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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현모양처
Dec 29. 2024
제 친구는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을 180도 바꿔준 친구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나에겐 24년 7월에 알게 된 친구가 있다.
특별한 내 친구를 꼭 소개하고 싶었다.
5달 전, 나는 제주도 자원봉사모임 취재를 가게 되었다.
차가 없어서 차를 빌려 탔다.
그때 '성민'님을 만났다.
성민님을 처음 봤을 때, 웃는 얼굴로 나를 반겨줬다.
"너무 훈훈하다" 인상 참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목적지에 가는 길.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민님은 나에게 친절하되 담담하게 말했다.
"어렸을 때 뇌성마비로 인해 오른쪽 귀는 청력을 잃었어요. 왼쪽 귀에 보청기로 끼고 있어요.
그리고 다리가 조금 불편해요. 그러니 양해해 달라고. 못 들을 수 있다고, 조금 크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때 솔직히 많이 놀랐다.
성민님이 몸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으니까.
살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나 장애 있어요'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다만 장애가 있는 사람을 멀리서 보고, 안타깝고 불편한 마음을 모른 척했을 뿐.
장애가 있는 분들을 볼 때마다 2가지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위축되어 있거나 약한 모습.
하지만 성민님에겐 약하거나 위축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성민님은 그 어떤 사람보다 마음이 건강했다. 그런 모습이 멋있었다.
이 날 해양정화봉사활동을 하는 날이었다. 바다에서 쓰레기를 줍고 옮기는 일이었다.
성민님은 걷는 게 불편하기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도움 받으려고만 하지 않았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일을 했다.
전동휠체어를 타면서 쓰레기를 줍고,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을 찍어주었다.
더운 날씨에도 짜증 내기보다 웃으면서 다녔다.
못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쓸모 있는 사람임을 몸으로 보여줬다.
성민님은 주변을 더 밝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장애를 가졌기에 무언가를 못할 거라는 생각도 편견이구나'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물었다. "성민님은 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성민님이 대답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껴요. 그게 너무 좋아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게 감동받았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될지, 주는 사람이 될지. 다 내가 선택할 수 있구나'
봉사활동모임을 취재하러 갔지만, 성민님을 알게 된 게 나에겐 너무 큰 행운이었다.
그날 우린 봉사활동을 마치고 같이 밥도 먹으며 여러 대화를 나눴다.
성민님 본인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점이 존경스러웠다. 인연을 이어가고 싶었다.
장애는 '틀림이 아니라, 다른 거구나'
'그저 조금 불편할 뿐. 똑같은 인간이구나'
'오히려 더 건강하고, 멋있을 수 있구나'
성민님을 보면서 배웠다.
장애 : 막을 장. 거리낌 애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거치적거리게 하거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함. 또는 그런 일.
장애 뜻은 무언가로 가로막혀서 불편함을 겪는 걸 말한다.
불편할 뿐이지, 문제가 있다고 적혀있지 않다.
장애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장애를 부끄러워하고, 무시할 때 문제가 된다.
태어날 때 키가 크고, 작을 수 있다. 다리가 길 수도, 짧을 수 있다
그저 다르게 태어난 것뿐이다.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을 뿐이다.
똑같은 인간이고,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야 할 존재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관계를 막지 못했다.
우린 그 후로 독서모임으로 계속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다.
모임 하러 1시간 거리인 우리 집까지 직접 운전해서 온다.
만날 때마다 서로의 이야기에 감동받는다. 좋은 에너지를 느끼고 감사를 전한다.
성민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매번 뭉클하고 울림을 받는다.
남들과 다른 상황 속에서 힘들었을 텐데, 그 경험 속에서 배운 것들을 나누고,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모습이.
'내가 만약 저 상황이었다면, 저럴 수 있었을까?'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지 모르니까.
그래서 성민님이 멋있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성민님과 나는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성민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장애가 오히려 나를 더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나에게도 내 삶을 가로막는 장애가 닥치지만, 그것들을 힘차게 이겨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성민님은 앞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장애를 가진 분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믿는다. 성민님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왜냐하면 벌써 나의 인식을 바꿔주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성민님이 꾸는 꿈에 조금이나 보탬이 되고 싶어서 적는다.
'장애는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고, 다른 거라고.'
'장애가 있어도 인생을 행복하고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순간, 누구와도 깊이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이런 깨달음을 준 성민님을 만나게 됨에 가슴 깊이 감사하다.
고맙다고 카톡 하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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