과 편견>, <비포 선라이즈>, <라이프 오브 파이> 등과 같은 주옥같은 영화를 말할 때, 왓챠 유저 취향 분석에서 액션, 모험, 드라마 장르를 선호한다고 하는 나는 망설임 없이 <이탈리안 잡>,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외쳤다.


<이탈리안 잡>은 영화적인 완성도나 작품성이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순 없는 킬링타임용 케이퍼 무비이다. 그럼에도 다른 훌륭한 영화를 제치고 <이탈리안 잡>이 TOP3 안에 든 이유는 베니스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준 작품이어서였다.


‘카 체이싱’, ‘하이스트 무비’의 바이블로 여겨지며 미니쿠퍼라는 자동차 브랜드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영화이기도 하나, 나에게는 베니스에서 펼쳐진 초반 시퀀스가 머릿속에 강렬하게 박힌 영화였다.


<투어리스트>, <007 카지노 로얄>, <베니스의 상인> 등과 같이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음에도 <이탈리안 잡>을 잊지 못했던 건 저곳에 가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2_italy_waifu2x_photo_noise2_scale_tta_1.png 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될 수 있는 뱃사공, 곤돌리에르(Gondolier)


3_waifu2x_photo_noise2_scale_tta_1.png 물의 도시 베니스


정시에 정확히 출발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엉망진창인 기차 시간표 때문에 상당히 고생하다 베니스에 입성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과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정신이 쏙 빠질 것 같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베니스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던 게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14_waifu2x_photo_noise2_scale_tta_1.png 영화에서처럼 금고를 훔치는 누군가가 운하 밑바닥에 있을 것 같아 몇 번이고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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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_waifu2x_photo_noise2_scale_tta_1.png 새하얀 물살을 가르며 쫓고 쫓기는 보트 추격전이 벌어졌던 곳들


6_waifu2x_photo_noise2_scale_tta_1.png 뷰가 아름다운 곳에 자리한 호텔들. 직접 지내기에는 글쎄...


재미있는 건 그렇게 꿈꿔왔던 곳이 분명했는데, 물가에 있는 호텔 바닥에 물이 흥건할까 봐 길 안쪽에 있는 한인 민박집에 머물렀다. 한국인의 DNA란……. 참고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도 들이치는 물로 인해 바닥이 다 젖은 호텔이 등장했다.


5_waifu2x_photo_noise2_scale_tta_1.png
4_waifu2x_photo_noise2_scale_tta_1.png 언젠가 꼭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은 곳, 베니스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곳이 바로 베니스이다. 딸기 맛 젤라또를 손에 들고 상점 곳곳에 걸린 가면과 유리 공예 제품을 마음껏 구경하고 싶다. 하루빨리 그날이 찾아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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