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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6% 소주 18%, 세 배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술자리에서 마주한 수학적 의문

by 기타치는 사진가

친구들과의 술자리, 테이블 위에 놓인 막걸리와 소주를 번갈아 봅니다. 막걸리는 보통 6%, 소주는 18% 정도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죠. 산술적으로 따지면 소주는 막걸리보다 세 배 이상 강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독함'의 정도가 정확히 세 배일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소주가 분명 더 강렬하긴 하지만, 우리 뇌가 받아들이는 자극의 크기는 숫자의 배수만큼 정직하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왜 6%와 18%의 차이는 세 배로 느껴지지 않는 걸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우리는 수학의 골치 아픈 공식이 아닌, 우리 몸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인 '로그(Logarithm)'를 이해해야 합니다.


조용한 도서관과 시끄러운 운동장의 비밀


우리의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소리 이야기를 잠시 해보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도서관에서 누군가 옆 사람에게 속삭입니다. 이때 다른 한 명이 추가로 속삭이면 소리의 에너지는 물리적으로 정확히 두 배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들리네?' 정도의 변화로만 인식합니다. 반면, 수천 명이 응원하는 시끄러운 야구장을 상상해 보세요. 거기서 한 사람이 더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전체 소음이 더 커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은 자극이 약할 때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극이 강해질수록 웬만한 변화에는 둔감해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19세기 학자 에른스트 베버와 구스타프 페히너는 이를 공식화하여 '베버-페히너의 법칙(Weber-Fechner Law)'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법칙의 핵심이 바로 수학의 '로그'입니다.


로그: 폭발적인 숫자를 잠재우는 마법의 도구


로그를 한 줄로 정의하면 "어떤 숫자를 만들기 위해 밑수를 몇 번 곱해야 하는가?"를 묻는 연산입니다. 예를 들어, 10을 밑으로 하는 '상용로그'를 기준으로 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log10 = 1 (10을 1번 곱함)

log100 = 2 (10을 2번 곱함)

log1,000 = 3 (10을 3번 곱함)


여기서 흥미로운 마법이 일어납니다. 숫자는 10에서 1,000으로 무려 100배나 커졌는데, 로그값은 1에서 3으로 고작 2만큼 늘어났을 뿐입니다. 즉, 로그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큰 숫자를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작고 차분한 숫자로 압축해 줍니다.


우리 몸은 외부의 거대한 자극으로부터 신경계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감각 시스템에 이 '로그 압축기'를 장착하고 진화한 셈입니다.


세상 구석구석 숨어있는 로그 척도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뿐, 세상은 이미 로그의 언어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소리의 크기, 데시벨(dB): 우리가 흔히 쓰는 데시벨은 대표적인 로그 척도입니다. 80dB의 소음은 40dB보다 두 배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실제 에너지상으로는 무려 10,000배나 강력합니다. 만약 소리를 선형(Linear) 수치로 표현했다면, 우리는 일상적인 소음 차이를 수백만 단위의 숫자로 읽어야 했을 겁니다.


지진의 강도, 리히터 규모: 뉴스에서 말하는 "규모 5.0과 6.0의 차이"는 숫자상으로 1 차이지만, 지진이 내뿜는 에너지는 약 32배 차이가 납니다. 규모가 2단계 차이 나면 에너지는 1,000배로 뜁니다. 지진의 파괴력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에 로그를 쓰지 않고는 그 크기를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산성도(pH): 레몬즙(pH 2)과 우유(pH 6)의 차이는 단지 숫자 4가 아닙니다. 레몬즙 속의 수소 이온 농도는 우유보다 무려 10,000배나 높습니다. 우리 몸의 혈액 pH가 아주 조금만 변해도 생명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로그 스케일에서의 미세한 변화는 실제로는 거대한 파동이기 때문입니다.


별의 밝기: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히파르코스가 정한 별의 등급도 로그 기반입니다. 가장 밝은 1 등성은 가장 어두운 6등 성보다 실제 빛의 양이 100배나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눈은 이를 5단계의 고른 차이로 인식합니다.


지수함수가 팽창한다면, 로그함수는 수렴합니다


지수함수가 코로나19 확진자 수 그래프처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구치는 '폭발의 미학'을 가졌다면, 로그함수는 그 반대입니다. 처음에는 가파르게 올라가지만 갈수록 완만해지며 세상의 소란을 잠재웁니다. 수학적으로 로그는 지수함수의 역함수입니다. 우주가 지수함수적으로 팽창하고 에너지를 발산한다면, 인간은 로그라는 필터를 통해 그 거대한 우주를 자신의 감각 안으로 끌어들여 이해합니다.


다시 술 이야기로 돌아가면, 알코올 도수가 높아질수록 우리 혀와 뇌가 느끼는 자극의 증가 폭이 줄어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존의 수학'인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연 현상이 로그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지진 에너지는 그냥 물리 법칙대로 발생하고, 소리도 에너지가 퍼지는 법칙을 따를 뿐입니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감각 체계가 로그로 진화했을 뿐입니다.


작은 바스락 거림에는 예민하게 반응해 포식자를 피하고, 천둥 번개 같은 거대한 소음에는 감각이 마비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몸은 로그를 선택했습니다. 결국 수학책 속의 딱딱한 로그 기호는, 인간이 세상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느끼기 위해 몸속에 새겨 넣은 가장 인간적인 도구인 셈입니다.


이제 다음에 술잔을 기울일 때, 막걸리와 소주의 도수 차이가 생각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떠올려 보세요. 당신의 감각이 지금 이 순간에도 거대한 세상을 로그의 마법으로 차분하게 압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저 역시 문과생이지만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과의 세계를 훔쳐보고 싶습니다. 궁금하신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함께 이과생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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