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사람 없는 곳은 없을까?’ 하며 무작정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마스크 훌훌 벗어던지고 맑은 공기 마시며 여유롭게 거닐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의 현실상황을 내려놓고 저자처럼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해 생활공간을 숲으로 옮겨 육아를 한 이야기가 아니라 '선택'을 통해, 엄마로서가 아닌 한 사람으로의 성장해 가는 모습과 더불어 한 가족의 성장을 잔잔하게 전하는 이야기이다.
편의시설이 잘 구비된 도시에서 사는 것도 좋지만, 나무와 풀이 가득한 자연 속에서 사는 삶에 대한 로망은 도시의 각박한 삶에 지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연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과 넓은 초원 위에 무지개가 뜨는 모습...어찌 보면 도시보다 숲에서 사는 생활이 힘들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들의 삶이 활력이 넘치고 은근히 부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에서 자란 뼛속부터 도시 여자인 것을 자처한 저자는 어쩌면 상당한 내려놓음이 있었을 테고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란 이름으로 꿈꿀 수 있고, 엄마이기에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저자가 자연에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전하고 있는 것만으로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소위 옛날 '희생의 아이콘' 엄마의 이미지가 아니라 자기주장 똑 부러지게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는 저자의 모습에 '신세대 엄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실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아무런 사교육 없이 세 자녀를 자연 속에서 방치하며 마냥 숲에서만 놀리면서 키우겠다는 무모한 도전이 아닌가 살짝 오해가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지혜롭게 작가 스스로의 성장을 돕는 엄마의 역할에 입가에 미소도 짓게 했다.
책에 나오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몇 해 전에 [월든]을 읽었을 때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시끄러운 도심 속을 벗어 나고도 싶고, 자연 안에 있으면서 지저귀는 새들과 자연스럽게 이웃이 되어 보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호수가도 거닐고 싶고..
이런 감정들을 일깨워진 세기를 뛰어넘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월든]은 무소유를 주장하며 물질문명을 부정하고, 사회 모순을 풍자하면서 사람들을 일깨워준 책이라 기억된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생각을 한 저자와 오버 랩 되면서 대한민국에서 우리들의 월든을 꿈꿀 수 있는 저자가 그저 부럽기만 했다.
간소하고 단순하게 살지만 그 숲에서의 생활에서 깨달음을 얻고 저자의 삶이 조금 느리더라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깨어 있는 삶을 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나답게 , 남들 신경 안 쓰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쩜 자신에게 활력을 주는 듯하다.
원하지 않은 일과 생활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눈만 뜨면 달라지는 세상에 반기라도 들듯 느릿느릿 걷고 싶기도 한 요즘 정말 힐링되는 책을 만남에 여유로운 마음까지 가지게 해 주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저자의 가족이 이렇게 뭉칠 수 있었던 힘은 아마도 남편의 힘이 절대적으로 컸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육아는 절대로 혼자의 힘으로는 이끌어 나가기 힘들다. 함께 책을 읽으며 독서토론을한다는 것은 여느 부부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부부간의 대화가 '아이'의 육아뿐만 아니라 '책'이 된다면 부부가 가장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저자가 천하태평하게 '우리는 숲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부부는 아이의 성장에 대해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의 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의 성장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에 대해 말이다.
저자는 아이에게 어른의 깔끔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과도한 기대를 하는 순간 모든 일은 엄마의 몫이 된다는 말에 제가 처음 아이를 키웠던 지난날의 과오들이 생각났다. 그 당시 처음 내 품에 안긴 아들에게 엄마가 된 저는 제 생각을 강요하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아니면 ‘다~ 너 잘 되라고’라는 식으로 아들의 앞날을 미리 정해 둔 것 마냥 그땐 그게 전부인 것 같았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오만 덩어리였다.
왜 그랬을까? 그때 내 생각과 주장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했는데 말이다.(부모가 되는 것도 자격증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는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만큼을 정해주는 것이 엄마의 몫이라고 말한다.포인트는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완벽한 깔끔함이 아닌, 스스로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간결함을 가르쳐 주는 것이 어릴 때 참 중요한 것 같다. 또한 이 책의 저자가 남편과 사랑스러운 세 딸과 함께 살아가는,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이유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 ‘가족’이라는 말보다 더 평화롭고 행복을 주고 희망을 주는 말이 또 있을까? 가족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든다. 문득 아주 맘에 와닿는 말이 생각난다.
“가족이란, 넘어지기 전에 손 잡아줄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이기에 서로의 손끝을 놓치고 싶지 않은 가족! 작가가 말하는 가족이야 말로 마냥 희생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서로가 존중하는 관계야말로 진정한 가족이라고 정의를 내려준다. 또한 거기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가 되려면 거리가 필요하다는 ‘ 1미터 육아법’이 참으로 와 닿았다.
아이의 행동에 개입하지는 않지만 각자가 스스로 땅을 디디고 서서 동행하는 그런 육아ᆢ거리두기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을 양육하면서도 꼭 필수조건임을 명심해야겠다! 또한 아이들도 부모들도 각자 입장에서 이해를 바라기 전에 서로가 스스로 배려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가족의 행복지수는 조금씩 높아질 것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것이 아니라, 육아는 아이와 함께 내가 크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리라. 또한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힘이 되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살아가면서 마냥 좋을 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행복함과 의지가 되는 가족이 있기에 저자도 힘을 내어 숲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자연 속의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에 빠져들고 마음까지 평안해지는 이 책은 육아와 엄마라는 위치에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엄마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오롯이 아이에만 올인하지 않고 엄마로서의 꿈을 키우기를 원하는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언제나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관계 안에서 오늘도 우리네 엄마들은 엄마의 길을 부단히도 꾸준히 가고 있는 중일것이다. 부모 되기는 쉬워도 부모 노릇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요즘 새삼 느끼며 오늘도 저는 소박하지만 엄마로서의 꿈을 이어나간다. 변화는 꿈꾸는 자만의 몫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