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바닷물, 그리고 막걸리

삼투압이 만들어 내는 마술과 과학

by 기타치는 사진가

김장철이면 어머니들이 배추에 소금을 켜켜이 뿌려요. 몇 시간이 지나면 배추는 숨이 죽고, 사방에 물이 흥건하게 고입니다. 배추 속에 있던 물이 나온 거예요.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소금이 직접 물을 빨아 당기는 건 아니에요. 이건 좀 더 미묘한 현상인데, 이름은 삼투압입니다.


농도가 다른 두 칸이 붙어 있으면

삼투압을 이해하려면 한 가지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봐야 해요. 반투막이라는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맑은 물, 오른쪽에는 소금물이 있습니다. 물은 통과할 수 있지만 소금은 통과하지 못하는 막이죠.


시간이 지나면 왼쪽의 물이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소금은 막을 통과하지 못하니까, 물만 이동해서 양쪽의 농도를 맞추려는 거예요. 이 힘 —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물을 밀어내는 힘 — 을 삼투압이라고 합니다.


배추는 왜 절여지는가

배추 세포에는 세포막이 있어요. 이 세포막이 바로 반투막입니다. 배추에 소금을 뿌리면 세포 바깥의 농도가 갑자기 높아집니다. 그러면 삼투압 원리에 따라 세포 안의 물이 밖으로 빠져나오죠. 소금이 물을 억지로 당기는 게 아니라, 농도 차이에 의해 물이 스스로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소금에 절인 음식이 오래가는 이유도 같습니다. 세균이나 곰팡이도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입니다. 소금 농도가 높은 환경에 놓이면 세균 세포 속 물도 밖으로 빠져나가 세균이 말라죽게 됩니다. 소금이 방부제 역할을 하는 핵심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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