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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비 Jan 14. 2024

어둠 속의 빛

기특한 나에게 보내는 새해 인사

연말에 그렸던 그림



겨울 한가운데를 서성이는 마음이 공허한 눈발처럼 흩날리던 연말.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 그저 비슷한 매일의 연속일 뿐이라는 새해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던지며 불안한 마음을 애써 숨기기 바빴던 날들이었다. 


그때 지난 한 해가 어떠했는가 누군가 내게 물었다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한 해였다고 말했을 거다. 원치 않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고,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상황 앞에 무너진 날 일으켜 세우느라 안간힘을 쏟아내었던 시간이었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숨찼던 지난날에 대한 연민과 잃어버린 것에 대한 것에 대한 상념으로 뒤범벅된 채 맞이한 연말은 나에게 일어난 모든 게 현실이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2023년 마지막 날, 지푸라기를 잡듯 노트를 꺼내어 그동안 해온 크고 작은 일들을 써 내려갔다. 한 줄, 두 줄.. 버텨내기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을 종이 위에 적었다. 목록을 다 쓰고 나서 그것을 다시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전부를 잃어도, 자신만은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날들이 거기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생애 한 번도 스스로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을 처음 내뱉었다. 기특하다, 너. 


지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 지금, 나에게 불행이었는가, 아니면 행복이었는가 되묻는다. 어둠이 있어 빛이 드러나듯, 불행이 있어 행복을 깨달을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었다 말하고 싶다. 행복과 불행은 현상이 아닌, 그 현상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형태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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