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난, 한 명의 '진짜 어른'을 만났다.
그때는 그런 만남이 살아가면서 많을 줄 알았고,
나 또한 시간이 지나면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런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30대 후반에 도달해보니
나이가 많아진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비롯하여
내가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 중
'진짜 어른'으로 기억될만한 사람은 없었다.
사실 사람들이 '진짜 어른'으로 살아가든,
겉모습은 어른인 채 여전히 아이의 모습으로
나이의 권력을 행사하며 살아가든,
그건 그렇게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들의 선택이고,
나 또한 아직 '진짜 어른'을 향해
천천히 또박또박 걸어가고 있기에
그들 중 누군가는 진짜 어른이 되기를 선택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다.
안개 자욱한 불투명한 길을 혹여나 잘못 들어설까
고민하고 자책하며 걷던 청소년기.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그 와중에 어른들도 함께 혼란을 경험하고 있어
차마 아이들까지 들여다보아줄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냥 키울 뿐.
몸이 자라고, 내면은 그대로인
또 다른 어른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등대가 되어줄 어른 한 사람을 만나면
아이들의 생각이 달라진다.
눈빛이 달라지고,
삶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목표가 생기고
살아갈 동기를 부여받는다.
내가 '진짜 어른'을 만나고 그랬던 것처럼.
나이를 힘으로 쓰지 않는 어른.
누구에게서든 배울 점을 찾는 어른.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되 강요하지 않는 어른.
타인에게 진정 어린 관심을 보이는 어른.
자신의 필요에 의해 조언하는 것이 아닌,
공정하게 옳고 그름을 알려주는 어른.
힘으로 누르지 않고
부드러운 강인함을 보여주는 어른.
스스로의 약점을 인정하고
오픈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어른.
남을 간섭하기보다
자신의 할 일에 집중을 다하는 어른.
욕구와 즐거움에 급급하지 않고
절제할 수 있는 어른.
당장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전체를 볼 수 있는 어른.
진짜 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