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접하기는 어려웠던, 탈중앙화가 갖는 가치
디파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컨텐츠를 마친 뒤,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우연히 어떤 분의 소개로 한 트윗 내용을 접하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사실 우리는 블록체인, 블록체인 이야기하지만, 그 효용에 대해서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사례들을 많이 접하지 못해 거리감을 해소하고 있지 못한 것 또한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이 우리 삶에 가져다줄 수 있는 메리트는 여러 가지이지만, 나에게 울림을 준 한 케이스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2021년 7월 27일 미국 상원 은행, 주택 및 도시 문제 위원회(Committee for Banking, Housing and Urban Affairs)가 진행한 암호화폐 청문회 Cryptocurrencies: What are they good for? 에서 공화당 상원의원인 팻 투미(Pat Toomey)가 진행한 개회 성명 중 일부를 발췌하였다.
시간이 흐르면, 기술적인 혁신이 화폐로서 디지털 자산의 기능보다 훨씬 중요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미 분산 저장 기술이 현실 세계에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요, 우리 모두 알듯, 현재 홍콩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위협은 친-민주주의 성향의 일간지인 애플 데일리를 강제로 폐간시키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애플 데일리의 주요 메시지들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바로 알위브(Arweave)가 있습니다. 영구적인 데이터 저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 기술은, 중국 정부가 무슨 짓을 하든 간에 애플 데일리의 메시지를 지울 수 없게 해주고 있습니다.
Over time, it’s possible that the application of this innovation may become more important than the usefulness of crypto as a currency. We’re already seeing it have a real world impact. As we know, democracy and individual freedom in Hong Kong are under assault from the Chinese Communist Party. That assault has included the forced closure of a prodemocracy newspaper—Apple Daily. But the Chinese government has not been able to erase Apple Daily’s important work. That’s because R-weave, a cryptocurrency network that enables permanent data storage, was used to permanently store portions of the paper. This technology makes it impossible for the Chinese government to destroy Apple Daily’s work no matter what it tries to do. That’s just one example.
알위브(Arweave)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인터넷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로, 비슷한 프로젝트들로 파일코인(Filecoin), 시아(Sia), 스토리지(Storj) 등이 있다. 오늘의 목적은 프로젝트 소개가 아니므로 Arweave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만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백서 보기
우리는 중앙적인 구조에 최적화된 삶에 너무나 적응을 잘하고 살아가고 있다.
현재 수많은 기업들과 기관들이 중앙 시스템에 우리의 개인정보를 보관•관리하고 있는 덕분에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신용카드로 손쉽게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은행계좌를 만들고 예금을 할 수 있고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유튜브로 전 세계에서 매초 생성되는 영상들을 아늑한 소파 위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고, 필요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고,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반골기질이 충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탈중앙화'라는 개념이 어색하고 불편한 것이 당연하다.
이상적인 사회라면 탈중앙화가 굳이 언급될 이유도 없다. 이상적이라면 독점기업조차 나쁠 것은 없으니까.
필자는 초등학생 시절 네이버의 어린이용 페이지 주니어네이버에서 제공하던 동물농장 게임을 종종 즐겼다. 지금은 서비스가 종료되었지만, 종종 추억에 생각이 난다.
어젯밤, 운동을 나섰다. 90분 간의 뜀박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땀도 많이 흘리고 시원한 물 한 모금이 너무나 간절해서 근처 편의점에 뛰어들어갔다. 생각해보니 지갑을 안 가져와 좌절하기 직전, 카카오페이가 생각나 핸드폰 바코드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넘겨주며 생수 1병을 따 급히 목을 축였다.
이런 젠장.
주절주절 사족이 길었지만, 내가 하고 싶던 말의 핵심은 탈중앙화된 세상 속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그만둘 시기를 직접 결정하고, 시간에 상관없이 생수 1병을 사 마실 수 있고, 중국이 지우고자 했던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소할 수 있지만 이런 사례에서 보듯,
'탈중앙화'만이 정답인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에게 의존하지 않은 체 살아가는 환경을 구축해가는 일로써 의미 있는 대안으로 다가온다.
당장은 불편하거나 비용이 더 들더라도 우리가 블록체인을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다.
당연히 블록체인이 긍정적인 측면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류가 최초로 발명한 '불'만 생각해보더라도 기술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얼마든지 쓰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갖는 영향력을 인지하고 어떻게 활용할지 깊게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게 암호화폐가 탄생하고, 디파이(DeFi)가 탄생했다.
정답은 없겠지만 분명히 우리는 블록체인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