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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Feb 10. 2022

[아재 라떼 공방 #7] 개발팀에서 포토샵만 진냥

프로그램은 언제쯤 다룰 수 있으려나...

95년 상반기 개발팀은 천리안 매직콜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메뉴 관리 업무를 했었고, 그래픽으로 제공되는 해외 서비스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매직콜에서 서비스될 메뉴 화면을 담당하게 된다. 


매직콜 메인 화면은 이현세 화백이 그려 주었고, 하위 메뉴 화면 작업을 위해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광고 디자인 쪽으로 나름 실적이 좋은 디자이너였다. 


"아니 그렇게 하면 그림이 안 나온다고요. 색상도 다 깨지고 계단 지고... 이런 작업은 세상 처음이네요..."


"아무튼 300 Kbyte 넘으면 안돼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당시 9600 bps, 기껏해야 14.4 kbps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PC통신을 알 리가 없는 디자이너가 그려주는 이미지를 그대로 서비스에 얹을 수는 없었다. 천만 원짜리 실리콘 그래픽스 장비나 맥에서 광고 그래픽만 그려 왔던 디자이너 입장에선 1000픽셀 미만, 버튼 같은 경우는 2-300픽셀 이내로 그려야 한다는 상황에 황당해했다. 심지어 색상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을 디자이너에게 이해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포토샵을 배웠다. 다행히 포토샵 2.5부터는 윈도에서도 작동이 되었고 마침 3.0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기능도 대폭 강화되었다. 천리안 동호회들을 뒤져가며 기능들을 익혔고, 커다란 이미지 대신 타일로 배경을 까는 방법, 간단하게 버튼을 만드는 방법 등을 익혔다. 


5분마다 죽어버리는 메뉴 제작기를 가지고 디자이너가 그린 그림에 버튼 기능을 입히고, 자동으로 생성되는 메뉴 화면을 위해 버튼들을 만들고, 아무튼 서너 달 메뉴 제작기와 포토샵을 붙들고 날밤을 깠다. 포토샵, 이거 은근히 매력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디자인이라는 작업도 재미있고. 


95년 7월 1일 드디어 매직콜 서비스가 출시된다. 그리고 이 날, 전화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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