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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샘 Mar 07. 2022

불멍과 소시지가 만나 추억이 되다

대안학교 아이들과 캠핑하기

남침 불가!!     

북한이 남침하지 않는 이유는 중2 때문이다. 중2병이 무서워 내려오지 못한다는 그럴싸한 논리다. 21년에 1년간 중2 담임을 했다. 중3으로 올려 보내고 나니 마음이 심쿵하다. 가르쳤던 학생들이 너무 보고 싶어졌다. 누가 중2를 사춘기의 절정이라고 했던가! 거짓말이다. 그리움이 가득 차 밖으로 터져 나와 결국 제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무얼 하고 놀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새도 없이 말이다. 아쉽게도 3명은 마음만 왔고, 반갑게도 5명은 몸도 왔다. 반 아이들 모두를 초대하고 싶었지만 6인 집합 금지여서 비밀리에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전화벨이 안 울린 친구들아~ 미안!!      


드디어 1박 2일 캠핑 시작이다.  

음식은 최고의 놀이다. 나의 최애 음식이자 최고로 자신 있는 양념 닭갈비가 저녁 메뉴다. 젊었을 때 닭갈비 집을 운영해본 손맛이 아직도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이래바도 중학교 때 닭갈비 원조인 춘천에서 1년 유학한 유학파다. 아이들은 게 눈 감추듯 그릇을 비운다. 닭갈비 양념에 밥을 몇 공기 비볐는데 그것도 순식간이다. 일어서면 배고플 나이가 맞긴 맞나 보다. 

바깥 날씨는 영하 1도지만 캠핑의 맛은 불멍이기에 얼른 불을 피웠다. 토치를 잡고 숯에 불을 피우자 영만이가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샘~ 저도 해볼래요!" 토치를 건넸다. 조심스레 불을 붙이며 신기해한다. 설거지가 끝난 아이들이 게스트하우스 밖으로 나와 화로 주변을 둘러싼다. 소시지를 꼬치에 끼워  저마다 손에 쥐었다. 저녁 먹은 배는 방안에 두고 왔는지 이글이글 타오르는 소시지가 금방 뼈대만 남는다. 소시지 맛이 기가 막힌다! 함께 먹어서 그런가 보다. 바닥에 의자도 없었는데 철퍼덕 자갈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강수가 BGM을 튼다. 가져온 블루투스 스피커로 밤하늘을 가득 채운다. 그러다가 김필의 '청춘'이 흘러나온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구를 위한 노래인가? @.@    

   


'샘~!  너~~ 무 행복해요~'

'이런 캠핑 처음이에요' 불멍을 하며 승구가 연신 쏟아낸다. 한참을 불멍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제주로 가기 전에 무엇을 할지, 고등학교는 어디로 갈지, 고등 때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추운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1시간을 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대화는 끝을 몰랐다. 누가 대한민국의 중2를 힘들게 하는가. 누가 교육을 이토록 절망에 빠지게 했단 말인가. 누가 우리에게 꿈꿀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 갔단 말인가. 혼내주고 싶었다.   


화이트보드를 스크린 삼아 심야 영화관이 열렸다. 넷**스 영화사 후원이다. 간식은 재진이 어머니가 박스째 보내주신 귤이다. '이스케이프'를 보는 내내 난 가슴을 졸였다. 심야 영화가 끝나고 넓은 거실에 이불을 쭉~욱 펴고 6명이 한꺼번에 누웠다.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뒹굴다가 불을 껐지만 잠들 줄 모른다. 잠을 청하려는 나를 아이들이 깨운다.     


 "쌤~ 이럴 땐 눈뜨고 들어야 돼요!"     


내려가던 눈꺼풀을 간신히 올렸다.  중2가 모이면 반드시 하게 되는 진실 게임 시간이다. 무슨 주제가 오갔을까? 그건 바로바로~~'사랑'이다. 상큼 발랄 중2 남학생 5명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손이 간질간질하지만 의~~ 리를 지켜야 하기에 쉿! 비밀이다.  새벽 2시쯤 동시에 잠이 든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니 나보다 먼저 깬 친구들이 있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난다더니! 그런데 무얼 하고 있나 보니 하나같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역시 MZ세대이다.


아침은 핫케익이다. 방법을 설명해주었더니 재진이랑 승준이가 용케도 잘 만든다. 물론 모양과 색깔은 빈대떡인지 초콜릿 케이크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설거지는 돌아가며 자원해서 아이들이 맡았다. 학교의 유명한 관광 명소인 트리하우스로 산책을 갔다. 유명한 설계사가 만든 집이라고 소문나 있는데 사실은 내가 소문냈다. 내가 아이들과 설계하고 건축을 정이 너무 많이 가서 그랬다.ㅎㅎ 이곳에 마지막으로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작년 수업 시간에 글감을 찾으러 트리하우스에 가서 물장구치고 개구리 잡고 놀았더니 그게 생각난 것 같다. 바람은 쌀쌀했지만, 햇볕은 따뜻하다. 트리하우스 연못은 살짝 얼어 있었다. 얼음지치기를 하기에는 살얼음이었지만 용감한 몇몇은 발을 담가본다. 돌을 던져보기도 하고 꼬챙이를 얼음에 던져 찔러보기도 한다.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얼어붙은 물을 보러 높이 올라가 환호하기도 한다.  저쪽 바위 위에서 이쪽 둑으로 훌쩍 점프해서 뛰기도 한다. 물속에서 도롱뇽 알과 치어를 발견하며 신기해한다.      


재진이 어머니가 주신 목살에 처가에서 가져온 김치를 냄비에 담아 푹 끓였다. 라면 3개는 번들이다. 밥을 한 솥 준비했지만 역시나 금방 비웠다. 라면 4개 추가요!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짐을 정리하여 아이들을 차에 태웠다. 이제 떠나면 10개월간 제주도에 가서 어학연수를 해야 하기에 12월이나 되어야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1박 2일 캠핑이 어땠는지 물었다.     


'최고로 행복했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좋은 추억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여름에 또 가요!"     


제주도에서 10개월간 공부하며 힘들 때 이 추억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언젠가 힘든 시절이 가고 열매 맺을 때가 있을 것이다. 푸르른 청춘이 가면 청춘을 그리워할 때가 오는 것처럼. 그때 우리가 함께한 1박 2일이 아이들에게 한 찰나가 되어 흐뭇한 미소가 되길 바란다.      

아이들을 태워다 주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핸드폰이 급하게 울린다!


'까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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