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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나 Dec 16. 2020

1년간 얼마나 지원하고 떨어졌는가

쿠쿠다스 멘탈 경험기

1년간 아나운서 공채에 수없이 지원하고 수도 없이 탈락했다.


2019년 말부터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하고 2020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런 나로서는 예년에 비해 올해가 공채 가뭄인지 알 수 없으나 모두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공채 가뭄이라고 얘기한다. 코로나랑 아나운서랑 무슨 관련 있는데? 아나운서는 원래 적게 뽑는 거 아니야?라는 질문에 사실 나는 이렇다 할 대답은 할 수 없지만, 그간 오랫동안 준비해온 대다수의 언니 오빠들과 아나운서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했다.


올해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지원서를 넣기 시작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7월부터 한 달가량 본가인 대구에 가서 쉰 적이 있다. 그때 집 컴퓨터로 매일 아나운서 모집 공고를 확인하고, 아나운서에서 더 나아가 내 목소리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검색하고 찾아봤다. 친구와 놀고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에도 무조건 한두 시간씩은 꼭 컴퓨터를 켜고 앉아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보고 지원했다. 한 달가량 휴식을 취하러 갔던 대구에서 매일 자소서를 쓰는 습관을 채득해 서울로 올라왔다.


이렇게 당연하지만 잘 실천하지 못했던 '지원 공고 매일 보기'는 절실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니 매일 적극적으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공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요즘은 언론사에서 기자로 인턴을 하며 매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매일 아침과 점심시간, 퇴근 후 무조건 공고를 확인하고 자소서를 다시 써서 지원하고 있다.


요즘은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궁금하다. 주 5일 9-6 직장인이자 취준생인 나. 회사 가랴 취준 하랴 쉽지만은 않다. 더욱이 아나운서를 지원할 때는 각 회사에서 지정해준 원고로 포트폴리오 영상을 매번 새로 촬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근 3주간 매일 퇴근 후 지정 원고를 연습하고, 과외 선생님께 연락드려 첨삭받고, 주말에는 샵에 가서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스튜디오를 예약해 촬영을 했다. 심지어 스튜디오 촬영본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집 근처 스터디 카페를 예약해 다시 촬영하기도 했고, 집으로 돌아와 또 추가 촬영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집 조명이 예쁘지 않다는 생각에 앞으로 촬영할 때 쓰고자 조명도 구매했다.


이렇게 나를 갈아 넣으며 아나운서 취준 생활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 하반기 수많이 지원하면서 정말 크게 무너진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멘탈이 터진' 날은 바로 현대 hcn 아나운서 공채 때다. 일주일 가량 자소서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 지원한 결과 서류에 합격했다. 매번 12명 내외로 서류를 합격시키는 공채에서 서류합격이라니..! 내겐 정말 큰 첫 성과였던 만큼 면접이 두렵고 무서웠다. 심지어 AI 인적성검사를 치렀어야 하는데 마지막 날까지 미뤄둘 만큼 멘탈이 흔들렸다. 쿠쿠다스 멘탈로 치른 공채의 결과는 당연했다. 심지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스트레스가 극심해 탈락 연락을 받고는 시원하기까지 했다.


난 평소에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멘탈이 돌멩이 같다', '흔들리는 모습을 잘 안 보인다', '성격이 무난 무난하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아무리 큰 시험이어도 겉으로 떠는 게 잘 드러나지 않고, 그만큼 멘탈도 흔들리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아나운서 준비를 하면서 단단하지 못한,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은 나를 발견해 참 두렵기도, 한편으론 짠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좀 더 태평하게 받아들이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내가 갈 길을 가기로 마음먹는 발판이 됐다.


이 외에도 기껏 수 십만 원을 투자해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스튜디오까지 예약해 촬영을 했지만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정말 무너진다. 또 목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때는 걱정이 앞서고, 촬영해야 할 지정 원고가 너무 많을 때는 퇴근 후 촬영하기에도 체력이 따라주질 않아 힘겹다. 또 숏컷이었던 머리를 '아나운서상'에 맞추는 게 좋다는 주위의 조언에 단발로 기르는 와중 끝없는 ‘거지 존’은 5개월가량 나를 괴롭히고 있다. 정말이지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9월 즈음엔 한 달간 거울도 보지 않을 만큼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헬스장이 닫고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운동을 하고 싶어도 중량을 칠 수 없을 때는 몸에 대한 자괴감과 미안함이 들기도 하고, 뉴스 리딩이 늘지 않아 연습해야 함을 알면서 집에 오자마자 쓰러질 때는 나 스스로가 참 미워지기도 한다.


수 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취준생의 삶. 더욱이 합격률이 개미구멍 같은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마음이 더 요동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겪으면서 난 분명히 성장했다. 2020년 최종 5인에 선발돼 최종 면접으로 서경방송 문을 두드리기도 했고, 이 외에 아주 많은 서류합격을 경험했다. 그러나 2020년 아나운서 합격 여부를 떠나 가장 큰 수확은 내가 한층 더 성장했다는 것과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것.


일희일비하지 말자. 인생사 새옹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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