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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Feb 23. 2023

걱정해 준다고 다 내편이 아니야

"광아.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사람들을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한테는 특히 네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


오래전 첫 출근을 앞둔 내게 한 선배가 해준 말이었다. 긴 시간 동안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일하다가 기어코 건강이 망가져 강제로 휴식을 취해야 했던 어느 한 형님의 말이었다. 진심을 숨기는 법, 사람을 의심하는 법이 세상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법이라 배웠다. 참 안타깝지만 먼저 다가오는 사람조차 믿을 수 없는 게 사람 사는 사회이다. 사람을 믿을 수 없어서 그렇다. 결국 평가질하고 뒷얘기를 꺼내는 것도 사람이란 존재이기 때문이다.


집 밖에서 만나는 가장 거북하고 피곤한 사람은 의외로 단순한 특징이 있다. 바로 "머리 굴리는 게 뻔하게 보이는 사람"이다. 머리가 특별히 영특하거나 계산이 빠른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런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눈앞에서 계산하는 게 보이는데 그걸 숨기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다지 영특하진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피곤한 이유는 결국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들의 평가 선상에 오르고 또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내 얘기를 입에 오르내릴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그런 얘기는 타자를 끌어내려 자기를 조금 더 좋은 사람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의도가 들어있다.


나는 예전부터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을 굉장히 싫어했는데, 돌아보면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저열한 단점을 타자에 투영해서 비판하고 싶어 했었다. 그러니까 아직 생각이 덜 자랐던 것이다. 단점은 고치되 장점을 극대화하여 좋은 사람이 되려 하지 않고 손쉽게 비하된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 나를 드러내려 했다. 돌아보면 나는 참 못난 인간이었다.


사역을 하다가 보면 많은 인간군상을 만나게 되는데 가장 사람이 덜되었다고 느껴질 때는 역시 엇나간 사역자들을 만날 때이다. 실력이 아닌 인맥으로 자리를 만들려는 사람들, 고작 3년 공부한 신학으로 평생 목회를 하려는 도둑놈 심보를 가진 사람들, 자신의 정치적 사상이나 윤리적 가치관을 교리와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보통 그런 부류다. 그리고 이런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타자비하를 통한 자기 부각이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있으면 빛나는 자리이며, 내실을 먼저 튼튼히 쌓아두면 어렵지 않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서 욕심을 버려야 할 이들이 가장 욕심을 부리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신학교를 떠나곤 한다.


나라고 해서 뭔가 잘났느냐 한다면 절대 그렇진 않지만 내가 가장 경계해 왔고 또 경계해야 한다고 배웠던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경계에는 스스로의 모습도 포함이 되어있다. 결국 내 편을 드는 것처럼 찾아와 곤란에 빠진 나의 심경을 물어보는 이들이 가장 믿지 못할 이들임을 일찍 배울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의 시행착오를 통해 거의 거저 얻어낸 교훈이었다.


누가 뭐래도 진짜 내 편은 묵묵히 내 곁은 지켜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닮아가야 할 모습은 내게 가장 유익이 되어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사랑의 대물림과 선한 영향력의 연쇄작용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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