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건 공짜가 아닙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겁니다. 출근길 꽉 막힌 도로 위를 비웃듯 창문을 열고 훌쩍 날아오르는 자신의 모습을요. 비행기 티켓도, 여권도 필요 없습니다. 오직 내 힘으로 바람을 가르며 구름 사이를 누비는 자유.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죠.
하지만 냉정한 생물학의 세계에서 이 상상은 꽤나 잔인한 결말로 이어집니다. 새가 하늘이라는 광활한 영토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지 알고 나면, “그냥 KTX 타는 게 속 편하겠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실 겁니다. 자, 인간이 날개를 달았을 때 받게 될 청구서를 하나씩 살펴볼까요?
인간이 자력으로 날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엔진, 즉 근육입니다. 새가 날갯짓을 할 때 사용하는 핵심 동력은 대흉근(大胸筋), 즉 가슴 근육입니다. 비둘기를 한 번이라도 가까이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몸집에 비해 가슴이 놀라울 정도로 두툼합니다.
보통 새의 체중 대비 비행 근육 비율은 15~25%에 달합니다. 이를 몸무게 70kg인 성인 남성에게 대입해 볼까요? 오직 날갯짓만을 위해 가슴과 등에만 10~17kg의 순수 근육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헬스장에서 만든 ‘보기 좋은 가슴’ 수준이 아닙니다.
이 정도 근육 부피를 감당하려면 인간의 가슴뼈는 앞뒤로 30~40cm 이상 불룩하게 튀어나와야 합니다. 새들에게는 가슴뼈 한가운데가 배의 바닥처럼 툭 튀어나온 용골(龍骨, keel)이라는 구조가 있는데, 인간 역시 이 뼈가 돌출되어야 그 거대한 근육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날렵한 천사가 아니라, 걸어 다니는 드럼통에 날개를 달아놓은 듯한 기괴한 형상이 되고 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