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트, 회사를 걸고 진실을 알리다
톰 행크스(편집국장 벤 브래들리 역), 메릴 스트립(바라행인 캐서린 그레이엄 역)이 주연이다. 그리고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포스터에 등장하는 이름만으로 영화의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예전에 [스포트라이트]라는 영화에 대해 글을 올렸었다. 그 영화는 보스턴 글로브에 관한 이야기였다. [더 포스트]는 워싱턴포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1970년대 위싱턴이 배경이다. 당시만 해도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 지역의 소규모 언론사였다. 가족기업으로 운영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던 워싱턴 포스트는 주식 시장 상장을 앞두고 제대로 자금 조달이 될지 걱정이 크다. 더구나 발행인인 케서린 그레이엄은 당시 남성 중심의 언론계에서 유일한 여성 발행인으로서 편견에 시달리고 있었다.
때마침 뉴욕타임스는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정부 기밀문서(펜타콘 페이퍼)를 폭로한다. 미국 정부가 전쟁이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 정보를 퍼뜨리며 전쟁을 이어왔다는 내용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닉슨은 이를 반역 행위로 몰아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워싱턴 포스트 역시 이 문서를 입수하고 보도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캐서린은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한 후 법적 제재를 받게 되면 주식 공개는 물거품이 되고 신문사는 파산 위험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임원들은 격렬하게 보도를 반대하고, 편집국장을 비롯한 기자들은 언론의 책임을 내세워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인쇄 마감을 앞두고 캐서린은 결단을 내린다.
법원의 판결로 보도를 못하게 된 뉴욕타임스를 대신하여 워싱턴포스트가 펜타곤 페이퍼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다음 날에는 모든 신문사가 폭로에 동참한다. 법원은 결국 언론 자유에 손을 들어준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The press was to serve the governed, not the governors."
글자 하나하나를 식자하여 신문을 만드는 장면, 윤전기에 물려 돌아가는 흰 종이에 신문의 지면이 인쇄되는 장면, 방금 인쇄된 신문을 라인에서 들어 올리는 장면, 거리의 가판대 앞에 신문 뭉치를 떨구고 서둘러 떠나는 트럭... 이제는 보기 힘든 그 시대의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과 함께 그 시대의 저널리즘도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졌다.
물론 지금 우리도 훌륭한 언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입장에 맞는 언론을 선택하여 소비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은 사라졌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가짜뉴스로 몰아세운다. 저널리즘의 문제일까, 소비자의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