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다 Sep 23. 2024

삶이 힘들 때 꺼내먹는 '소셜 스낵'

더 뿌듯한 내일을 위해


김규림 작가의 책 '매일의 감탄력'을 통해 알게 된 소셜스낵. 심리학자 가이 윈치(Guy Winch)가 소개한 '소셜 스낵(social snack)은 사람들이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짧게나마 경험하는 작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인 연결을 느끼게 해주는 '작고 간단한' 상호작용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들은 힘이 되는 말이나 메시지, 목표했던 무언가를 이뤘던 성취의 경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들 등이 해당된다. 배고플 때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는 것처럼 상처 난 마음에 응급키트가 필요할 때, 내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일 때 소셜 스낵은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게 나를 보호해 주는 수단이 된다.




'소셜 스낵'이라는 개념을 몰랐을 뿐, 내게도 꽤 오래전부터 모아 왔던 '소셜 스낵 저장소'가 있다. '내가 이렇게 괜찮은, 훌륭한 사람이었다고?'라고 느껴질 만큼 나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사랑하는 이들의 편지와 메시지, 볼 때마다 힘이 되는 문구들을 찍어 모아둔 나만의 폴더, 그리고 물건들을 담아놓은 보관함.




최근 몇 달 전부터 제법 단단한 줄 알았던 내 마음은 쿠크다스처럼 자주 부스러지고 또 무력해졌다. 회사 일이든 내 개인사든 뭐 하나 내가 계획한 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자 꽤나 자주 스스로에게 갖은 짜증을 부리거나, 과거의 나를 질책하고 미워도 했다. 그래도 그 원망이 깊거나 길어지지 않았던 건, 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나만의 '소셜 스낵' 덕분이었다. 여러 개의 작은 말들과 마음들이 흔들리는 나를 하나하나 붙잡아 주고 위로해 주었고, 또다시 해보자고, 할 수 있다고 힘을 주었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 주는 힘에 또 한 번 놀라곤 한다.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잔뜩 무너져 놓고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쓱-닦고 주먹 꽉 쥐며 다시 해보자고 다짐하는 내 모습을 보며,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간식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보다 더 큰 역할을 해주는 내 소셜 스낵 저장소는 오히려 급할 때 찾는 응급키트가 아닐까 싶다.




다시 꺼내 본 편지와 메시지들을 보니 제일 많았던 말은 힘든 순간, 나 덕분에 힘을 내고 버틸 수 있었고 또다시 무언가를 하고 싶어 졌다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의 이유'가 되고 '누군가의 힘'이 되어주었다는 말에 '내가 누군가의 소셜 스낵이 되어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뿌듯하고 행복해진다. 앞으로도 더 많이 모아두고 또 나누어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내 폴더에 있는 소셜 스낵 저장소 - '나만의 응급키트'



더 뿌듯한 내일을 원한다면 사소한 시간 하나하나를 소홀히 하지 말자. 소박한 오늘을 보내는 나만의 시간이지만, 그 속에는 영화의 규칙처럼 내일을 행복하게 해 줄 결정적 장면이 반드시 숨어 있을 테니까.
- 조현구, 「시간의 말들」, 유유, 2024, 89쪽




- 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을 준 고마운 책 -

* 김규림, 「매일의 감탄력」, 웨일북, 2024

* 조현구, 「시간의 말들」, 유유, 2024




제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온기를 불어주기를, 힘이 되기를 바라며. 

공감과 댓글은 제게도 큰 힘이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