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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모양처
Jan 03. 2025
고래사 어묵을 먹으면서 깨달은 것들 - 똑같은 게 없다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미리 안내 말씀.
이 글은 '고래사 어묵' 광고글이 절대 아닙니다.
(물론 광고 주신다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4년 12월 24일 오후 11시. 크리스마스이브. 바람은 많이 불었고 쌀쌀했다.
아크로바틱 운동을 마치고 서귀포에서 제주로 차 타고 40분 동안 넘어왔다.
집에 다 와가는데 왠지 아쉬웠다.
'크리스마스이브인데 한잔하고 싶다'
출출했다. 약간의 공허함도 있었다.
난 술을 잘 안 먹는다.
오늘은 집에서 술을 한 잔 마시고 싶었다.
CU 편의점을 들어갔다.
'무엇과 맥주를 먹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고래사 어묵'
3년 전 부산 살 때, 처음 먹었던 프리미엄 어묵이다.
그때 감동이 잊히지 않는다.
한 입 베어 문 순간, 내가 알던 어묵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맛이었다.
'어묵이 이렇게 고급스럽고 맛있을 수 있구나' 기억에 남았다.
우연의 일치인가.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옆에 2+1이라고 적혀있는 게 아닌가.
나는 구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2분 동안 전자레인지에 돌려 3년 만에 재회한 고래사 어묵.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와..... 미쳤는데?'
내가 인생에서 먹은 어묵 중에 제일 맛있었다.
국물이 마치 링거 맞는 것처럼 내 몸에 따뜻함과 에너지를 솟구치게 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광고 아입니다)
약간의 짭조름함과 감칠맛이 입에 감겼다.
집에서 먹으려고 했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그 자리에 홀짝홀짝 어묵 국물을 마셨다.
고래사 어묵과 맥주 한 잔. 나는 너무 행복하게 크리스마스이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4일이 지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고래사 어묵을 다시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그때의 감동을 기대했다. 국물을 호로록 마셨다.
깜짝 놀랐다. 내가 느꼈던 그 맛이 다 사라져 버렸다.
포장지도 똑같고, 내용물이 바뀌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맛은 분명히 바뀌었다.
(고래사 어묵 디스 아닙니다.)
어묵이 바뀐 걸까? 내 입맛이 바뀐 걸까?
아니, 상황이 바뀌었다.
큰 깨달음을 얻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묵 먹는 걸 멈추고 글을 쓴다.
"똑같은 게 똑같지 않을 수 있다"
불과 4일 전에 느꼈던 맛과 지금 느꼈던 맛은 전혀 달랐다.
이건 비단 맛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이에서도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너 변했어"
오래된 친구나 연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상대가 정말 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변한 게 아닐 수도 있다.
상대를 바라보는 내 시선과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은 변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거다.
불과 4일 만에 어묵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항상 똑같은 맛, 감정, 느낌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가 없다.
왜? 매일 모든 것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변하는 게 당연한 건데,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4일 전에 느낀 맛도 맛이고, 오늘 느낀 맛도 맛이다.
무엇이 더 좋은 맛이라고 할 순 없다. 맛이 다를 뿐이다.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고래사 어묵의 여러 가지 맛을 느낀 사람이 된다.
고래사 어묵을 먹으면서 이런 깨달음을 얻다니.
프리미엄 어묵이라 그런가. 다르긴 다르네.
고래사 어묵 1개 더 남았는데, 그 맛을 그 자체만으로 즐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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