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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만족도가 갓생 추구자에게 미치는 영향

KAIST 대학원 도전 일지 1️⃣

by 에이든든

2025년부터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이하 I&TM)에 다니게 되었다. 만 28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기로 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나의 그 선택 과정과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직으로부터 시작된 고민


나에게 ‘MOT 특수대학원’이라는 목적지를 제시해준 건 결국 ‘이직’이었다. 만 3년 차가 되던 해, 4년 차를 바라보면서 과감히 이직을 결심했다. 솔직히 말해, 가장 큰 이유는 흔히 말하는 대가리가 커졌다(..ㅋㅋ) 라는 점이었다.


이전 팀에서의 내 입지는 질문을 하기보다는 질문을 받는 쪽에 가까워졌고, 누구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단독으로 스터디를 진행하고 아이데이션하여 진행해야하는 중요 프로젝트까지 맡았다. 사실 상위 기획부터 세부 실행까지 담당할 수 있었던 점은 항상 바라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팀에서 ‘막내’라는 이유로 조정되지 않는 업무가 쌓이면서 리소스 이슈에 따른 체력 저하와 더불어 개인적인 상처로도 이어지곤 했다.


결국 나는 휴일마다 포트폴리오를 다듬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서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했고, 다음 스텝으로의 이직을 진행하게 되었다. 전 직장은 편의상 A사, 새로 옮긴 직장은 B사라고 칭하겠다.



기대와 현실, 그리고 새로운 갈증


새로운 회사인 B사에서의 출발은 꽤 산뜻했다. 사회적인 위치나 인식에서 A사와 많은 차이는 없었으나, B사의 긴 업력 속에 쌓아둔 시스템 속에서 다양한 경험과 성장 기회를 기대했다. 이전에 못 해본 업무이자 업계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져 만들어진 신생 조직으로 발령받았으니, 나로서는 더 큰 성장을 꿈꿀 만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A사보다 훨씬 바쁘다'라는 소문이 자자한 B사는, 막상 조직 이슈로 인해 업무가 오랫동안 진행되지 못하고 홀딩되는 상황이 잦았다. 과제보다도 조직과 구성원 간의 관계 정리에 더 많은 리소스가 소모되고 있었다. 이것이 대기업인가라는 생각도 정말 많이 들었다.


전 직장와 동일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기에 후회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전에 보여줬던 경주마 같은 자세로 빠르게 인정받는 경험을 다시 하긴 어려울 것이 눈에 보였다. 성장 욕구라는 갈증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직을 알아보는 건 생각조차 없었다. 내가 B사로 이직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업계 최대 규모의 회사 두 곳을 모두 경험해본다”는 커리어적 매력 때문이었다. 또한, 사회적으로 주니어로 불릴 기간 안에 대기업의 시스템과 역사를 몸소 경험하여 모두 흡수해두고 싶었고, 감사하게도 리더님도 연차가 낮다고 중요 프로젝트를 주지 않을 만한 성향은 아니셨다.


무엇보다 다음 스텝으로 스타트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직장과 사업 양쪽을 모두 경험해본 아버지께서 ‘적어도 실무 리드급 이상으로 인정받은 후에 가야 역량을 제대로 펼치고 적절한 보상도 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신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뭘까


나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답은 외부 네트워킹을 통해 커리어 기회를 늘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다양한 네트워킹 파티나 강연, 세미나에 부지런히 참석했다.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고, 누군가의 커리어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들여다보면서 내 커리어 설계에도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네트워킹을 매일 주도적으로 즐길 타입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동시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인사이트는 정서적 밀착도가 낮은 관계라 할지라도 정보나 기회를 교환할 수 있는 ‘약한 유대(Weak Ties)’의 힘이었다. 그러나 약한 유대를 구축하려면 내가 가진 전문성으로 상대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다시 말해, “결국 전문성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 셈이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대학원 탐색


이렇게 고민 끝에 전문성 강화, 커리어 선택 폭 확대, 열정적인 사람들과의 교류라는 세 가지를 동시 충족할 방법으로 특수대학원 진학을 떠올렸다. 물론 이 나이에 대학원에 가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결혼과 육아를 병행할 미래를 계획하고 있기에, 더 젊을 때 도전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침 부모님께서 교육 목적이라면 언제든 지원해주겠다고 하셨기에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기획 직군의 대학원 루트는 MBA였다. 그러나 내 생각 속 MBA는 제조업 기반의 전통 대기업 임원들이 커리어 스텝업을 위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여러 관련 후기나 브이로그를 봐도 나에게 잘 맞는 커리큘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MOT를 발견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MOT(Management of Technology)라는 학문을 알게 됐다. 링크드인에서 활동하시는 미국 빅테크 기업 출신 분의 프로필을 보다 ‘MOT 석사 졸업’이라는 경력을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호기심이 생겨 여러 경로로 찾아본 결과, ‘기술’과 ‘경영’을 융합적으로 다루는 분야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기술 분야 종사자들과 함께 공부하며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경영과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내 커리어 방향과도 닮아 있었다.


이후 고려대학교 MOT, KAIST I&TM에 지원하여 나란히 합격했고, 그 중 KAIST I&TM을 최종 선택했다. 지원 과정 및 세부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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