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국내 최초의 대중적 인터넷 접속 서비스 뒷 이야기
95년 초, 개발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프로그래밍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채로 외부 교육 기관에 위탁 교육을 받기도 하고, 입문서를 뒤적거리며 코딩 공부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경제학과 1년 후배인 H가 개발 기획을 담당하는 팀에 속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너 이거 뭐야?"
"트로이 윈속이라는 프로그램을 깔면 돼요."
H는 통신 덕후였다. 경영학과 대학원까지 나온 녀석이 사설 BBS를 섭렵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그 녀석의 모니터에서 돌아가는 웹브라우저는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알고 보니 사내 통신망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법을 연구소 선배에게 알아와서 테스트하는 중이었다.
트로이 윈속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된 후 소스 코드를 구해 들여다보았다. 제대로 분석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다지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대략 무슨 기능을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조금만 수정하면 천리안을 통해서도 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듯했다. 사업팀 동기인 B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거 운영팀에서 조금만 수정해서 붙이면 충분히 서비스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개발팀은 손댈 여력이 없어 보이는데 사업 쪽에서 진행해 보면 어떨까?"
"오호~~ 그거 말 되겠다. 진행해 볼게. 땡큐~~"
결국 95년 5월, dwinsock이라는 프로그램이 천리안을 통해 배포가 되었고,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최초로 웹 연결까지 가능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물론 추가되는 비용 부담 없이 분당 30원씩 꼬박꼬박 챙겨 주는 효자 서비스로 자리 잡은 것은 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입사 동기들끼리 꿍짝 해서 신규 서비스를 서너 달 만에 오픈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당시 천리안은 가능했다. 정체되어 있던 천덕꾸러기 부서에서 우리 기수를 시작으로 신입사원들이 대폭 충원되면서 활기가 차오르던 시절이었고, '하겠다는 거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며 분위기가 바뀌던 시점이었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