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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Jan 19. 2021

유튜브에 지쳐갈 때쯤 브런치를 만났다

작년 2월 말이었을까?

우한 폐렴이라는 바이러스가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빠른 속도로 번져 모든 사람들을 집에 묶어 놓았다.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스스로 집에 머물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꺼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설마 하던 사람들도 투덜거리며 집에 머물기 시작했다. '아무도 난 묶어놓을 수 없어'하며 바이러스와 정면 대결하던 사람들도 결국 엄청난 확진자 수 앞에 내려진 정부 방침 때문에 집에 갇히게 되었다. 


나는 일찌감치 집에 머물며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였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작년 2월부터였으니 집에 있은지 만 1년이 되어간다. 집에 있어도 혼자 놀거리를 잘 찾는 타입이라 솔직히 말해 미치도록 힘들지는 않았다. 처음 집콕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집안을 가장 최적한 환경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온 집안을 들어 청소를 시작했고, 공간이 최대한 널찍하게 보이도록 가구들을 재배치했다. 잘 이용하지 않는 베란다에 간이식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비타민 D를 쬐겠다고 나가 앉아 있기도 했다. 그다음은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홈트'와 '식단'을 시작했다.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식단과 운동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덕분에 무릎을 굽히지 않고 팔 굽혀 펴기를 한 개도 하지 못하던 나는 제대로 된 푸시업을 10개도 연달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와 그림도 그리고, 외식 음식들을 얼마나 집에서 해낼 수 있는가에 도전해 보던 시기도 있었다. 


아이들 심리치료를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 '아이들을 대면하지 않고 어떻게 상담을 하지' '온라인 상담은 효과가 미미하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다행히 온라인이라고 해서 대면상담보다 효과가 미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Screen Share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학업 스케줄을 함께 보며 진로계획을 세울 수도 있었다. 


마음씨앗

이 많은 일들을 했는데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니 시간이 남아돌았다. 그렇게 유튜브를 시작했다. 돈을 벌 목적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녹슬지 않게 기록해 놓기 위해 시작했다. 집에 아이들과 함께 갇혀 고군분투할 부모님들에게 내가 배운 지식들을 나누고 함께 소통하고 싶기도 했다. 이제는 치료실과 상담실에 직접 갈 수 없는 엄마들이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유튜브 콘텐츠 제작은 쉽지 않았다. 지금은 어언 5개월 차가 되었기에 콘텐츠 제작 속도면에서 아주 미세하게 빨리진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콘텐츠 기획부터, 스크립트 작성, 영상제작, 편집 등 많은 과정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 원했던 대로 시간이 잘 가기는 하지만, 그냥 시간이 잘 가는 정도가 아니라 시간을 몽땅 잡아먹는다. 온전히 콘텐츠 제작에만 몰두해야 할 만큼. 그런데 그만큼 사람들과의 소통은 원활히 하기가 어려웠다. TV에 알려진 전문가들과는 차별된 소그룹 소통을 함께 하려고 했었는데, TV에 알려진 전문가들이 늘 먼저, 더 많이 노출되기 일쑤였다. 일단 내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노출이 되지 않으면 나의 영상은 아무도 볼 수가 없다. 그래도 간간이 어떻게 노출된 나의 영상을 보고 구독을 눌러주신 구독자 분들을 위해 오늘도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부모교육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묵묵하게. 


그래도 신바람이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때때로 위축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 앞에서 혼자 떠드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 누군가가 그랬다. 유튜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만큼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누구나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유튜브를 시작했다가 노력 대비 성과가 나지 않아 1년 미만의 기간을 못 넘기고 그만둔다는 기사를 종종 보기도 한다. 성과를 기대하지 않고 시작한 나도 때때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긴 하는 걸까' 자문하곤 하는데, 성과를 바란 이들은 더더욱 지칠 수 있겠다 싶다. 


갑작스러운 이틀간 조회수였다 나에겐

그렇게 꾸역꾸역 '나'와의 싸움을 하고 있던 나에게 큰 시숙님께서 Brunch를 소개해 주셨다. '제수씨는 아동심리상담사로,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 해외에 사는 교민으로, 기독교인으로 페르소나가 많으니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한번 도전해 보세요.' Brunch에 대해서 1도 몰랐던 나는, 블로그에 끄적끄적해두었던 글 한편과 자기소개로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고 덜컥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시숙님은 엄청난 축하를 해주셨다. 브런치에 글을 쓰려면 누구나 작가 신청을 해야 하는 줄로 알고 했던 건데, 누군가에게는 재수 삼수를 거쳐 얻어내는 쾌거였다. 그렇게 시작한 Brunch에 그냥 술술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역시 난 말보다 글이 편해'


편하기만 한 게 아니라 글이 주는 무게감도 좋았다. 가볍지 않은 글로 내 생각을 남기는 느낌이 좋았고, 아직 많지는 않지만 나의 글에 반응해주시는 분들 덕에 외롭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일등공신 예능 콘텐츠들에 밀려 배움을 갈망하지 않는 사람들에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면, 이 곳에서는 다르다(물론 제 콘텐츠의 부족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정!) 예능보다는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이 있고, 글의 진정성을 무게감 있게 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좋다. 한 번씩 DAUM에 게재되어 미니 떡상을 하는 순간들도 흥미롭고 그렇다.  


유튜브에서 망망대해에 홀로 놓인 기분을 느낀다면, 이 곳에서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처럼 느낀다. 격려로, 공감으로, 호기심으로 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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