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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모양처 Jan 04. 2025

10년 만에 운전하면서 깨달은 3가지

외면하면 사고난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10년 만에 운전하면서 깨달은 것들


10년 전, 급하게 면허를 땄었다.

그 뒤로 나는 자동차를 운전한 적은 없다.

운전을 꼭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제주도에 오기 전까진.

작년에 제주도에 오면서 운전을 해야만 했다.

장롱면허였다. 사실 면허증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운전 학원에서 도로주행 연습을 했다.

생애 첫 중고차를 샀다.

나는 그렇게 운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전은 나에게 많은 걸 가르쳐 줬다.

운전하면서 깨달은 3가지를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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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삭제




© Yulia Pushkareva, 출처 OGQ









1. 외면하면 사고난다

나는 운전할 때 습관이 있었다.

특히 차선 변경할 때.

'옆에 차가 오는 걸 끝까지 보지 않는다는 것'

그 이유는 뒤에서 갑자기 차가 나타날 것 같았다. 나를 칠 것 같았다. 

두려움에 나는 뒤 차가 오고 가는 걸 외면하는 선택을 했다. 

10년 전이 떠올랐다. 

면허 시험 볼 때도 난 뒤에 오는 차를 끝까지 보지 않았다.

옆에 있는 여자 시험감독관님이 소리쳤다.

"차 끝까지 보세요!" 

(여자 시험관님 해병대 교관인 줄 알았다. 너무 무서웠다.)

놀랬다. 놀래서 오히려 핸들을 확 틀었다. 사고가 날 뻔했다. 

시험에 간신히 합격은 했지만 그때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때 기억이 운전을 하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회피하게 만들었다. 

삶에서 나는 어떤 문제를 직면하기보다 외면하는 선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제주 와서도 한동안 나는 뒤 차가 오는 것을 끝까지 보지 않았다.

'지나갔겠지?' 혼자 생각 속에 잠겼다. 그때마다 뒤 차는 나에게 빵빵거렸다. 

문득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봐야 오히려 더 사고가 안 나는 게 아니야?'

떨리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뒤에 차가 오는 걸 봤다. 차가 내 차 쪽으로 오고 있었다.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하지만 쳐다봤다. 끝까지.

뒤 차는 나를 지나쳤다. 

차선을 변경했다. 뒤에서 내 차를 박지 않았다.

'아, 내 생각이었을 뿐이구나'

뒤에서 차가 칠 거라고 생각했을 뿐,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니까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동안 나는 생각 속에 갇혀 내 스스로를 무섭게 만들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외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위험해진다. 뒤 차를 똑바로 보니 두려움이 오히려 사라졌다.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으니까. 

이때부터 문제를 직면하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간관계에서도, 어떤 일이 닥쳤을 때도 외면하기보다 마주하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2. 어떤 마음을 먹을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어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알다시피 운전은 꽤나 위험하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예민해지기가 쉽다. 

차선 변경을 하다가 뒤에 차가 클락션을 계속 울렸다. 본인 길을 막았다는 이유로. 

상대가 나를 보며 화를 냈다. 

예전 같았으면 이랬을 거다.

"뭐 어쩌라는 거지? 당신 잘못 아니야?"

같이 화를 내는 선택을 했을 거다. 

조용히 창문을 내렸다.

"죄송합니다. 먼저 가세요"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사과했다. 

상대방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일을 통해 깨달았다.

'어떤 마음을 먹을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걸.

나에겐 선택지가 2개가 있었다.

1) 화를 내며 싸운다

2) 침착하게 사과한다.

둘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사과를 선택했다. 그러니 문제가 커지지 않았다.

내가 어떤 마음을 먹을지 선택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선택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내 핸들을 상대에게 넘겨주게 된다. 

나는 내 마음의 핸들을 놓지 않는 법을 배웠다. 

화난 운전자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고맙습니다. 한 수 배웠습니다. 



3.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면 잘하게 된다

나는 운전 1년 차다. 초보 운전 딱지도 떼지 않았다.

후진 주차도 잘 못한다. 무조건 전방 주차만 한다. 

가끔 운전 고수 차를 타면 놀랜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한 번에 좁은 공간을 주차한다.

차선 변경을 과감하게 한다.

카레이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렇지 않아 한다.

나는 감탄한다. 

"아니... 어떻게 그걸 한 번에 해요?"

그들은 머쓱해하며 똑같이 말한다. 

"이게 뭐 어렵다고요"

나는 말한다.

"전 그거 못해요. 운전 진짜 잘하시네요"

운전 자체는 사실 되게 고난도 작업이다.

주변 상황을 계속 봐야 한다. 그에 맞춰서 조종도 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무서워서 운전을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많은 운전자들은 쉽게 느낀다. 

쉽게 느끼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많이 해봤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운전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다 초보에서부터 시작한다.

다만 오랫동안 많이 했기 때문에 잘하게 된 거다.

걸음마도. 젓가락질도.

그 외 당신과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모든 게 다.


'내가 운전을 잘할 수 있을까?' 

운전을 처음 시작할 때 생각했었다.

나는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두려웠다. 두렵지만 매일 핸들을 잡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10도 밖에 안됐던 시야가 30도, 60도, 120도.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

그런데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는 순간 좌절하게 된다.

부담이 커져서 시작도 못하게 된다.

나에겐 글쓰기가 그랬었다. 처음부터 대단한 글을 쓰려고 했었다.

1년을 미뤘다.

욕심을 내려놓고 매일 1줄씩 썼다.

그러다 보니 1년에 2500개씩, 3년 동안 글을 쓰고 있다. 

어렵게 느껴졌던 글쓰기가 내 삶에 찰싹 달라붙었다.


제주 오기 전에는 내가 운전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지금은 운전해서 가고 싶은 데를 마음껏 간다.

매번 짜릿하다. 

두려움을 마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까지도 운전할 때마다 가끔씩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하다.

부끄럽지만, 운전을 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고백했다.

궁금해졌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두렵거나 외면하는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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